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캐릭터 영화"···'유령' 이하늬 열고 설경구 매듭지은 장르물(종합) [SE★현장]

추승현 기자 2022. 12. 1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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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현우, 박해수, 박소담, 이하늬, 설경구와 이해영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서울경제]

영화 ‘유령’이 일제강점기 인물들의 얼굴을 통해 스타일리시한 첩보 액션을 그렸다. 뜨거운 온도로 캐릭터 면면을 가깝게 관찰한 이해영 감독표 장르물이다.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유령’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와 이해영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은 이들이 외딴 호텔에 갇히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용의자들은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진짜 유령은 멈출 수 없는 작전을 펼치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작품 속 유령은 항일단체인 흑색단이 도처에 심어 놓은 스파이를 부르는 말이다. 이 감독은 제목을 ‘유령’으로 정한 것에 대해 “간결하고 명확한 느낌이면서 호기심이 드는 제목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야기가 시작된 지점, 지향하는 것까지 함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속 암호명, 작전명이기도 하다. 독립을 위해 싸운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며 “한 단어로 녹이며 힘이 있는 제목”이라고 말했다.

‘유령’은 장르물이다.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으로 누가 유령일지 관객을 교란시키는 밀실 추리극이다. 설경구는 “우리가 접했던 (시대물) 영화와 차별화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고증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장르적인 면에서 많이 끌렸다”며 “기존의 항일 영화와 다른 색감이 나올 것 같았다”고 했다. 이하늬 역시 “시대물보다 완벽한 장르물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누가 유령일까’라는 것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영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제작보고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1930년대 배경을 선택한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다. 이 감독은 “우리가 갖고 있는 감정을 안고 볼 수밖에 없는 배경이지 않나. 무게감과 책임감을 가져야 했다”며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기록을 보면 그들의 투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느껴진다. 뜨거운 온도를 영화에 잘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 소통하려면 영화의 본분인 오락적 재미, 장르적 요소를 잘 구현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역사와 영화적 상상의 결합은 또 다른 이야기를 낳았다. 이 감독은 “실제 존재한 기록에 의존하면서 이야기를 쓰진 않았지만 역사의 씨앗을 계승하고 싶었다. 1933년 흑색공포단이라는 단체가 해외 3대 의거라는 것을 기반으로 두고, 이 활동이 상해에서 멈춘 게 아니라 경성 내에서도 이어졌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넣었다”며 “실체를 알 수 없어 기록에 남지 않은 유령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배우 서현우, 박해수, 박소담, 이하늬, 설경구가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김규빈 기자

메가폰을 잡은 이해영 감독은 전작 ‘독전’으로 충무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배우들은 입 모아 이 감독을 믿고 ‘유령’을 선택했다고 할 정도. 설경구는 “이 감독이 ‘독전’에서 상업 영화의 냄새를 맡은 것 같아 이때 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장난스럽게 그를 치켜세웠다. 이하늬는 “기술 시사를 할 때 작품을 봤는데 이 감독이 하고 싶은 걸 다 했다는 걸 느꼈다. 이해영 표 시대물이지만 장르물인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여 기대감을 높였다.

이 감독은 모든 캐릭터에 힘을 줬다. 그는 “‘독전’은 스타일리시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공표였는데, ‘유령’의 목표나 지향점은 제대로 된 캐릭터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함께할 수 있을 때나 각자의 캐릭터가 앙상블 이뤄지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며 “스타일이나 미장센은 수단에 불과하다. 관객들이 캐릭터의 감정을 잘 느낀 다음에 왠지 영화가 멋있다는 걸 느끼면 내가 할 소임을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설경구가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배우 이하늬가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설경구는 경무국 소속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 역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그는 “쥰지는 앞길이 창창한 군인이었는데 좌천이 되고 예전의 명성을 되찾으려고 한다. 야망이 큰 인물”이라며 “쥰지는 용의자이자 유령을 궁금해한다. 속을 잘 알 수 없는 인물로 그려졌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이하늬는 총독부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담당, 박차경을 연기했다. 박차경은 유령을 잡기 위해 총독 취임식 관련 가짜 전문을 내려 보낸 카이토(박해수)의 덫에 걸려 호텔에 감금된다. 이하늬는 “그동안 웜톤에 가까운 캐릭터를 했는데 차경은 쿨톤의 캐릭터”라며 “안에 정말 많은 슬픔이 용광로처럼 있는 인물이다. 대의명분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념을 따르려 한다”고 말했다.

박소담은 도발적인 매력의 총독부 정무총감 직속 비서, 유리코를 연기했다. 유리코는 조선인임에도 총독부 실세인 정무총감 비서 자리까지 오른 야심가이자 수완가다. 박소담은 유리코에 대해 “가둬둘 수 없는 인물이다. 바람처럼 어디든 갈 수 있는 캐릭터”라며 “나도 시나리오를 읽으며 그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할지 궁금해졌다. 모든 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했다.

배우 박소담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배우 박해수가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신임 총독의 경호대장, 다카하라 카이토 역을 맡은 박해수는 모든 분량을 일본어로 소화했다. 카이토는 스스로 자격지심과 명예욕도 있는데 유령을 찾기 위해 함정수사하는 인물. 박해수는 “일본어로 연기하는 게 너무 두려웠다.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서 정말 하고 싶었는데 배우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루 이틀 밤새도록 연습했는데 안 돼서 설경구 선배에게 전화했더니 감독님과 만나보라고 하더라. 감독님이 한 걸음 다가와 주면서 바로 믿음을 줘서 수능 준비하듯이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감독은 “언어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나도 선뜻 제안할 수 없었다. 박해수의 전작을 모두 봤는데 사무실에서 보는 순간 입덕하게 됐다. 멋있고 굉장히 성실해 보였다”며 “분량이 엄청 난데 짧은 시간 동안 본인 것만 한 것이 아니라 전체 시나리오의 일본어 대사를 외웠다. 이 영화를 구원해 줘서 고마워서 수호천사라고 했다”고 고마워했다.

서현우는 통신과 암호 해독 담당인 천은호 계장을 연기했다. 천 계장은 조선인이지만 일본어와 암호 체계에 능통한 전문가로, 호텔에 감금된 후 카이토의 명으로 유령이 동료들에게 보낸 암호문을 해독한다. 그는 유령이란 혐의를 벗기 위해 다른 사람을 고발하려 갖은 애를 쓰기도 한다. 서현우는 캐릭터를 위해 체중 증량까지 했다고. 이 감독과는 ‘독전’ 이후 두 번째 만남인 그는 “‘독전’ 때는 내가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은데 다른 작품으로 기회를 줘서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난 계속 연기적으로 이상한 선택을 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믿어줬다”고 귀띔했다.

배우 서현우가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이 감독은 작품이 포인트로 배우들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랑하고 싶은 건 배우들뿐”이라며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오랫동안 배우들의 매력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령’의 시작은 이하늬였고, 캐스팅 앙상블의 결승점은 설경구였다. 설경구를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썼다”며 “당신을 원한다고 한 내 손을 잡아줘서 고맙다”고 해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하늬는 작품의 퀄리티를 강조했다. 그는 “이 감독이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고, 어떤 미장센으로 항일 운동을 담았는지 볼 수 있다. 한국 영화의 퀄리티 놀랄 것”이라며 “2시간 동안 이어진 스릴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고 말했다. 아직 완성본을 보지 못했다는 설경구는 “이하늬의 말을 들으니 더욱 궁금해졌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내년 1월 18일 개봉.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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