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금리에 중소기업 비명..."흑자 줄도산은 막아야"

민동훈 기자 2022. 12.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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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 사진 제공=한국산업단지공단


#1. 경기도 소재 물류·운송업체 A사는 항만부지 입찰을 통해 물류창고 신축을 진행하고 있으나 레고랜드 사태 이후 투자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진행이 모두 막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원금 상환유예를 받고 있으나, 내년 채권시장도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거래 중인 금융기관들이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형국이다.

#2. 충남 소재 중소 식품제조업체 B사는 코로나19(COVID-19) 시기에도 상환유예를 신청하는 것보다 꾸준히 이자를 갚는 게 낫다고 판단해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 최근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은행에 문의하니 현행 제도는 기존 지원을 연장하는 개념이라 신규 신청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장 대출상환 연체를 피하기 위해 유예가 필요한 기업들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1년새 치솟은 금리로 인해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의 흑자도산은 막아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효과와 경기둔화 추세 속에서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해줬던 지원 제도가 내년 9월이면 종료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지원대신 빚을 꼬박꼬박 갚아온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환경이 더 안좋아 지더라도 정부의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새롭게 받을 수 없게 되는 만큼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최근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674개 중소제조 상장사를 대상으로 부채상황 분석결과,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3.9%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20.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총부채 역시 10.4% 늘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즉 흑자는 실현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이자와 부채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부진 탓에 재고자산 증가율도 작년 3분기 10.0%, 올해 3분기 15.6%로 계속 상승추세이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유예'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동안 4차례 종료를 연장해왔으나 금융시장의 부실을 우려해 내년 9월에는 종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업들도 대응책을 모색 중이나 그동안 높아진 금리에 경기둔화가 겹쳐 걱정이 커지고 있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96건의 기업애로 사례를 분석하여 유형을 분류한 결과, 첫째로 그동안 꾸준히 부채를 상환해 왔으나 최근 급격한 유동성 악화에 빠진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금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이용하지 않은 기업은 지난 9월 연장된 정부 조치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당장 정책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만기연장이나 상환유예 조치를 통해 당장은 고비를 넘겼더라도 결국 고금리 때문에 실질적인 부채상환 부담이 커진 기업들도 애로를 호소한다. 당국의 지원 대상 갱신 시 현재 재무상태 및 상환능력을 바탕으로 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에 이미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중소기업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상환유예 지원이 내년 9월 종료 예정인데 경기는 내년이 더 안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유예됐던 이자와 원금을 못 갚을 위기에 처한 기업들도 다수다. 상환유예의 경우 내년 9월까지 연장이 가능한데 내년 3월까지는 금융기관과 향후 상환계획을 협의해야한다. 그 사이에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이자나 원금 상환이 힘든 기업들은 채무조정을 받아 사실상 부실기업의 낙인이 찍히게 되는 것이다.

기업들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이후에 채무조정절차 신청에는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감면·분할상환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채무조정 대상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워지는 등 금융활동에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스스로 채무조정을 선택할 유인이 낮은 것이 이유다.

대한상의는 내년 상반기에 기업들이 최악의 자금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금년 7월과 10월, 하반기에만 두 차례의 빅스텝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금리인상의 효과는 통상적으로 6개월∼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나타나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경기둔화 추세 속에서 정부는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지원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 부채와 자금애로 상황의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연착륙시키는 것이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숙제인 것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올해가 금리인상기였다면 내년은 고금리가 지속될 시기"라며 "이제는 경제상황을 고려한 금리정책을 검토하고, 법인세 인하, 투자세액공제 등 보다 강력한 시그널로 기업들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환유예 지원이 장기간 지속해온 만큼 경기가 살아나고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충분한 대응시간을 줘야 한다"면서 "기술력과 복원력을 갖춘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자율적 원리금 유예나 중진공·기보·신보 등을 통한 저금리 대환대출 등 다양한 연착륙 지원조치를 마련해야한다"고 밝혔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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