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3억 뷰 터뜨린 K-웹드라마 탄생의 비결은 - 이민석 와이낫미디어 대표

심영구 기자 2022. 12. 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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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재가 만난 여섯 번째 '지식인싸'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지식인싸'를 만나는 <인싸이팅>, 여섯 번째 손님은 웹 콘텐츠 제작사 와이낫미디어 이민석 대표야.

이민석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와이낫미디어>의 콘텐츠는 시청자의 97.5%가 MZ세대야. 소위 '요즘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비결이 뭘까. '와이낫표' 웹드라마를 성공시키고 창립 7년 만에 다양한 웹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연예 매니지먼트까지 사세를 확장시킨 이민석 대표의 성장 키워드, 함께 추리해볼까~

'요즘 세대'의 공감 폭발, 그 시작

지금의 <와이낫미디어>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작품이 있어. <전지적 짝사랑 시점> 시리즈로 업계에서 2010년대 중반 웹 드라마 초창기 시장 형성을 주도한 제작사 중 한 곳으로 알려졌고, <일진에게 찍혔을 때> 시리즈로 2010년대 후반 및 2020년대 초반 명성과 인기를 얻으며 본격적으로 웸드라마 시장의 강자 중 한 곳으로 올라서게 되었어. 그렇다면 먼저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무엇이 달랐을까.

"원씬 원테이크(One-Scene, One-Take)가 인상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일단 그걸 채택하게 된 배경은 예산이 적어서예요. 하지만 원씬 원테이크 기법이 배우에게도, 전문가들에게도 굉장히 어려운 촬영 기법이거든요. 스티븐 스필버그나 폴 토머스 앤더슨 같은 감독님들이 주로 쓰는 촬영 기법인데 역발상을 한 거예요. 영상 퀄리티가 좋진 않아도 한눈에 볼 수 있게끔, 서사가 강한. 해보니 반응이 좋았던 거죠."

출연했던 배우 변우석이 들려줬던 이야기가 기억났어. '촬영 자체가 재밌었는데 결과물도 좋았다'고 했었거든. 새로운 방식의 촬영도 신선했지만 현실감 있는 이야기에 몰입하기 쉬웠다는 거야.

"<전지적 짝사랑 시점>도 거의 하이퍼 리얼 장르예요. 최근 인기를 끄는 <숏박스>나 <너덜트>도 하이퍼리얼이잖아요. 기획에 뭔가 양념을 치면 재미가 없다는 거예요. TV 토크쇼만 해도 재미로 뭔가 덧붙이면 스스로 'MSG 친다'는 말을 하잖아요. 요즘 우재 씨가 핫한데 이유가 우재 씨의 캐릭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1835세대(*18세~35세의 연령대)가 소비하는 주된 맥락이 '사실'인 것 같아요.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가장 가깝게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것. 우재 씨가 뱉는 말, 행위가 포장되지 않은 거라고 인지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우재 씨에게 공감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TV에 등장하는 호스트나 배우들은 판타지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판타지가 사라진 거죠. 그래서 이런 제작 방식이 먹히지 않았을까..."

소위 '대박'을 터뜨리고 나름의 제작 노하우가 생긴 탓일까.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어떻게 <전지적 짝사랑 시점>보다도 더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성공작이 된 걸까.

"경쟁사이기도 했던 플레이리스트에서 만든 <에이틴> 작품이 있었어요. 그 작품과는 달라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연출할 친구에게 어떤 형태로 만들 건지 물어보니까 자기는 진짜 그 나이 또래 애들이 겪는 우정에 대해서 다루고 싶다, 치정이나 사회적 이슈를 다룬 10대 물이 아니라 조금 심심해 보여도 그 나이 때는 친구가 제일 중요하다면서요. 나의 우주인 친구들에 대한 얘기를 리얼하게 그리겠다는 거죠. 40대인 제가 봤을 때는 이렇게 잔잔하게 만들어도 되나 걱정이 됐어요. 그만큼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철저하게 10대들을 위한 이야기였던 거죠. 전 세대를 겨냥하겠다면 작품 안에 다른 세대를 대변해주는 조연들을 넣겠지만 결국 의도적으로 그건 다 철저히 배제해버렸어요."

10대가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을만한 대형 사건이나 극적인 요소 없는 에피소드들로 얼마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혹여 타깃이었던 10대들에게조차 외면받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고 해. 그런데, 결과는 걱정했던 것과는 달랐어.

