금빛으로 마지막을 장식한 황선우의 2022년, 이제 더 화려할 2023년이 온다

황선우(가운데)가 18일 호주 멜버른의 스포츠 앤드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국제수영연맹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은메달리스트인 다비드 포포비치(왼쪽), 동메달리스티인 톰 딘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멜버른 | 신화연합뉴스

한국 수영의 희망 황선우(19·강원도청)가 숨가빴던 2022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이제는 내년에 기다리고 있는 아시안게임과 롱코스(50m)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황선우는 지난 18일 호주 멜버른의 스포츠 앤드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25m)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39초72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도 자유형 200m 우승을 차지했던 황선우는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했다.

1분39초72는 황선우가 지난 16일 이번 대회 남자 계영 800m 결승에서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세운 1분40초99의 아시아 기록을 1초27이나 단축시킨 새 아시아 기록이다. 2018년 중국 항저우 대회에서 다나스 랍시스(리투아니아)가 세운 종전 대회 기록(1분40초95)을 1초23이나 줄였으며, 2009년 11월 파울 비더만(독일)이 작성한 세계기록(1분39초37)과도 불과 0.35초 차이 밖에 나지 않는 좋은 기록이다. 쇼트코스 대회는 올림픽 규격인 롱코스 대회가 아니지만 턴 동작이 많아 돌핀킥과 잠영 능력을 향샹시키기 좋기 때문에 정상급 선수들이 꾸준히 참가한다.

특히 8번 레인, 손가락 부상이라는 악재를 딛고 만들어낸 기록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황선우는 이날 오전에 열린 예선에서 마지막 터치패드를 찍는 과정에서 오른쪽 중지를 다쳤다. 손가락이 퉁퉁 붓고 통증이 심해 진통제를 먹어가며 결승에 나서야 했다. 더군다나 8위로 간신히 결승행 막차를 타는 바람에 8번 레인에서 경기를 펼쳐야 했다. 가장 바깥쪽인 1번 레인과 8번 레인은 상대 견제가 쉽지 않아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황선우는 2위를 차지한 ‘라이벌’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1분40초79)보다 무려 1초07이 앞선 엄청난 레이스를 펼쳤다. 포포비치는 올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롱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100m와 200m를 우승한 선수로, 파리 올림픽에서 황선우와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이 확실시 된다. 이날 황선우가 세운 기록은 비더만 이후 쇼트코스 대회에서 처음으로 나온 1분39초대 기록인데, 비더만이 기록을 세웠을 때는 폴리우레탄 재질의 전신수영복을 입을 수 있었던 때로 전신수영복 착용이 금지된 2010년 이후로는 황선우가 유일하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황선우는 2022년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지난 4월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기량을 한층 끌어올린 황선우는 6월 롱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47의 한국 신기록으로 포포비치(1분43초21)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며 2011년 중국 상하이 대회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금메달 이후 11년 만에 롱코스 세계수영선수권 시상대에 오른 한국 선수가 됐다. 뿐만 아니라 남자 계영 400m(3분15초68), 계영 800m(7분06초93), 혼성 계영(3분29초35)에도 출전해 한국 기록을 경신했다. 이후 9월에는 튀르키예 에르주룸에서 고지대 훈련을 통해 체력을 키웠고, 10월 전국체전에서 4관왕을 차지한데 이어 이번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화려한 피날레를 보였다.

이제 황선우의 눈은 내년으로 향한다. 내년에는 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롱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9월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황선우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롱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포포비치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6개월만에 쇼트코스에서 만나 완승을 거두며 기대감을 키웠다. 아시아에서는 이미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어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유력한 상황이다. 2022년보다 더 화려한 2023년이 황선우를 기다리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