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지나친 비관도 낙관도 경계를

정혜진 기자 2022. 12. 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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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까지 하락 추세가 역력했던 글로벌 증시가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

특히 7~8월 반등 시기와 달리 10월 이후에는 달러화 강세가 한결 약해지고 미국 이외 지역 증시의 오름 폭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증시가 더 이상의 하락을 멈춘 것은 긴축이 이미 진행될 만큼 진행됐다는 기대와 그 과정에서 주가도 많이 떨어져 싸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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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서울경제]

올여름까지 하락 추세가 역력했던 글로벌 증시가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 특히 7~8월 반등 시기와 달리 10월 이후에는 달러화 강세가 한결 약해지고 미국 이외 지역 증시의 오름 폭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달러화 강세는 각국의 물가 상승과 자금 이탈 우려를 키우고 결국 강한 긴축을 압박해왔는데 이러한 부담이 조금은 덜어진 상황이다.

증시가 더 이상의 하락을 멈춘 것은 긴축이 이미 진행될 만큼 진행됐다는 기대와 그 과정에서 주가도 많이 떨어져 싸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많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를 우려하고 심지어 매파적 성향의 어떤 위원은 7%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긴축 초·중기만큼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원자재·부동산 가격 등 물가 선행 지표들이 이미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은 이미 네 번씩이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경험한 상태 아닌가. 강력한 긴축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나 외환위기의 조짐이 크지 않고 통화 당국들이 그러한 위기에 부담을 갖기 시작한 것 역시 증시에는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시장 위축과 자금, 채권시장의 경색이 발견되고 있지만 정책적 대응 의지도 강해 전체 시스템을 훼손할 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빠른 상승을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주가 고점은 거품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그 수준으로 회기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국내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증시가 추세적으로 오를 때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 기업들에는 금리·환율·유가라는 세 가지 변수가 큰 영향을 미치고 저금리, 원화 강세, 저유가가 중요한 이익의 원천이 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단 금리 측면에서는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여전히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자금시장 불안으로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의 주요 산업이 대규모 자금 조달과 투자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높은 금리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보다 더 높은 달러 조달 금리도 기업들의 투자 활동에는 부정적 요인이다. 최근 들어 다소 약화됐지만 원화 약세가 끝났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양국 간 기준금리 차이는 내년 초 1%포인트를 넘어서고 우리 무역수지는 계속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거나 글로벌 경기가 드라마틱한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내년에도 상당 기간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유가는 최근 중국 코로나19 봉쇄 여파와 긴축 효과 등 여러 요인들의 작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지만 에너지 무기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겨울이 추워지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가가 여러 악재를 반영해 장기간 하락한 데다 금융 시스템 불안도 크지 않고 과거에도 증시 상승은 불안감이 극대화됐을 때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향후 증시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여건을 고려할 때 지나친 낙관 역시 금물이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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