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 AI 챗봇 '챗GPT'에 우리 회사 은퇴자 넣으면?[긱스]

2022. 12. 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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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 기고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화제가 되고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를 이용해 보셨나요? ChatGPT는 그동안의 AI 챗봇과 차원이 다른 수준급 성능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웬만한 수준의 보고서, 리서치 작성도 가능하다는 평입니다. 우리 업무에 AI가 직접적인 개입을 하게 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AI는 우리 업무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는 지식 관리자 및 보관자로서 AI에 대한 개념을 제시합니다. 선배의 업무 지식과 역량을 학습한 AI가 후배의 질문에 답해주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이 대표의 생각을 전합니다. 

이달 초부터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에 AI와의 대화 내용을 캡쳐한 이미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5일 만에 사용자 100만 명을 돌파한 ChatGPT(챗GPT)가 주인공이다. 챗GPT는 강아지와 산책하는 시간에 대한 따뜻한 시를 써주기도 하고, 실제 작동하는 코드를 만들거나 대학 수준의 에세이를 쓰기도 한다. 의학적 진단을 추측하고, 텍스트 기반의 해리포터 게임도 만들 수 있으며, 다양한 수준으로 과학적 개념을 설명하기도 한다. 모두에게 무료로 공개된 강력한 성능의 AI 챗봇이기 때문에, 직접 시도해 본 일반인들이 여러 사례를 공유해 화제가 됐다.

챗GPT는 텍스트를 넣어 이미지를 생성하는 DALL·E 2로 유명한 ‘오픈AI(Open AI)’의 작품이다. 오픈AI는 자연어처리(NLP)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형 언어 모델 GPT-3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DALL·E 2의 경우 일반인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이 제한되었으나, 챗GTP의 경우 현재 데모 기간 동안 무료로 열려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를 시험해 보고 있다.

 챗GTP로 과거의 나와 지금 이 순간 대화하기

미디어 아티스트 과학자인 미쉘 황은 어린 시절에 10년 넘게 쓴 일기를 챗GPT에 학습시켜 어린 시절의 나와 실시간 대화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는 어린 시절의 나에게 사랑과 자유 중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가끔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인다고 느끼지는 않는지, 시간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 것인지 등을 질문했고 챗GPT는 어린 시절의 그녀를 시뮬레이션해서 대답했다.

역으로 본인에게 질문할 것은 없는지 묻자, 챗GPT는 과거의 일기를 보면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여전히 꿈을 좇고 있는지, 인생이 행복한지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달라고 하자 네 안의 열정을 믿고 있으며 네가 자랑스럽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라는 내용을 써주기도 한다.

미쉘 황의 어린 시절 일기장 모습/ 사진= 미쉘 황 트위터

이 과정에서 그는 과거로부터, 어린 시절의 나로부터 사랑을 돌려받는 느낌을 받았고, 잊고 있었으나 여전히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진정한 나 자신을 돌이켜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페르소나의 생성 가능성을 제기한다. 게임의 NPC(non-player character, 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나 아바타가 훨씬 더 생동감 있는 잠재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서비스로서의 스토리라인(SaaS, Storyline-as-a-service)’은 B2C뿐만 아니라 B2B 영역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은퇴한 선배의 지식을 신입이 물어볼 수 있다면?

‘서비스로서의 스토리’가 B2B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올거나이즈는 지식 관리 AI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각종 문서와 개별 직원에게 파편화되어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AI 인지검색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은퇴자가 많은 산업에 바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올거나이즈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중후장대 산업(重厚長大産業) 고객을 만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휴스턴이 미국 항공우주공화국(NASA)으로 유명하지만, 에너지 산업의 슈퍼 메이저 회사들이 포진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엑손 모빌, 쉘 오일, 코노코필립스 등 엄청난 규모의 석유, 천연가스 기업들이 휴스턴에 주요 국제 본부를 두고 있다.