"조회 수가 진짜 폭발적으로, 전 작품인 <전지적 짝사랑 시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조회 수가 쌓였어요. 그 당시에만 해도 우리나라 10대들은 다 봤다고 봐야 될 조회수인데, 작품을 돌려본 거죠. 그런데, 10대들끼리만. 아이돌 팬덤처럼 10대 위의 다른 세대에겐 진입장벽을 쌓아버렸어요.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주된 고객의 타점이 놀랍게도 20대 남성이었어요. 군대에서 보더라고요. 연애할 때 여성들이 상대 남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하는 남성들이 많이 봤는데 일진 시리즈는 굉장히 타깃에 충실했던 작품이었고 그게 조회 수를 쌓는 데 도움이 됐지만 확장성은 좀 없었다? 그래서 조회 수가 엄청나게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MBC의 <연애미수>처럼 확장이 됐고 장편으로도 나올 예정인데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딱 거기, 10대들. 거기에만 머물렀다는 게 조금 아쉬움이 있죠."

쉽게 이루지 못할 성공을 거둔 작품에서도 반면교사 삼을 부분을 찾다니, 맨땅에서 업계 최고로 회사를 키워낸 대표구나 싶었달까.

창작자와 사업가, 그 어디쯤

사실 <와이낫미디어>와는 남다른 인연이 있어. 그 인연을 잊지 않고 무척 반가워해주더라고.

"창립작품이죠. <미스터 츄>라는 작품 같이 했었잖아요."

2015년에 참여했던 작품이었어. <와이낫미디어>가 창립되기도 전, 평소 호흡이 잘 맞는 모델 친구 3명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었지. 반응이 좋아서 시즌 3까지 제작되었어.

"우재 씨와 다른 출연자분들끼리 케미가 너무 좋아서 네이버에서 상도 줬어요. 우수 콘텐츠."

재밌게 참여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상까지 받았었다는 후일담을 들으니 회사 창립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 같아 뿌듯했어.

"당시에 주우재 씨가 앞으로 예능 쪽으로 블루칩이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그렇게 되셔서 오히려 제가 우재 씨를 섭외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하하."

이쯤 되니 궁금해졌어. 이민석 대표가 웹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 무렵엔 메인 스트림이라고 할 수 있는 플랫폼은 방송 매체였어. 방송국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피디에서 웹 콘텐츠 제작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뭘까. 앞으로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했던 걸까.

"제가 방송 피디 일만 경험한 건 아니에요. <인간극장>이라는 교양 프로그램, 예능 드라마 기획, 방송 관련 기술 개발, 다양한 진로를 겪었는데 제가 가고자 했던 핵심 방향은 뭐냐 하면요, 일단은 콘텐츠로 성과가 날 좋은 시장을 찾아 나섰던 것 같아요. <인간극장>을 했을 때는 <인간극장>이 당시 국민 프로그램이었고, 예능의 시대가 됐을 땐 예능을 했고, 하다 보니까 제가 TV에 매여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TV에서 이탈해서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하던 차에 해외에 '밉티비(MIPTV)라는 방송 콘텐츠 마켓에서 콘퍼런스를 듣게 됐는데 발상이 너무 신선한 거예요. 콘텐츠들도 재밌고. 그런데 그 콘텐츠들이 당시엔 UCC였어요. 기술이 받쳐주지 않아 아마추어틱했지만 화질이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점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할 거다 생각을 하니까 무서운 거죠. 눈을 돌려보니 이런 콘텐츠가 너무 많은 거예요. 와... 이걸 당해낼 수 있을까 TV가? TV는 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인프라가 엄청 비싸잖아요. 그래서 유튜브를 공략해야겠다 시작하게 된 거죠."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냈다 하더라도, 막상 뛰어들어 이상적인 미래를 손에 쥐는 건 또 다른 얘기.
게다가 처음 뭔가를 시작할 때 꿈을 크게 가져야 뭐라도 된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목표 최대치를 낮게 잡았다고 들었어.

"공대 출신이라 그런가, 가설이 성립이 돼야 움직여지는데 시스테믹하잖아요. 이게 전문적으로 린 스타트업 전략이에요. 가설 한 번 검증해보고 실현해 보고 다음 단계로 가는 거를 제가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스타트업은 여러 번 실패 경험을 겪었던 친구들이 잘 되는 경우가 많아요. 자본을 되게 많이 모아서 운영할 때 안전하게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투자도 계속 열심히 받았던 거고 가능한 모든 전략을 다 썼어요. 그렇게 안전판을 마련한 다음에 제작을 할 때는 예산을 작게 둬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 기회를 늘렸죠."

