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결산] 2022 PBA도 '외인 강세'...5개 투어에 外 챔피언만 '7명'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올 시즌 9개투어 중 5개를 넘어왔다.
지난 16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2'(5차투어)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남자부에서는 마민캄(NH농협카드)이 베트남 선수 최초 우승, 19개 투어만에 챔피언, 무관 기록을 모조리 깨며 기쁨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또한 여자부 LPBA에서도 일본의 히가시우치 나츠미가 프로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LPBA퀸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3차투어에서 우승컵을 든 히다 오리에(SK렌터카) 이후 일본선수로서는 통산 두 번째 우승 기록이다.
지난 6월 20일 개막전으로 열린 경주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1차 투어)부터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5차 투어)까지 총 5개 투어가 올해 6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이제 오는 29일부터 이듬해 1월 5일까지 열릴 6차투어에 이어 7~8차 투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 시즌 왕중왕을 가릴 '월드챔피언십'이 기다리고 있다.
■ 2022년을 밝히는 키워드 '무관'
무관이 특히 힘을 냈던 올해였다. 개 중에서도 외인 선수들이 유독 많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올해 개막전에서는 토종 강호인 조재호가 반짝 힘을 내 챔피언에 올랐다. 그러나 남자부에서의 국내 선수 우승은 여기서 그쳤다.
조금 아쉬운 사실은, 1~5차 투어를 통틀어 결승전까지 올라간 상대 선수(준우승자)들은 모두 국내선수였다. 얼마든지 파란을 일으킬 수 있던 토종의 저력은 아쉬운 뒷심에 묻혔다.
2차 투어인 하나카드 챔피언십부터는 외인 선수들의 강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해당 대회 챔피언은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가 차지했다. 상대는 이상대였다. 장장 3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차지한 우승이었다.
이후 TS샴푸 푸라닭 챔피언십(3차 투어) 챔피언은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가 김재근을 꺾고 네 시즌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시즌 세 번째 챔피언, 그리고 외인선수로서는 시즌 두 번째 우승자가 된다.
특히 TS샴푸 푸라닭 챔피언십은 남녀부 모두 외인 선수가 챔피언 반열에 올랐다. LPBA에서는 '일본 3쿠션 전설' 히다 오리에가 PBA-LPBA투어를 통틀어 일본선수 최초로 우승컵을 들게 된다.
4차 투어인 휴온스 챔피언십에서도 PBA는 외인 선수가 꽉 잡았다. 유달리 컨디션이 좋았던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가 '무명 돌풍'을 일으킨 김영섭을 꺾고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해당 전적만 뜯어봐도 토종 선수들 역시 충분히 우승을 휩쓸만하다. 문제는 상위권 무대에 대한 경험과 뒷심, 한 마디로 집중력과 멘탈 싸움인듯 보인다. 실제로 PBA 중계를 보며 응원하는 당구팬들에게서는 "이번에는 국내 선수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물론 우승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 선수가 이런 부분에 대해 특별히 강한 유전자를 타고난 것도 아닐 것이다. 국내 선수가 눈 앞에서 번번이 우승컵을 놓친다면 이를 톺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 '어1'= 스롱 피아비? (어쨌든 1위는 스롱 피아비)
외인 유입이 PBA에 비해 훨씬 적은 LPBA에서는 쟁쟁한 국내 여성 선수들이 많지만 그렇기에 더욱 선전이 필요하다. 올 시즌 5개 투어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투어는 하나카드 챔피언십(2차 투어)의 김민아, 휴온스 챔피언십(4차 투어)의 김가영 뿐이다.
'캄보디아 여왕' 스롱 피아비는 개막전 우승을 차지한 뒤 곧장 2차 투어에서 준우승까지 손에 넣었다. 우승 여부를 떠나 다음 투어 결승 무대까지 바로 진출한 점이 눈에 띈다.
2부투어, 3부투어가 없는 LPBA에서는 뉴페이스 유입이 현저히 적어 '무명 돌풍'을 일으킬만한 국내 선수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올해 1~5차 투어를 치르는 동안 그나마 무명이라고 할만한 LPBA 선수는 김마리 한 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PBA팀리그 소속의 유명 프로선수거나, 세계선수권 우승 출신의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하다. 히가시우치 나츠미 역시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린 큼직한 성과를 낸 선수다.
또한 LPBA는 결승전 근처에 갈수록 봤던 얼굴을 계속 봐야한다. 김가영, 스롱 피아비, 히다 오리에, 김민아, 김보미, 이미래의 대결 등 팀리그와 비슷한 느낌이 재현된다.
이는 대회 분위기에 어느정도 '고인' 사람이 결승 근처에 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남자부 PBA처럼 쿠드롱이 떨어지고 김욱이 올라오는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될 확률이 훨씬 적다. 자칫하면 신선도와 긴장감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이는 보는 사람 뿐만 아니라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 PBA 우승상금 '1억원'...LPBA는 1/5인 '2천만원'
현실적으로 당구라는 스포츠는 여성층보다는 남성층에게 더욱 친숙하고 활성화되어있다. 상금도 LPBA는 PBA에 비해 훨씬 적다. PBA는 우승 한 번에 1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 손에 떨어진다. 해외 남성 선수들이 끊임없이 PBA 무대에 도전장을 던지는 이유이며, 반대로 국내 LPBA 선수의 도전과 유입이 적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현재 기준으로 PBA 1위는 누적상금 1억3천750만원을 기록한 사파타, 2위는 1억1천250만원을 기록한 마르티네스가 올라있다. LPBA는 스롱 피아비가 올랐는데 2천850만원을 기록했다. PBA 1위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임을 알 수 있다.
LPBA 선수 중 한 명은 인터뷰를 통해 "여성 선수들이 LPBA에 진출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선택이지만, 수입에서 안정적인 면이 중요해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100여명이 훌쩍 넘는 여성 선수들 중 해외 선수는 고작 8명 남짓이다. 게다가 이 8명의 외인 선수들 중 2~3명이 결승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수입에 대한 목적이 뚜렷, 한 마디로 절박하거나 이미 수입을 떠나 자신의 커리어를 확고히 다지고 또 하나의 목표를 가진 선수들이다. 국내 선수들에게서는 그런 분위기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 부분을 의외로 보상 문제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프로스포츠로서의 당구 저변 확대를 위해 제도적인 장치에 대해 고민해 볼 시점이다. 새로운 국내 여성선수의 유입, 국내 선수의 선전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던 하나카드 주장 김병호는 "내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세계 여자 선수들이 다 몰려와도 한국 LPBA선수들에게는 모자란다"고 할 정도로 국내 선수들의 실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 마디로 해외 선수들에 비해 전혀 떨어지는 실력이 아니다.
이제는 스롱 피아비의 라이벌로 김가영만이 손꼽히는 당연한 분위기를 바꿔야한다. 여자부 상금이 성큼 뛴다면 또 다른 흥미로운 재능이 탄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돌풍과 흥미를 일으킬 '여자판 김욱', '여자판 해커'는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까? 점점 고여가는 LPBA의 분위기를 환기할 굵직한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5차투어 일정을 마무리한 프로당구 PBA는 19일부터 25일까지 광명 테이크호텔에서 '웰컴저축은행 PBA팀리그 2022-23'으로 다음 일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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