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우크라, 점령지 놓고 러와 협상해야"…우크라 "푸틴 승리될 것"

정윤미 기자 2022. 12. 19. 11: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키신저 제안에 반발한 우크라 "자국 영토 희생한 협상, 나쁜 평화"
키신저 "러, 반세기 넘게 힘의 균형 기여…러 '완전 무력' 원치않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국무부 창립 23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미·소 냉전의 산증인이자 국제정치학계의 대부 헨리 키신저(99) 전 미국 국무장관이 '파괴적인 또 다른 세계대전 발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이제는 우크라이나에서 평화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18일(현지시간) 키신저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그는 이번 전쟁의 본질도 세계 질서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 아무것도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전 국무장관이 요구하는 해결책은 단순하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일부 영토를 희생해 침략자(러시아)를 달래면서 동유럽 다른 국가들에 대한 불가침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단순한 해결책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은 분명하게 기억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영토를 희생해 악마(러시아)와 그 어떤 협상은 나쁜 평화고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리이자 전 세계 독재자들의 성공 비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키신저 전 장관은 전날 영국 주간지 더 스펙테이터 최신호에 '또 다른 세계 대전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침공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동맹의 노력에 대한 지지를 거듭 표명했다"면서 "그러나 이미 달성한 전략적 변화를 바탕으로 이제는 협상을 통해 평화를 위한 새로운 구조로 통합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평화 프로세스는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연결해야겠지만 급하다"며 "중립의 대안은 특히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한 이후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지난 5월 나는 이번 전쟁이 발생한 국경 지역을 따라 휴전선을 설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했다.

그 결과 "러시아는 크림반도(크름반도)와 같이 거의 10년 전에 차지했던 영토를 제외하고 개전 이래 점령한 지역들을 토해낼 것"이라며 "이 영토들은 휴전 이후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24일 개전 이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약 5분의 1을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합병지역을 자국 영토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름반도를 포함해 러시아군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9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4곳에 주민투표를 강행 자국 영토로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그 즉시 반발하며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헤르손은 지난 10월 다시금 해방됐다.

아울러 키신저 전 장관은 "일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완전 무력해지길 바라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폭력 성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지난 반세기 넘도록 세계 균형과 힘의 균형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역사적 역할이 저하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좌절해도 지배적인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특히 핵무기를 포함해 러시아를 무력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러시아 정권의 해체를 추구하려는 욕망은 전 세계에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리처드 닉슨(1969-1974)·제럴드 포드(1974-1977) 전 미 대통령 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내며 1970년대 동서 진영 간 데탕트(긴장완화)를 설계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공로로 197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2000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집권한 이래 수차례 만난 바 있다. 한편 그는 사상과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자국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현실주의적 행보로 각 진영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younm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