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e스토리] 군필 현역에서 LPL 감독까지, 중국 무대 도전하는 '조커' 조재읍
한국에서 군대는 남성들의 삶에 하나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조커' 조재읍 역시 전역 이후 프로게이머에 도전해 팀을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최상위 리그인 LCK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끌어올린 팀이 강등 위기 상황에 빠지자 선수에서 코치로 전향하고 LCK 잔류를 성공시켰다.
비록 조재읍 코치는 리브 샌드박스 시절 팀을 LCK 결승이나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시키지는 못했지만, 시즌 초만 해도 힘들어 보이던 소속팀을 두 해 연속 시즌 막판 누구나 만나면 경계해야 할 팀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리그 최고의 공격 성향을 보이며 이 팀이 어떤 팀인지 다들 기억하게 했다.
시즌 중 조재읍 코치는 이러한 팀의 공격적인 성향에 대해 "어떻게 되든 결과는 같으니 뭔가 바꿀 수 있도록 했고, 그게 공격적인 모습"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러한 조재읍 코치의 모습은 해외에서도 그를 주목하게 했고, 결국 2023시즌 IG는 조재읍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선수 조재읍에서 코치 조재읍, 그리고 이제 감독 조재읍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무대에서 계속 활동하게 될 그를 출국 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까지 LCK팀에서 코치로 활동했는데, 2023년 시즌부터 중국 IG 감독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2022 LCK 시즌이 끝난 후 리브 샌드박스와 계약을 종료하고 잠시 쉬는 중에 IG에서 먼저 제게 연락을 줬습니다. 팀에서 이미 저에 관해 많이 알아본 상태였고, 그래서 감독직을 제안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좀 하고 제의를 수락해 내년에는 중국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IG에서 어떤 면을 좋게 보았는지 궁금하네요
경기 후 인터뷰를 본 거 같고, 제가 있을 때의 리브 샌드박스 경기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했던 듯합니다. LCK에서 샌드박스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계속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고, 그래서 경기를 뒤집은 경우도 많았죠. IG는 팀을 공격적인 방향으로 만들려고 했고, 그런 팀의 방향성과 제가 추구했던 경기 내 모습이 맞다고 생각했기에 제게 감독직을 제의한 거 같고요.
중국어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합니다. 중국 노래도 자주 들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언제 기회가 된다면 중국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런 기회가 온 거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간체자를 써서 크게 의미는 없겠지만 나름 군대에서 한자 공부도 해서 3급 자격증도 땄었죠. 하지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코치로 활동했던 시기 샌드박스 역시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코치로서 본인의 방향이 팀의 경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지
저도 그런 방향을 원했고, 함께했던 선수들도 제가 원하는 경기 내 스타일을 잘 구현해 냈죠. 공격적인 플레이가 득도 있고 실도 있지만, 일단 선수들은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함께했던 선수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죠.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경기 내에서 하도록 하는게 제 방침인데, 당시 선수들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좋아하기도 했어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방향이 다를 경우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는데, 선수들의 성향을 빨리 파악하고 적용하는 것도 코칭스태프로서 본인의 능력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잘할 수 있는 상위권 팀이 아니라면 빠르게 하나의 색을 찾아서 손발을 맞추는 게 중요하죠. 제가 코치로 있던 시기에는 방향을 빠르게 잡고 서로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봐요. 물론 그 와중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제대로 보이지 못한 선수도 있지만, 그래도 선수 다섯 명이 모두 잘 해줘서 기억에 남는 팀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월드 챔피언십 진출에는 계속 실패했습니다. 서머 중반 가능성을 보였기에 월드 챔피언십 진출의 기대감이 생겼는데 결국에는 계속 실패했죠
올해만 이야기하자면 일단 DRX는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한 팀이었죠. 그리고 중요한 순간 팀이 하나가 되어야 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집중해서 같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게 안 됐던 거 같아요. 마지막 순간까지 갔을 때 우리는 정말 힘든 상황이었고 반대로 상대는 가능성을 살려 마지막까지 온 거라 상대하기 힘들었던 거 같아요. 팀 분위기도 심적으로 구석으로 몰리기도 했고요. 일단 저부터 그랬고, 그 부분에서 자신에게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죠. 반대로 DRX는 그 이후로 계속 성장했고, 그래서 우승까지 차지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역 시절에도 선수로 활동하면서 팀에서 코치 역할을 어느 정도 맡아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코치로 전업한 이후로 힘든 부분은 없었어요. 오히려 현역 시절 선수가 다른 선수의 플레이에 관해 이야기하면 서로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코치가 되고 나니 피드백 부분에 있어서 그런 불편함도 사라졌죠.
샌드박스가 챌린저스 시절부터 팀과 함께했고 LCK 승격까지 함께했는데, 선수 은퇴에서 코칭 스태프 선임까지 너무 급하게 이뤄지면서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많이 아쉽죠. 마음에 담고 있지는 않지만 종종 생각은 납니다. 1년 정도는 더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팀의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면서 강등 위기까지 갔고, 그때 제 욕심을 부렸다가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선수를 더 할 수는 없는 상황이있죠. 그래서 일단 팀을 살려놓자는 생각에 급하게 코치 전향 결정을 했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선택이었고, 저는 이런 상황에서의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아요. 상황이 그랬고, 제가 선수를 더 하느냐 혹은 코치를 하느냐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거든요.
이제 최소 한 해는 IG를 이끌게 되었는데, 팀을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인가요
확실하게 어떤 선수들과 시즌을 치를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정말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합니다. 중국 선수들은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든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선수도 있고, 이 선수도 공격적인 선수라 제 계획대로 선수단이 꾸려진다면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첫 해외 감독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지
일단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저는 목표를 차근차근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라 처음부터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거든요. 만약 스프링에서 우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충분히 올라갈 경기력이 된다면 그 다음 목표를 정해도 된다는 이야기겠죠. 그래서 일단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뭔가 이뤄내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벼락치기는 아니지만 여유 있는 상황보다 제가 분발하고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될지 모르는 기간이지만, 팀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려고 합니다.
성적 외에 팀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선수들이 한 곳에 뭉치는 거잖아요. 궁극적으로 월드 챔피언십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하는 팀이 되었으면 하고, 월드 챔피언십 우승이 아니더라도 같이 좋은 성적을 내어 나중에도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내년에는 중국 LPL IG에서 한 해를 보내게 되었는데, 중국에서도 이전에 보였던 모습처럼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박상진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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