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죽다 살아나..영혼 갈았다"…'유령' 설경구→박소담, 앙상블이 만든 'K-첩보' 신기원(종합)

조지영 2022. 12. 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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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유령'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유령'은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항일 조직이 조선총독부에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아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그곳을 탈출하기 위한 시도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용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12.19/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뼈와 영혼을 갈아 넣었다. 역사적 상상을 기반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이 어우러진 한국판 첩보 스파이 액션 영화가 새해 첫 관객을 맞을 준비에 나섰다.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스파이 액션 영화 '유령'(이해영 감독, 더 램프 제작).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유령'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경무국 소속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 역의 설경구, 총독부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 담당 박차경 역의 이하늬, 총독부 정무총감 직속 비서 유리코 역의 박소담, 신임 총독의 경호 대장 다카하라 카이토 역의 박해수, 통신과 암호해독 담당 천은호 계장 역의 서현우, 그리고 이해영 감독이 참석했다.

항일단체 흑색단이 도처에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을 색출하는 과정을 다룬 '유령'은 조선인과 일본인이라는 국적은 물론 항일과 친일이라는 이분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대가 그어 놓은 한계를 뛰어넘는 각자의 이유와 뚜렷한 개성으로 의심과 견제, 대립과 연대, 반격을 오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잡아야 하는 자'와 '의심을 뚫고 살아 나가야 하는 자들' 그리고 '들켜서는 안 되는 진짜 유령들'의 미묘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로 2023년 새해 극장의 포문을 열 기대작이다.

특히 '유령'은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역대급 앙상블로 관심을 끌었다.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까지 193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새로운 변신을 예고한 것.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이들 사이의 엇갈릴 목적과 이해관계, 공존이 불가능한 긴장 관계로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이날 이해영 감독은 "어려운 시대고 큰 책임감이 필요한 시대이다.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자료를 보면 그들의 투지와 투쟁이 느껴졌다. 내가 받았던 찬란한, 그 뜨거운 온도를 영화에 잘 담아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여기에 영화적인 장르적 요소를 담아 관객에게 잘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유령'이라는 제목에 대해 "관객이 처음 들었을 때 간결하고 명확한 느낌이 들면서도 동시에 호기심이 드는 제목이 필요했다. '유령'이라는 단어 안에 이야기가 시작됐던 지점, 목표하는 지점을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독립을 위해 싸웠던 이들 전체를 담은 이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유령'을 선택한 배우들은 저마다 이해영 감독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먼저 설경구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다룬 많은 영화가 있는데 그런 영화들과 차별화되길 바랐다. 그런데 이해영 감독이 처음에 장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증을 무시하는 게 아닌 장르적 재미에 집중했다는 것에 기대를 많이 했다. '독전'(18)에서 이해영 감독이 상업 영화의 맛을 들인 것 같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라는 간사한 마음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하늬는 "시대적 배경보다 완벽한 장르물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누가 유령일까 알고 보면서도 모르겠는 작품이었다. 워낙 스릴러적인 장르물을 잘하는 감독이지 않나? 믿고 작품에 들어왔다. 설경구, 박해수, 서현우, 박소담 등 좋은 배우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인생에서 투자할만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술 시사로 미리 영화를 봤는데 이해영 감독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했다. 이해영 표의 시대극이지만 장르물을 완성도 있게 만든 것 같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15, 이하 '경성학교')에 이어 '유령'으로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박소담은 "이해영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있게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 '경성학교'를 이해영 감독과 같이 했다. 정말 잘 모를 때였는데 이해영 감독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줬다. 현장에서 배운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알게 됐다. 무표정에도 다양한 감정이 있다는 걸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박해수는 "처음 '유령' 시나리오를 제안했을 때 카이토 역할 위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너무 영화 같은 캐릭터고 현실성이 있는 캐릭터였다", 서현우는 "설경구의 팬심으로 하게 됐다. '독전' 때도 호흡을 맞췄는데 다른 작품으로 기회가 와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대해 설경구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대가 나오는 영화는 처음 도전한다. 준지 자신도 야망이 큰 인물이다. 용의자이자 유령이 누군지 알고 싶어하는 캐릭터다. 야망이 센 인물이지만 쥰지 자신도 잘 모르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로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하늬는 "내가 이번 작품에서 연기한 캐릭터는 완전 쿨톤 캐릭터다. 그동안 웜톤 캐릭터를 연기해왔는데 이번 캐릭터는 내면에 용광로처럼 슬픔이 가득한 인물이다. 내면이 모두 타버린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고 사랑하는 이념이기 때문에 따라가게 되는 인물이다. 시대극을 만나면 배우로서 더 깊은 아픔과 화를 들어갈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박소담은 "조선인이지만 총독부 실세다. 굉장히 당차고 과감한 인물이다. 비록 호텔에 갇혀있지만 유리코는 가둬둘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바람처럼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캐릭터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유리코가 어디로 갈 지 궁금해졌다. 많은 분에게 소리도 지르고 당차게 구는 캐릭터라 재미있으면서도 떨리기도 했다. 다음이 기대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며 "예측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어렵기도 했지만 더 재미있기도 했다. 뭐든 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뭐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제안해준 이해영 감독에게 너무 고맙다. 전작에서는 누군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쳐다보며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하늬는 "박소담이 아니면 저런 결이 나올 수 없는 캐릭터였다. 강단있는 캐릭터가 정말 박소담과 잘 맞았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박해수의 100% 일본어 대사 도전도 파격적이다. 박해수는 "감사하게도 자주 관객을 만나고 있다. 모든 역할이 주는 다층적인 심리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카이토는 명예를 중시하는 군인이다. 자격지심, 명예욕이 있는 캐릭터다. 100% 일본어 연기를 도전했는데 내게 긴 여정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두려웠다. 역할이 하고 싶어 도전했는데 존경하는 동료 배우에게 피해가 될까 걱정이 컸다. 하루 이틀 연습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이해영 감독이 한걸음 다가와줬다. 거절하려고 했는데 바로 믿음을 줬고 이후에는 올림픽 나가듯 혹은 수능 공부하듯 일본어 대사를 연습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에 이해영 감독은 "만나는 순간 입덕하고 싶을 배우였다. 굉장히 성실한 배우였다. 박해수가 맡은 역할은 분량이 정말 많다. 2주 정도였는데 엄청난 일본어 대사를 전체 시나리오의 모든 일본어 대사를 다 외웠다. 모든 순간 감정을 느끼고 진짜로 만들어 냈다. 촬영 중간에 손을 붙잡고 '이 영화를 구원해줘서 고맙다'며 수호천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감탄했다.

