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주노총은 어쩌다 응원받지 못하는 언더독이 됐나
언더독이 아닌 훌리건 취급받는 현실
윤 대통령 지지율 회복 도우미
집단이기주의 벗어나 비정규직 노동자에도 관심을
국민적 응원 이끌어낼 자기혁신과 결단 절실
전세계 축구팬들을 한달 동안 환희와 감동에 몰아넣었던 카타르 월드컵 우승컵은 아르헨티나의 품으로 돌아갔다.
월드컵 기간 내내 가장 감동을 준 팀은 단연 모로코이다.
사람들은 보통 약자가 강자를 이겨주기를 응원한다. 언더독(underdog) 현상이다.
모로코는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가 분명했다. 축구 변방인 아프리카국 최초의 4강 진출인데다 과거 식민지배를 받은 역사 때문에 세계팬들의 응원을 받았다. 한국인의 응원은 물론이다.
언더독은 스포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 문화 등 어느 분야에나 있다.
1995년 출범한 민주노총은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이고 뿌리를 찾아가면 민주화에도 지분이 있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을 분명 한국사회와 경제구조에서 기득권층의 아래에 깔려있는 언더독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민주노총은 더 이상 소외되고 억눌린 자가 아니라 노동권력을 바탕으로 자기 밥그릇에만 치중하는 이익단체로 변했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깨는 폭력집단이라는 주홍글씨까지 새겨졌다.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을 대변해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보다 높이기 위한 본질적 투쟁에 순수했다면 국민들은 민주노총을 여전히 동정하고 응원했을 것이다.
또, 비정규직과 계약직, 촉탁직 노동자 등 민주노총에 회비를 내지 않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대변했다면 이토록 외면받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얼마나 민심에서 멀어졌는지는 최근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의 파업에서 잘 드러났다.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는 윤석열 대통령과 "민폐노총 손절이 민심"이라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거친 발언이 국민의 공감을 받는 지경이 됐다.
취임 이후, 20%대 후반과 30% 초반에 머물런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19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41.1%까지 회복됐다.
윤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강경하고 원칙적인 대응을 강조한 것이 지지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에 민주노총이 도우미 역할을 한 셈이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접고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도 이같은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화물기사들이 졸린 눈을 비벼가며 밤샘운송을 해도 한달에 손에 쥐는 수입은 쥐꼬리만하다는 사실을 호소해도 국민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국민들은 더 이상 민주노총을 약자나 의인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소속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다고 건설현장에서 행패를 부리고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모습 때문에 반사회적 집단으로 낙인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지극히 반문명적이고 비인간적인 단어가 나와도 국민들은 분노하기 보다 정부에 응원을 보냈다.
민주노총이 어쩌다 언더독이 아닌 훌리건이 됐는지 스스로 냉엄하게 돌아볼 때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이 노동귀족, 노동권력으로 매도되고 북한 핵과 동급으로 취급되는 한국사회의 노동환경은 분명 건강하지 않은 것이다.
경제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완화하는 가교로서 한국사회에서 민주노총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반노조 정서를 해소할 책임이 우선 민주노총에 있다.
민주노총은 단순한 밥그릇 싸움과 집단이기주의를 넘어 사회안전망 구축 등 공공성을 위한 연대 강화에 더 주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총 출범 당시 초심을 찾아 소속 노동자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자기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주노총이 응원받지 못한 이유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감동으로 승화시켜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다시 응원받기 위한 자기혁신과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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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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