중후장대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과 반도체에 밀려 구식 기술로 취급받기도 했으나, 탄소중립(Net-Zero)을 향한 주요국의 정책적 드라이브와 함께 기업들의 ESG 경영이 급부상하면서, 에너지 시장은 그린에너지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거나이즈가 만난 에너지 기업들의 고민은 은퇴자의 지식 관리였다. 세계는 여전히 에너지의 약 80%를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지만, 화석 연료 업계는 신규 입사자 대비 은퇴자가 더 많다. 석유공학 관련 일자리의 연봉은 엄청나게 높지만, 새로 진입하려는 인재가 없다. 지식을 제대로 인수인계할 사람이 없는데, 은퇴 예정자들의 정년이 계속 다가오고 있어 해결 방법을 빠르게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올거나이즈의 인지 검색은 엑셀, 워드, PPT 등 다양한 형태의 사내 문서를 업로드하면 이 지식 베이스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준다. 일상적인 질문 형태로 물어볼 수 있고, 정확한 단어가 아닌 유사한 단어로 묻거나 오타가 나도 답을 찾아주기 때문에 신규 입사자들이 업계 용어 및 기업에 특화된 축약어를 모르더라도 답을 찾아줄 수 있다. 일기장을 통해 과거의 나와 현재에 대화할 수 있는 것처럼, 수십 년간 일해온 선배 엔지니어의 문서를 통해 현재의 초짜 엔지니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사한 질문도 답을 찾아주는 올거나이즈의 인지 검색 솔루션 /사진=올거나이즈

오지에 있는 석유, 가스 채굴 현장에서는 환경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반드시 본사와 커뮤니케이션해서 가이드라인에 따라야만 한다. 긴급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혹시나 통신에 문제가 생기거나 연결 과정이 늦어진다면 손해는 막심해진다. 그래서 한 에너지 기업은 올거나이즈의 인지 검색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태스크봇(B2B용 챗봇)을 도입하려고 PoC(기술 검증)를 진행 중이다. 본사의 복잡한 컴플라이언스나 가이드라인 중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정답을 찾아줄 수 있다면 이 또한 확장된 개념의 디지털 트윈일 수 있다.

디지털 트윈 개념은 제조에 적용되면서, 자동차 산업과 발전 장비, 도시 기획에 이르기까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에 널리 쓰이고 있다. 디지털 트윈을 자산, 장비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조직의 재편까지 가져오는 통합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일로 본다면 무형의 지식과 노하우, 업무 프로세스 또한 디지털 트윈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회사도 ChatGPT 같은 AI를 쓸 수 있을까?

앞서 말한 오픈 AI의 GPT-3는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거대 언어 모델이다. 거대 언어 모델은 한번 학습시키는 데에만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이를 모든 회사에서 다 쓸 수는 없다.

그런데 은퇴자의 지식을 전수하거나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잘 알고 대답하는 수준의 AI 모델이 필요하다면? 굳이 거대 언어 모델을 직접 개발하고 훈련할 필요는 없다. B2B 영역에서는 적정하게 미세 조정된 솔루션이 우리 회사의 데이터에 맞게 지속적으로 조금씩 훈련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리 레시피의 ‘간이 맞게끔’과 비슷한 ‘적정성’이 핵심인데, 이는 수많은 실전 데이터로 다져진, 실제 기업들을 위한 상용화 솔루션을 내놓은 곳이 잘 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앞으로 수많은 버티컬 AI 기업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창수 | 올거나이즈 대표

KAIST 컴퓨터 사이언스 석·학사를 졸업한 이창수 대표는 AI 분야 연쇄창업자입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2010년 데이터 분석업체 파이브락스를 창업해 4년 만에 미국 탭조이에 매각한 뒤 탭조이의 수석부사장으로 일했습니다. 업계에서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탭조이에서 일하던 중 또다시 회사를 뛰쳐나와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올거나이즈를 창업했습니다. 올거나이즈는 인지검색 솔루션과 답변봇 ‘Alli(알리)’로 기업 고객과 직원의 검색 시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인지검색 솔루션은 사용자가 질문하면 AI가 문서에서 답을 찾아주는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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