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9일, 4전5기 끝에 대관식 치른 메시, 다시 ‘영원한 열정’의 발걸음 내딛는다[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조남제 2022. 12. 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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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6개월 2일! 마침내 등극했다. 네 번을 쓰러졌다. 그러나 좌절과 절망을 거부했다. 그때마다 꿋꿋이 일어서며 꿈과 야망을 키웠다. 6,029일! 하릴없이 흘러간 나날은 등정의 토양이었다. 4전5기 신화의 마지막 한 점은 대관식이었다.

리오넬 메시(35, 아르헨티나)가 드디어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에 맺힌 한을 깨끗이 씻어 냈다. 신이 허락하지 않는 등정에, 매번 흘려야 했던 ‘슬픔의 눈물’은 비로소 ‘기쁨의 눈물’로 화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주인공은 ‘축구신’ 메시였다.

메시는 해냈다, “결코 도전을 피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를 불태우는 자만이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다”라는 역사의 외침을 구현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닦달해 자신의 조국에 세 번째 월드컵을 안겼다. 36년 만에 월드컵에 입맞춤한 아르헨티나를 포옹하고 감동의 춤사위를 펼쳤다.

프랑스와 벌인, 세계 축구왕을 가름하는 건곤일척의 대회전에서도, 메시의 독무(獨舞)는 전 세계 축구팬의 탄성을 자아냈다. 2골을 터뜨려 그가 왜 천하를 휘어잡고 이 시대를 대변하는 ‘제왕’으로 군림하는지를 한껏 뽐냈다.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16강전부터 결승전까지 넉아웃 스테이지(결선) 전 경기에서 골 솜씨를 연출하는 메시의 신기(神技)를 거스를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그룹 스테이지(조별 라운드) 2경기 2골까지 모두 7골을 꽂아 넣었다.

그뿐이랴. 어시스트도 세 개였다. 7골 3어시스트, 카타르 월드컵을 화려하게 수놓은 으뜸의 공격공헌도였다. 자웅을 가린 마지막 한판에서, ‘얄궂은 운명’의 맞겨룸을 벌인 파리 생제르맹 동료 킬리안 음바페(8골 2어시스트)와 함께 유이의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수확했다.

당연히, 아디다스 골든볼은 메시의 품을 택했다. 이 또한 ‘기록의 사나이’에게 어울리는 귀결이다. 월드컵 사상 최초로 두 번씩이나 골든볼을 안는 영광을 누린 메시다. 2014 브라질 대회에서 첫 번째 골든볼을 수상하고도 준우승의 비애에 웃을 수 없었던 쓰라린 기억을 허공 저 멀리 날려 보냈다.

세월은 ‘라 풀가 아토미카(La Pulga Atomica: 작은 벼룩)’를 ‘위대한 거인’으로 탈바꿈했다. 어린 시절 작은 체구와 뛰는 스타일에서 붙여진 애칭의 소년은 이제 전 세계 최고·최강의 ‘축구 황제’로 자리매김했다.

전대미문의 5관왕 대위업 이룬 ‘작은 거인’, 월드컵 무대를 찬란한 기록으로 수놓아

2014 브라질 월드컵은 메시에게 뼈아픈 추억으로 남아 있다. 독일과 맞붙은 결승전에서, 연장전 끝에 0-1로 분패하고 쓸쓸히 돌아서야 했던 그때의 아픔은 영 가시지 않는 고통이었다. 그 괴로움을 8년 5개월 9일 만에 떨어 버렸다.

생애 첫 우승의 금자탑은 메시에게 또 하나의 기록 탄생을 안겼다. 세계 스포츠 양대 산맥인 월드컵과 올림픽을 비롯해 코파 아메리카와 UEFA 챔피언스리그(UCL) 정상을 밟고 발롱도르(Ballon d'or) 수상까지 5개 부문을 석권한 역사상 최초의 인물이 됐다. ▲ 올림픽에서 1회(2008 베이징) ▲ 코파 아메리카에서 1회(2021 브라질) ▲ UCL에서 4회(2005-2006, 2008-2009, 2010-2011, 2014-2015시즌) 우승을 일궜고 ▲ 발롱도르를 7회(2009~2012, 2015, 2019, 2021) 수상했다.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찬란한 발자취다. 1세기 반의 근대 축구 역사에서, 그 누구도 넘보기 힘든 첫손가락의 업적을 아로새긴 메시다.

카타르 월드컵이 마무리되며, 메시가 수놓은 기록사는 한결 풍성해졌다. ▲ 최다 출장(26경기) ▲ 최다 시간 출장(2,314분) ▲ 최장 기간(16년 185일) 득점 ▲ 최다 경기(19) 주장 부문에선, 월드컵 기록사를 새로 썼다. 그리고 ▲ 최다 대회(5회) 어시스트와 함께 ▲ 10대, 20대, 30대에 골을 떠뜨린 단 하나의 존재로 우뚝 섰다.

이 가운데, 최장 기간 득점 기록(표 참조)이 단연 눈에 띈다. 세월의 흐름을 거부하듯 열정을 불태우는 메시의 건재가 단적으로 엿보인다. 자신의 월드컵 첫 무대였던 2006 독일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골맛을 잃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나타냈다.

메시와 월드컵 득점 인연은 2006년 6월 16일 비롯했다. 2006 대회 조별 라운드 C조 두 번째 마당인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이었다. 후반 30분 막시 로드리게스를 교체해 들어가 13분 뒤 월드컵 데뷔 골을 장식했다. 열아홉 번째 생일을 8일 남겨둔 날에 터뜨린, 아르헨티나의 6-0 대승에 마침표를 찍는 자축포였다.

“‘라 알비셀레스테[La Albiceleste(하양-하늘: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별칭)]’에서 더 뛰고 싶다. 세계 챔프로서 자긍심을 갖고 조국의 영광을 위해 힘을 다하겠다.”

세계 축구팬을 ‘황홀의 늪’에 빠뜨린 메시의 춤은 끝나지 않았다. 영원할 듯한 ‘축구 열정’을 불사르는 메시의 발걸음은 다시 시작됐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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