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저축은행, 시름 커진 상호금융···희비 엇갈린 2금융권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하락하면서 2금융권의 유동성 확보에 여유가 생겼지만, 2금융권 안에서도 업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예금금리 경쟁력이 있는 저축은행은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였다. 반면 상호금융업계에선 지역 농협이 예수금을 확보하고자 고금리 상품을 팔다가 되레 가입자에게 해지를 읍소하는 등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 말 저축은행 정기예금 잔액(이하 1년 만기 기준)은 120조9909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3087억원 증가했다. 9월 증가액(1조2218억원)보다 1조원 이상 더 많은 자금이 저축은행 정기예금으로 유입됐다. 신협도 정기예금 잔액이 1380억원 증가한 124조9752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농·수·축협 등 상호금융 정기예금에선 지난 10월 2조4090억원이 빠져나가, 전달 444조원대였던 잔액이 441조6801억원으로 축소됐다. 상호금융은 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등 다른 비은행 금융기관과 비교해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긴 하나, 정기예금 잔액이 9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새마을금고 정기예금 잔액도 한 달 사이 1조910억원이 감소했다.
예금금리가 정기예금 잔액의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10월 저축은행 수신상품의 가중평균금리는 연 5.22%로, 2금융권 내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상호금융은 연 4.33%로 가장 낮았고, 새마을금고(연 4.68%)도 저축은행을 뛰어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추구하는 ‘금리 노마드족’이 고금리 상품을 따라 빠르게 이동하면서 저축은행으로 현금이 흘러들었고, 상호금융에선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은 특히 시중은행이 예금금리 인상을 멈춘 덕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 초 연 5%를 찍었다. 그러나 시중은행으로 일제히 자금이 쏠려 2금융권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하락 전환했다. 19일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4.30~4.79%에 형성돼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몇 달 전만 해도 수신 잔액이 요동쳤는데 은행이 예금금리 인상을 멈춘 후로는 한결 안정된 느낌”이라며 “예금금리 인상이 한창이던 지난 9~10월 저축은행으로 들어온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상호금융은 은행권과 정기예금 금리가 비슷해 은행 예금금리 하락의 반사이익을 크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방에 있는 소규모 상호금융기관은 지역 주민의 상당수가 농·수·축산업에 종사하는 고령층이라는 특성이 있어, 대도시 지점과 달리 고금리 시기에도 예금 잔액을 크게 불리는 게 쉽지 않다.
일부 지역 농협은 예수금 확보를 위해 조합원과 주민을 대상으로 연 8~10%대 고금리 특별판매 상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직원 실수로 해당 상품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바람에 전국의 금리 노마드족이 몰렸고, 해당 농협 측이 ‘예금을 해지해달라’고 읍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연 8.2% 금리의 적금을 내놨던 동경주농협은 지난 9, 12일 두 차례에 걸쳐 “지역특성상 예수금 조달이 어려워 계약액 100억원 정도를 목표로 특판을 했으나, 실수로 비대면 계좌 개설을 막지 못해 9000억원이 몰렸다”며 “농협의 파산이 우려되므로 예금을 해지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해당 상품의 가입자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품을 해지하고 있어 사태가 수습되는 중”이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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