파워풀한 액션을 소화한 이하늬의 고군분투 역시 눈길을 끌었다. 이하늬는 "죽다 살아났다. 그동안 액션을 종종 도전했지만 '유령'처럼 이렇게 많이 액션을 소화한 적이 없었다. 총기 액션이 많이 있어서 더 힘들었다. 실제로 실탄 사격장 가서 연습도 하고 장총도 들어봤다. 어디가서 체격이 약하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도 총이 굉장히 무겁더라.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딸을 출산 후 '유령'으로 컴백한 이하늬는 "갑자기 배우 행세를 하는 것 같아 낯설다. 2년 전부터 시작해 만 3년 만에 개봉을 하는 작품이다. 모든 배우, 감독이 뼈를 갈아 넣은 작품이다. 감회가 새롭다"고 웃었다.

지난해 연말 갑작스러운 갑상샘 유두암 수술 후 회복차 활동을 중단했던 박소담은 "많은 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했다. 항상 몸도 마음도 건강하자는 이야기를 팬들한테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죄송했다. 지난해 이 시간에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수술 후 누워 있었다. 지난해의 연말과 올해의 연말이 내게 정말 다르다. '유령'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쁘다. 그래서 손에서 땀이 날 정도로 긴장된다. 감독, 선배들과 오랜만에 만나 기쁘기도 하다. 또 다른 시작인 것 같다. 힘든 시기에 만난 작품이다. 그때 '유령'을 제안받아서 용기를 받았다. 심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에 만난 작품이다. 너무 좋은 선배들을 만나 행복했다"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유령'은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 등이 출연했고 '독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23년 1월 18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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