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한국문화재 구입한 '외국인 고객장부' 고국으로

이수지 기자 2022. 12. 19. 14: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한국문화재를 구입한 외국인들의 이름이 가장 많이 기록된 고미술상 고객장부가 확인됐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한국문화재 소장가 로버트 마티엘리로부터 일제강점기 고미술상의 외국인 고객장부, 박수근 개인전 리플릿 등 국외 소재 한국문화재 관련 자료 3건 60점을 기증받았다"고 19일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사무엘 리 고객장부(1936∼58년), (사진=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2022.1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일제강점기 때 한국문화재를 구입한 외국인들의 이름이 가장 많이 기록된 고미술상 고객장부가 확인됐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한국문화재 소장가 로버트 마티엘리로부터 일제강점기 고미술상의 외국인 고객장부, 박수근 개인전 리플릿 등 국외 소재 한국문화재 관련 자료 3건 60점을 기증받았다"고 19일 밝혔다.

로버트 마티엘리는 2016년 순천 송광사 '오불도' 기증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미국인 한국문화재 수집가다. 현재 미국 오리건주에 살고 있는 마티엘리는 1958~1988년 미8군 군무원으로 한국에서 30여 년간 일하면서 한국문화재 1946점을 수집했다.

재단은 올해부터 국외문화재 출처 연구 사업 '국외문화재 역사 테마 연구'를 시작했다. 첫 사업으로 로버트 마티엘리의 한국문화재 컬렉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재단이 본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티엘리는 사무엘 리가 1936~1958년 고미술상 운영 시 작성했던 외국인 고객장부 1건, 자신이 한국에서 고미술상 등으로부터 받았던 명함 58점, 1962년 미8군 전략공군사령부(SAC) 도서관에서 열린 화가 박수근(1914-1965)의 개인전 리플릿 1건을 재단에 기증했다.

[서울=뉴시스] 사무엘 리 고객장부 중 1937년 7월14일 헬렌 켈러 구입 내역, (사진=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2022.1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중 재단은 덕수궁 맞은편 태평로에 있던 사무엘 리의 고미술상 고객장부를 현재까지 알려진 최대 '한국문화재 구입 외국인 명단'으로 평가했다.

마티엘리의 회고에 따르면 사무엘 리는 미시건대학에서 공학을 배웠으며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고미술품을 팔았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기를 거쳐 20년 넘게 그의 가게에서 한국 미술품을 구입했던 서양인과 일본인 고객 수백명 이름, 판매일자, 주소, 품목 등이 기록돼 있다.

고객 중에는 헬렌 켈러(1880-1968)와 같이 유명인도 있다. 헬렌 켈러는 1937년 7월11일부터 7월16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7월14일 사무엘 리의 고미술상에서 서안 하나를 구입했음이 고객장부를 통해 확인된다.

[서울=뉴시스] 마티엘리 수집 명함 중 고미술상 명함, (사진=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20221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마티엘리가 한국 생활 중 받은 명함 58점에는 이 시기 고미술상, 표구상 등 외국인에게 한국 미술품을 취급하던 여러 상점들의 정보도 확인된다.

재단은 "이를 추적한다면 1960~80년대 한국미술이 해외로 수집돼 나간 출처를 더 광범위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기증된 1962년 화가 박수근의 개인전 리플릿에는 출품작 23점의 목록이 인쇄된 기존 자료와 달리 11점이 추가 인쇄돼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1962년 박수근 개인전 리플릿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2022.1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1962년 미8군 SAC 도서관에서 열린 박수근 개인전에 대한 기존 연구에서는 유화 45점이 출품됐다고 추정해왔다. 기존에 알려진 박수근 개인전 리플릿에는 33번까지만 적혀있어 박수근의 구체적인 출품 목록을 확인할 수 없었다.

박수근의 전시를 연구해 온 서성록 안동대 교수는 해당 리플릿의 사료적 가치에 대해 "이번에 기증받은 자료의 추가 11점 목록은 박수근의 SAC 도서관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들 전체를 복원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한국문화재 수집가 로버트 마티엘리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2022.1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단은 "소장가 마티엘리의 이번 기증은 2016년 순천 송광사 '오불도' 기증 등 그간 여러 차례 한국문화재를 기증한 바 있던 이전 행보를 잇는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마티엘리 기증 출처 연구 자료에 대한 공개와 함께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자 하며, 기증 자료의 보존과 관리를 위해 국내 유관기관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마티엘리 컬렉션의 수집·전시의 역사에 대한 연구를 내용 보완 후 공개·활용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