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WC, 차별·부패·심판 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ST월드컵결산③]

이서은 기자 2022. 12. 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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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선수단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후부터 개막 전, 그리고 대회 도중에도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약 한달 간의 여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대회 도중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싼 어떤 논란들이 있었는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월드컵 개최지 카타르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나라로, 동성애와 성전환을 불법으로 규정함에 따라 개막 전부터 성소수자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잉글랜드와 독일 등 유럽 7개 대표팀 주장들은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항의하는 의미로 월드컵 경기 도중 '원 러브(One love)'라고 쓰여있는 무지개 완장을 찰 예정이었다.

하지만 FIFA는 경기 중 착용을 제재함과 동시에 옐로 카드 부과 등으로 압박했다. FIFA는 FIFA가 주최하는 대회 본선에서는 FIFA가 제공한 완장만 착용할 수 있다는 반대 이유를 들었다.

결국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과 네덜란드 주장 버질 판 다이크, 웨일스 주장 개러스 베일, 덴마크 주장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은 '원 러브' 완장이 아닌 '차별 반대(no discrimination)'라고 쓰인 완장을 차고 나왔다.

이에 독일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일본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앞두고 단체사진 촬영 때 일제히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FIFA가 '원 러브' 완장 착용을 막은 데 대한 항의 표시다.

무지개 복장 제재는 선수들 뿐만이 아니라 관중들에게도 이어졌다. 지난 미국과 웨일스의 B조 조별리그 1차전 당시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모임인 웨일스의 '레인보우 월' 회원 및 웨일스 팬들은 무지개 모자와 깃발을 들고 경기장을 찾았지만, 보안요원들로부터 제지당했다.

결국 웨일스축구협회는 FIFA에 공식 항의하는 성명을 냈고, 이에 못 이긴 FIFA는 조별리그 2차전부터 관중들의 무지개 복장 착용은 허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루사일 스타디움 / 사진=Gettyimages 제공


성소수자 차별과 더불어 이주노동자 탄압 논란도 불거졌던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대회가 진행되는 도중 두 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개막 전 언론의 자체 조사를 통해 사망한 노동자 수만 6700여 명에 달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는데, 대회 기간 동안에는 공식 발표에만 따른다면 두 명의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앞서 조별리그 도중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이 훈련장으로 사용하던 리조트에서 수리 작업을 하던 필리핀 이주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고,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전이 열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근무하던 케냐 출신의 이주노동자가 경기를 앞두고 추락사했다.

한편으로 수많은 노동자를 탄압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가 은폐한 기록이라는 여론도 있다.

이밖에 이번 월드컵에서는 대회 도중 무려 세 명의 언론인이 사망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의 베테랑 축구 취재기자 그랜트 월은 지난 9일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8강 경기를 취재하던 도중 기자석에서 쓰러졌는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월의 사망 요인은 대동맥류 파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뒤에는 카타르 매체 알카스TV(Al Kass TV)의 사진기자 칼리드 알 미슬람도 월드컵 취재 도중 사망했다. 또한 지난달 21일 영국 매체 ITV 기자 로저 피어스가 미국과 웨일스의 B조 조별리그 경기를 앞두고 눈을 감았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두 기자들의 사망 원인은 정확히 전해지지 않았다.

에바 카밀리 의원 / 사진=Gettyimages 제공


준결승전을 앞둔 지난 11일에는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싼 또 하나의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그리스 정치인이자 유럽의회 부의장 중 한 명인 에바 카일리 의원 및 4명이 카타르에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것.

앞서 9일 벨기에 경찰은 브뤼셀 내 약 16곳을 급습해 현금 60만 유로(약 8억2600만 원)를 발견했다. 이후 이와 관련된 6명을 체포했고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체포된 6명 가운데 2명은 석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 검찰은 이후 성명을 통해 "유럽의회 결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내부의 정치적 또는 전략적 위치에 있는 제3자가 거액의 돈이나 상당한 양의 선물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소된 카일리 부의장은 최근 각종 논란에 휩싸인 카타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언행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수사 당국은 뇌물을 제공한 국가가 어디인지를 명확히 알리지 않았지만, 유럽의회 관계자들과 일부 벨기에 언론은 이번 수사에 카타르가 연루된 것으로 지목했다.

이에 카타르 외교부는 SNS를 통해 "(이번 수사와 관련해) 우리는 세부 사항을 알지 못한다. 카타르 정부를 위법 행위와 연관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당초 2010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될 당시에도 뇌물 논란이 불거졌던 카타르 월드컵이었기에, 이번 기소 사실은 그 의혹에 더욱 불을 지폈다. AP, AFP 통신 등은 해당 사실을 톱 헤드라인으로 보도했고, 영국 BBC는 같은 날 "이번 사건이 유럽의회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부패 스캔들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네덜란드-아르헨티나 경기 장면 / 사진=Gettyimages 제공


이렇듯 대회 도중 경기 외적으로 많은 논란에 휩싸였던 카타르 월드컵은 경기와 관련된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먼저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가나전 주심을 맡은 앤서니 테일러(잉글랜드) 심판은 한국에게 코너킥 기회를 주지 않고 휘슬을 불어 논란을 만들었다. 당시 후반 추가시간이 다 흘렀지만 권경원의 슛이 상대 선수를 맞고 나가면서 한국에게 코너킥이 주어져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종료시켰다.

이에 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벤치에서 뛰쳐나와 항의했고, 결국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다. 이 퇴장으로 벤투 감독은 3차전 포르투갈전을 벤치에서 지휘하지 못했다.

이 판정은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대표 심판이자 유럽 축구 선수대회와 월드컵 주심으로도 활동했던 잉글랜드 심판에게도 "추악한 장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테일러 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F조 크로아티아-벨기에의 3차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경기를 종료시켜 또 한 번의 논란을 야기했다.

심판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안토니오 마테우 라오스(스페인) 심판은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8강전에서 무려 18장의 옐로카드를 꺼냈다.

아르헨티나가 옐로카드 10장, 네덜란드가 8장을 받은 가운데 승부차기가 끝난 직후에는 레드카드도 한 장 나왔다.

월드컵 한 경기에서 옐로카드가 18차례 나온 것은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종전 기록은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나온 16장의 옐로카드다.

해당 경기는 연장전까지 양팀이 2-2로 맞선 가운데 결국 아르헨티나가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는데, 경기 후 양 팀 선수들은 라오스 심판에게 분노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대표 선수 리오넬 메시는 "FIFA는 반드시 이 경기를 제대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심판을 이런 경기에 투입하면 안 되는 일"이라며 "누군가가 (라오스 심판을)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 심판은 8강전을 끝으로 더이상 월드컵 경기를 맡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열리던 대회이자 아랍권에서 개최하는 첫 대회였던 카타르 월드컵은 이렇듯 많은 논란들 속에 그 역사성이 다소 퇴색됐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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