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흐려서야”...北위성이 찍었다는 서울·인천항 사진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2. 12. 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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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北 “정찰위성 최종단계 중요시험”
남측 촬영한 위성사진 이례적 공개
내년 4월까지 정찰위성 1호 준비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고 1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실시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급 발사를 ‘정찰위성 개발 관련 중요시험’이라고 발표했다.

위성 발사와 탄도미사일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고체연료 기반 발사체 기술을 향상시켜 ‘양수겸장’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9일 노동신문은 국가우주개발국이 전날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의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국가우주개발국 대변인은 이번 시험이 위성촬영 및 자료전송 계통과 지상관제 체계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기본 목적을 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번 시험에 △20m 분해능(해상도) 시험용 전색(올컬러) 카메라 △다스펙트르(스펙트럼) 카메라 △영상송신기 △각 대역의 송수신기들 △조종장치 △축전지 등을 설치한 모의위성을 발사로켓에 탑재해 고도 500km까지 고각발사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시험을 통해 우주 환경조건에서의 자료처리 및 전송, 지상관제 체계의 추적 및 조종 정확성 등의 기술적 지표들이 검증됐다고 평가했다. 북측은 이번 시험에 대해 “정찰위성 발사의 최종 관문 공정을 거친 것”이라며 “내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北, 정치이벤트 몰린 ‘4월의 축포’ 준비?

북한이 ‘1호기’ 준비 시점을 내년 ‘4월’로 공언한 것은 이를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과 조선인민군 창건일(4월 25일) 등 내부적 주요 정치일정과 맞춘 것으로도 분석된다.

이날 북한은 이번 시험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서울과 인천항의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북한이 남한 내 특정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이는 이번 발사시험이 공격용 MRBM이 아닌 대남 감시·정찰용 군사위성 개발을 위해 진행됐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위성사진은 감시·정찰위성이 촬영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해상도가 지나치게 떨어져 오히려 눈길을 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대북제재로 인한 기술·기자재 부족으로 인해 고해상도 위성을 운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김종필 LIG넥스원 위성체계연구소장은 “북한이 (이번 위성 관련 시험에서) EO(전자광학)·IR(적외선) 탑재체를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소장은 “광학탑재체 특성상 거리가 멀어지면 해상도가 낮아진다, 목표한 성능이 고도 500km에서 20m급 해상도라면 국내 다목적 실용위성 성능이 ‘서브미터급(1m 이하)’ 해상도 수준임을 비교해 볼 때 매우 낮은 기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20m인 면적을 하나의 점으로 인식하는 정도의 해상도로는 군사적 효용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 소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 소장은 “목표물을 자주 볼 때 효용가치가 커지는 군사 정찰위성 특성상, 북한 위성의 성능이 정지궤도급이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도 될 수 있어 주의깊게 관찰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고 1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이 위성시험품 탑재체에서 촬영했다고 공개한 인천과 서울 사진. [조선중앙통신]
액체연료 노동미사일 발사체 활용한듯

북측이 공개한 보도사진을 살펴보면 이번 발사 때에는 액체연료 기반 발사체가 활용된 것으로 관측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주장하는 정찰위성 시험에는 (발사체로) 노동미사일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진에서 식별된 액체연료의 화염이나 엔진 노즐부가 노동미사일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북한이 앞으로 위성발사체는 물론 MRBM급 이상 탄도미사일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고체연료 발사체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미사일을 앞세운 공격과 감시·정찰 자산인 군사위성을 공히 염두에 둔 ‘이중용도’ 기술 개발을 위해 주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기존 (준중거리급인) 북극성 계열과 (단거리급인) KN 23, 24, 25 등에서는 이제 고체연료를 쓰고 있지만, (중거리급 이상이 주축인) 화성 계열은 아직 액체연료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북한이 정찰위성과 관련한 정밀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다소 기술적인 미진함을 노출하더라도 고체연료 발사체를 계속 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남북, 고체발사체·정찰위성 ‘우주경쟁’ 양상

특히 홍 실장은 북한으로서는 남한이 지난해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고체연료 엔진 우주발사체(SLV) 시험발사에 성공한 점에도 자극받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도 한국의 초소형 군집위성 등 정찰위성 확보 계획을 염두에 두고 남북 간 ‘우주경쟁’에도 밀리지 않겠다는 방향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편 군당국은 이날 북측 발표에도 해당 발사체를 MRBM으로 규정한 판단을 유지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정례브링에서 북측 발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탐지 제원을 바탕으로 북한이 어제 발사한 것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는 변함이 없다”고 답변했다. 김 실장은 “구체적인 사항은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최근의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동향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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