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된, 프로야구 ‘샐러리캡’···3년 뒤 운명, 아무도 모른다

안승호 기자 2022. 12. 1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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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스토브리그 관련 이미지. 경향신문 DB



내년 시즌 시행되는 KBO리그의 ‘샐러리캡 ’ 도입 취지는 ‘부자 구단’의 선수 독점을 막자는 것이었다. 또 ‘선수 몸값’이 기준선 이상으로 뛰어오르는 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하자는 뜻이었다.

당초 KBO와 각 구단들이 ‘샐러리캡’ 도입을 추진할 때만 하더라도 예측이 어려웠던 현상들이 이어지고 있다. 비FA를 포함한 초장기 계약이 줄을 잇는 것이 그중 하나다. SSG가 샐러리캡 도입을 앞둔 지난 시즌 사전 대비 차원에서 박종훈, 한유섬, 문승원(이상 5년) 등과 비FA 다년계약을 한 뒤로 올해는 NC가 구창모(7년), 롯데가 박세웅(5년)과 비FA 다년계약을 하면서 새로운 흐름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또 FA 박민우는 원소속팀 NC에 최대 8년 계약에 잔류했고, FA 채은성은 한화와 6년 계약을 하며 이적했다.

앞서 4년짜리 FA 계약 연수가 보편화됐던 것은, 4시즌 뒤 자격 재취득 요건이 부여되기 때문이지만 일반적인 선수 전성기에 대한 통념도 녹아든 결과였다. 그러나 A급 선수를 묶는 과정에서 ‘샐러리캡’에 따른 기간 내 총액 설정에 제한이 생기자 각 구단은 우선 ‘계약 연수’로 돌파구로 찾고 있다. 장기 계약으로 총액을 늘리는 대신 연간 연봉 집중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A구단 단장은 “처음 샐러리캡을 논의할 때만 하더라도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다. 향후에는 또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 적용되는 샐러리캡 114억2638만원은 2025시즌까지 3년간 적용된다. 당장 올겨울에는 SSG와 LG, 삼성, NC 등 몇몇 구단만이 샐러리캡 압박을 받았지만 기존 샐러리캡 시효 기간이 끝나가는 2~3시즌 뒤에는 거의 모든 구단이 샐러리캡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일단은 지배적이다.

당초 샐러리캡은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생태계를 정돈하는 ‘약’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생태계를 흔드는 괴물이 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샐러리캡 을 꽉 채운 구단이 해당 기간 내 우승이라도 하면, 그 다음해 주요선수 연봉 인상 과정에서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B구단의 실무 책임자는 “단 한 구단도 샐러리캡을 위반하지 않고 3시즌이 지나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단들은 아마도 샐러리캡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2년 연속 위반해 지명권(9단계 하락)을 내주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라며 “한 해는 위반해 제재금을 내더라도 그 다음 해에는 지키기 위해 선수 계약 구조도 한해는 많고, 한해는 적은 ‘퐁당퐁당식’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A급 선수 계약에 맞춰 전체 연봉이 설계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B,C급으로 분류되는 선수는 전만큼도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A구단 단장은 “샐러리캡 구조상,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단 이번 샐러리캡 제도는 향후 3년간은 생존한다. 10개 구단은 3년 뒤 재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이번에 적용된 것처럼 10구단 40인 연봉 총액 평균의 120% 규정을 포함해 세부안 모두가 재논의 대상이다. 어쩌면 부작용만이 파생적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3년이 마지막 수명일 지도 모른다.

B구단 단장은 “3년 뒤에도 샐러리캡 지속 여부를 지금 얘기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변수가 있지만, 버티지 못하는 구단들이 많아지면 폐지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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