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결산] ②사상 첫 중동·겨울 월드컵의 빛과 그림자
유럽축구 빡빡한 일정 탓 부상자 속출하기도…대회 자체는 성공적
간발의 차도 잡아내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 대성공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겨울에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명과 암'이 극명하게 엇갈린 대회였다.
카타르가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이 강한 사실상의 전제 군주국이어서 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이 대회 내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카타르의 성 소수자 탄압은 대회 초반 가장 큰 이슈였다.
미국 기자 그랜트 월이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의미가 담긴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입장에 어려움을 겪는 등 곳곳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벌어졌다.
월 기자는 대회 막판 경기장 기자석에서 대동맥류 파열로 숨졌다.
잉글랜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웨일스, 스위스, 덴마크 등 유럽 팀 주장들은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는데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옐로카드 징계를 내리겠다'고 해 파장이 일었다.
FIFA는 대신 '차별 반대'의 뜻을 담은 검은색 완장을 각 팀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카타르와 FIFA에 '포용 정신'을 되새기게 하겠다며 독일 대표팀은 '입 가리기', 잉글랜드 대표팀은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주 노동자 착취 문제도 대회 조직위와 FIFA를 대회 내내 괴롭혔다.
이번 대회에 사용된 8개의 경기장 중 7개는 신축 구장이며, 1개는 증축된 것이다.
경기장 건설을 위해 카타르는 수백만 명의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였는데, 그중 6천500여 명이 가혹한 노동 환경 속에서 숨졌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아랍 전통 터번을 소재로 만들어진 대회 마스코트 '라이브'가 실제로는 숨진 이주노동자들의 '유령'이라는 웃지 못한 농담이 나돌기도 했다.
중동의 뜨거운 여름을 피해 겨울에 대회가 치러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유럽 대부분 프로리그가 추춘제로 운영되는데, 시즌 도중에 치러지게 된 이번 월드컵 때문에 일정이 빡빡해진 탓이었다.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인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특급 미드필더 폴 포그바(유벤투스·이상 프랑스), 골잡이 사디오 마네(바이에른 뮌헨·세네갈) 등이 부상으로 카타르에 가지 못했다.
온갖 비판이 쏟아졌지만, 대회 자체는 성공적으로 잘 치러졌다는 평가가 많다.
카타르가 전라남도 정도의 면적인데다, 그중에서도 도하와 그 근교 도시에서만 집중적으로 경기가 치러져 역대 가장 콤팩트한 대회였다.
7개 경기장이 도하와 그 근교에 있고, 그나마 멀다는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도 도하 중심지에서 50㎞ 정도만 떨어져 있었다.
이동 거리가 짧기에 팬들은 과거 어떤 대회보다 쉽게 여러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다.
카타르가 음주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나라여서 축구의 '영원한 친구'인 맥주 등 술을 못 마신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됐으나, 경기 날마다 열린 '팬 페스트'가 '해방구' 역할을 잘 해줬다.
천연가스로 막대한 부를 일군 나라답게 경기장 시설은 최신식이었다. 에어컨이 완비돼 선수들은 한낮에도 선선한 공기를 마시며 경기를 치렀다.
경기장과 각 대표팀 훈련장, 메인 미디어 센터(MMC), 취재진 숙소 등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큰 문제 없이 잘 운영됐다.
FIFA가 이번 대회에 본격 도입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은 큰 호평을 받았다.
12개의 추적 카메라가 공, 그라운드 위 모든 선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읽어내며, 오프사이드 상황이 전개되면 곧바로 비디오판독(VAR) 심판에게 알리는 SAOT는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대회 개막전에서 킥오프 3분 만에 결정적인 오프사이드를 잡아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2-1로 꺾는 이변이 펼쳐진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골 3개를 취소시키는 등 SAOT는 대회 내내 애매한 상황에서도 명확하게 오프사이드를 잡아내며 맹활약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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