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기 된 연예대상, 받은 유재석도 대략 난감한 까닭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12. 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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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환경, 지상파 연예대상도 변화해야 한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방송사 연예대상을 놓고 논란이 시작됐다. 매해 누가 대상을 받았는가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누구는 무관이 되어 아쉽고 또 나눠 먹기식 시상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10년 전만 해도 연예대상은 지상파 예능의 한 해를 정리하는 축제의 분위기가 분명했고, 그 수상자들에 대한 대중적 공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연예대상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올해 그 첫 타자로 오른 <2022 SBS 연예대상>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상 후보에 오른 신동엽은 자신이 후보가 된 것에 기뻐하기보다는 "(<미운우리새끼> 아들들이 올라야 마땅하다"는 이야기를 내놨고, 이경규는 <편먹고 공치리>로 신설된 '베스트 캐릭터상'을 수상하면서 "살다 살다 이런 희한한 상은 처음 받아본다"는 농담을 덧붙였다. 다소간의 민망함을 농담 섞인 말들로 넘긴 것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 후보지명이나 수상에 대한 난감함이 들어있다.

이번 <SBS 연예대상>에서 이러한 수상의 난감함이 최고조로 드러난 건 역시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이었다. <미운우리새끼>와 <신발벗고 돌싱포맨>에서 활약한 탁재훈이냐, 오래도록 맏형으로 <런닝맨>에서 뛰어온 지석진이냐를 두고 갖가지 추측들이 쏟아져 나오며 두 사람 중 한 명의 대상 수상이 나올 것처럼 분위기를 몰고 갔지만 결국 대상은 유재석에게 돌아간 것. 상을 받은 유재석은 먼저 탁재훈과 지석진에 대한 미안함 마음부터 드러냈다.

사실 유재석조차 자신이 이번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탈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게 역력했다. 그가 "그동안 대상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느낌이 올 때가 있었는데 오늘은 전혀 아니었다"고 말한 건 <런닝맨>이 여전히 달리고는 있지만 뜨거운 프로그램은 더 이상 아니고, 올해에 특히 어떤 성과를 낸 건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주말 예능으로서 4%대(닐슨 코리아)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화제성도 떨어지는 <런닝맨>보다, 현재 SBS 예능을 대표하는 건 <미운우리새끼>에 가깝고(스핀오프로 <신발벗고 돌싱포맨>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새로운 예능으로는 지난해 시작되긴 했지만 <골 때리는 그녀들>이 더 주목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이 대상을 타게 된 데는 몇 가지 지상파 예능의 현실이 담겨 있다. 그 첫째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주목받은 참신한 프로그램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올해 SBS 예능은 <골 때리는 그녀들>이 시즌2로 돌아오고, <신발벗고 돌싱포맨>이 스핀오프로 세워지고 <편먹고 공치리>가 시즌4까지 방영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러니 한 해를 마감하는 연예대상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 줬던 프로그램에 또 상을 줄 정도로 해당 프로그램이 큰 성과를 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제 예능 프로그램의 주역이 출연자보다는 제작자인 PD나 작가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여전히 연예대상은 출연자 시상에 머물고 있어서다. 과거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시대에는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출연자들이 주역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누가 그 예능에 출연하는가가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관찰 카메라의 시대로 바뀌었다. 출연자보다는 어떤 콘셉트인가와 관찰 영상을 어떤 방식으로 편집해내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과거 지상파 예능의 정성시대에 리얼 버라이어티를 이끌었던,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김구라, 신동엽 같은 예능인들이 최근 들어 점점 그 역할이 애매해지고 있는 건 이런 트렌드 변화 때문이다.

셋째는 OTT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위상이 커지고 있고, 그래서 트렌드 역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현재 지상파 예능이 갈수록 존재감을 잃고 있는 문제다. 연예인보다는 일반인 출연이 더 익숙해지고, 표현 수위도 훨씬 높아진데다, 관찰 카메라의 다양한 방식들이 실험되고 있는 OTT 예능을 떠올려보면 지상파 예능은 여전히 출연자(연예인) 중심의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이러니 이들에게 포상하는 연예대상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공감받기가 어렵다.

유재석의 난감함은 사실 유재석 본인이 처한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그는 지상파 예능 방식의 정점을 찍었던 예능인이다. 하지만 현재 그가 지상파에서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과거만큼의 화제성을 잃고 있다. <런닝맨>도 그렇지만, <놀면 뭐하니?> 역시 과거 매회 쏟아지던 호평이 이제는 혹평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 역시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카카오TV 같은 OTT를 통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순 없는 일이다. 지금은 일반인 관찰 예능의 시대로 이미 들어와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의 시상식 틀에 머물러 있는 연예대상은 이제 일종의 '폭탄 돌리기'가 되어가고 있다. 누가 받아도 과연 받을 만 했는가 하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결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재석에게 계속 대상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그나마 안전한 선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엄밀히 말해 그간 유재석이 예능판에서 쌓아온 대중적 인기와 신뢰에 기대 소나기를 잠시 피하는 일일뿐, 제대로 된 시상이라 말하긴 어렵다. 상을 받아도 당사자가 기쁘기만 한 게 아니라, 그만한 부담감과 난감함 혹은 미안함이 나오는 이유다.

연예대상은 이제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는 매년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달라진 예능 환경이라면 거기에 맞는 한 해의 격려나 포상도 달라져야 한다. 올해 <SBS 연예대상>은 먼저 유재석 카드로 이 어려운 선택지를 넘겼지만 그 후폭풍은 만만찮다. 그렇다면 다른 지상파들은 어떨까. 마찬가지의 고민들을 안고 있지 않을까. 지금껏 해오던 연예대상에 어떤 변화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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