"타석을 많이 만드는 거예요. 타자들한테 충분한 타석을 주면 타율이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뭐가 되든지 간에 좀 많이 해봐야 결과가 돌아오니까 최대한 쪼개서 많이 만드는 쪽을 선택했고 그 결과 와이낫이 IP도 많고 콘텐츠도 많고 그걸 만드는 친구들도 많아진 거죠. 우리 회사 정규직이 현재 90명 정도, 자회사를 제외한 본사 인력만 그런데 대부분이 93, 94년생이에요. 창업할 당시엔 스물여섯 일곱 정도 나이대였죠. 그 친구들에게 직접 연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했어요"

'함께 성장'하는 길을 찾다

<와이낫미디어> 직원 연령대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대부분인 것도 이유가 있을 것 같았어.

"TV 방송계는 좀 레거시 쪽에 가깝기 때문에 그 나이 또래가 많지 않지만, 콘텐츠 업계 전반적으로 보면 90년대생, 90년대 초반생들이 굉장히 많아요. 제가 농담처럼 '무한도전 세대'라고 부르는데 TV쇼 황금시대에 TV를 보면서 컸던 친구들이기 때문에 영상에 대한 이해도도 빠르고 본인들이 누구한테 배우기도 전에 유튜브에서 배워서 직접 만들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경력이 없는 친구를 들여도 6개월이면 거의 전문가가 되어있어요, 편집 속도가. 그 층이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황금 세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장기근속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직원들도 나이가 들 텐데.

"베테랑이 되는 거죠. 그런 친구들이 숏폼 시리즈를 성공해서 중편을 성공하고 장편 드라마까지 하는, 그만큼 회사도 같이 성장해나가는 거겠죠. 우리 회사에서 커온 크리에이터들을 계속 배출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창작자를 계속 길러내 우리 나름대로 얻어낸 IP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고 여기서 길러진 인력들이 앞으로 시장에 좋은 활력소가 되고... 그런 형태의 회사로 길러나가기 위해서 회사 규모도 키워가는 거고요."

실제로 <전지적 짝사랑 시점>을 연출했던 이나은 피디는 SBS에서 올해 초 방영한 <그해 우리는>을 쓴 드라마 작가가 되었어. 회사와 함께 성장한 인재가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 게 조금 서운하진 않았을까.

"그런 사례들이 한 두 건 계속 쌓여가고 있는데요, 창립 이념에 가까운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직원은 회사의 소유물이 아니잖아요. 비즈니스적인 약속을 잘 지키는 관계이면 되는 거죠. 직원이 갖고 있는 재능은 다른 누군가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이프라인, 우리 회사 제작 방식이 조금 다른 면이 있어요. 작품을 만들 때 감독이 조연출이 되고 조연출이 감독이 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연출 한 편 했다고 해서 계속 감독이 되는 건 아니고 다른 작품의 조연출을 할 수도 있는 거죠. 제작과정에서는 공동의 작업물을 내기 위한 의사결정 구조나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분명한 규율을 둬요. 같이 창업했던 부대표가 되게 수평적인 것 같으면서도 수직적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어떤 작업을 할 때 감독보다 연출 경험이 많은 조연출과 작업하게 되더라도, 무조건 후배 감독이 의사 결정하게끔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다르다 싶었던 부분은 또 있었어. 회의를 할 때 '브레인스토밍'을 하지 않는다는 거야.

"브레인스토밍은 기본적으로 결정을 뒤로 미루게 해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묻는데 회의 때 남한테 욕먹기 싫잖아요. 좋은 말 해줘야 되고 서로 상처가 안 되게 말을 하고. 그러다 보면 브레인스토밍이라고 하지만 좋은 말들만 하게 되고 겉치레 말들만 하게 돼 있어요. 결국엔 각자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거기 대장이 결정하는 거예요. 그게 시간 낭비란 말이죠. 차라리 유닛을 작게 주고 유닛의 장이 다 결정하게 만드는 게 훨씬 빠른 거죠."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꼭 정답은 아니에요. 콘텐츠를 만드는 시장은 전쟁터예요. 만드는 과정 자체는 굉장히 치열하게 해야 돼요. 전쟁터 같아야 되는 거예요. 전쟁에서 이겨야 되기 때문에 장이 책임을 져야 되고 장이 결정을 빨리 내려줘야 돼요."

결정은 빠르게, 하지만 '성공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이민석 대표가 꼭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부분은 따로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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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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