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가 입은 검은 옷은?…카타르 국왕의 배려

리오넬 메시(오른쪽)가 19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시상식에서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가운데)에게 검정색 망토를 선물받아 입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의 라스트 댄스는 축구 황제의 대관식이나 마찬가지였다.

메시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정상에 오른 19일 시상대에서 입은 정체불명의 검은 옷도 같은 의미가 담겼다.

메시는 이날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려 3-3 무승부를 이끈 뒤 승부차기에서도 1번 키커로 골을 성공했다. 메시의 활약 속에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월드컵 우승을 이끈 활약상을 인정받은 메시는 골든볼(MVP)을 수상한 뒤 아르헨티나 선수단 주장 자격으로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메시는 트로피를 들기 직전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으로부터 검정색의 망토를 선물받았다. 검정 바탕에 금색 장식이 눈에 띄는 이 망토는 알타니 국왕이 입은 옷과 같았다.

메시가 유니폼 위에 걸친 이 옷은 아랍 문화권의 전통 의상인 비슈트였다.

카타르에선 국왕이 항상 착용하는 이 옷은 유독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던 메시가 무관에서 벗어난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풀이됐다. 메시도 갑작스럽게 선물받은 옷을 입은 채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즐거운 순간을 보냈다.

다만 카타르가 순수한 의도로 메시에게 비슈트를 입힌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BBC 해설자 게리 리네커가 “그들이 메시의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가린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개최국 카타르가 중동 지역에서 열린 첫 월드컵의 흔적을 마지막까지 남기는 수단으로 비슈트를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결승전이 열린 이날은 카타르의 통일을 기념하는 국경일(12월 18일)이라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이번 월드컵 우승 사진에선 중동 지역에서 대회가 열렸다는 것이 기억될 것”이라면서도 “메시는 이 옷을 받았고, 입는 것은 그의 결정이었다. 중동 지역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하는 순간 이 옷을 입은 것은 영광일 것”이라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