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염윤아의 시작은 늦었다, 하지만 그 끝은 창대할 것이다!

손동환 2022. 12. 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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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인터뷰는 10월 12일 저녁에 진행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시작은 험난했다. 그러나 험난한 시작은 ‘성장’을 만들었다. 성장 끝에 ‘정상’이라는 위치와 마주했다. 그리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미약한 시작이었지만, 창대한 끝을 꿈구고 있다. 청주 KB스타즈 염윤아의 이야기다.

험난한 시작
김정은(현 아산 우리은행)과 이경은(현 인천 신한은행), 그리고 염윤아. 3명의 선수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2006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 뽑힌 선수라는 점이다. 또, 대한민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한 바 있다.
그러나 데뷔 초부터 주목을 받았던 김정은-이경은과 달리, 염윤아는 드래프트 직후 트레이드됐다. 4번째 시즌(2007~2008)에야 코트를 밟았다. 또, 프로 무대를 잠시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어렵게 프로 무대로 돌아왔다. 염윤아의 시작은 꽤나 험난했다.

2006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2라운드 5순위(전체 11순위)로 금호생명 레드윙스(현 부산 BNK 썸)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뒤에서 뽑혀서, 마음이 이미 상해있었어요.(웃음) 그런데 뽑히자마자, 우리은행으로 트레이드됐어요. 규율도 강하고 훈련도 힘들다고 알려진 팀이라, 걱정을 많이 했어요. 좋다는 감정보다, 근심이 훨씬 컸던 것 같아요.
하지만 데뷔 시즌은 2007~2008시즌이었습니다. 동기들보다 늦게 데뷔전을 치르셨는데요.
아마 가비지 타임에 들어갔던 것 같아요. 정신없었고, 아무 생각 없이 했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백지 상태였어요. 자세한 건 기억이 안 나지만, 우황청심환도 먹었던 것 같아요.(웃음)
2009~2010시즌부터 부천 하나원큐의 전신인 신세계 쿨캣에서 뛰셨습니다.
우리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접고 나왔어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거든요. 1년 동안 실업 팀(동아백화점 소속)에서 뛰었어요.
그러다가 프로 선수로 뛰고 싶다는 욕심이 다시 생겼어요. 신세계에 테스트를 보러갔고, 수원대와 연습 경기에 나섰어요. 그리고 신세계로 입단을 했죠.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지듯, 큰 사람 또한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흔히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표현을 쓴다.
운동선수도 마찬가지다.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지녔음에도, 뒤늦게 자신을 어필하는 이들이 많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운동선수의 성장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염윤아도 마찬가지였다. 만 28세가 돼서야, 팀의 주축 자원으로 거듭났다. 그 때서야 자신만의 무기도 마련했다. 확실한 무기 덕분에, 존재감을 알리는 시간은 더 빨라졌다.

2015~2016시즌부터 팀의 주축으로 거듭났습니다. 이전과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염윤아는 2015~2016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인 35경기에 나섰다. 평균 출전 시간은 24분 58초였고, 5.1점 4.0리바운드 2.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 전에는 색깔이 없었어요.(웃음) 이것 조금, 저것 조금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박종천 감독님께서 저에게 ‘수비수’라는 색깔을 심어주셨어요. 또, 가드 자원이 부상이어서, 가드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전보다 많이 뛰었다고 생각해요.
박종천 감독님께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제시하셨나요?
“죽기 살기로 상대를 막아보라”고 하셨어요. 예를 들어, “너가 3억 원의 가치를 지닌 변연하를 막으면, 너도 3억 선수가 될 수 있다”며 동기 부여를 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잘하는 선수만 막다 보니, 어려움이 컸어요. 하지만 잘하는 선수만 계속 따라다니다 보니, 저만의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요. 움직임이나 동선도 알게 됐고요.
흐름과 관계없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 막아본 선수 중에서는 누가 제일 어려웠나요?
(임)영희 언니(현 아산 우리은행 코치)요. 키도 크고, 3점과 미드-레인지 점퍼 모두 정확했어요. 순간적으로 밀고 나가는 동작도 빨랐고요. 또, 스크린도 잘 활용했어요. 게다가 우리은행이 스크린을 많이 하고 정확하게 거는 팀이라, 영희 언니를 막는 게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팀의 주축으로 거듭났지만, 소속 팀은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했습니다.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것 같아요.
그 때는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아쉽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어요.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못 이기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죠. 아마 확실한 에이스가 없어서 그랬지 않나 생각해요. (강)이슬이가 있기는 했지만, 그 때는 어렸거든요.
2017~2018시즌 종료 후 KB스타즈로 이적하셨습니다. 저조했던 팀 성적이 큰 이유일 것 같아요.
맞아요. 하나원큐에서는 계속 졌어요. 이기는 팀으로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KB스타즈를 선택한 것 같아요. KB스타즈는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었거든요. 박지수라는 최고의 빅맨이 있고, 그 외에도 성적을 낼 수 있는 조건들이 많았어요. 실제로 ‘우승’이라는 결과가 나왔고요.
많은 연봉을 받고 이적했습니다. 부담감이 컸을 것 같아요.
(염윤아는 계약 기간 3년에 2018~2019 연봉 총액 2억 5천만 원의 조건으로 KB스타즈와 계약했다)

처음부터 원한 게 아니었어요.(웃음) 하나원큐가 아닌 성적이 날 수 있는 팀으로 옮기려고 하다 보니, 가격이 높아졌던 것 같아요. 조건만 놓고 보면, 부담이 되긴 했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매일 지는 것보단, 이기는 게 나으니까요.(웃음)

V1+V2
KB스타즈는 2018~2019시즌에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염윤아 역시 이적 첫 시즌에 데뷔 첫 통합 우승을 경험했다. KB스타즈와 염윤아 모두 처음 누린 기쁨이었기에, 통합 우승이 더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KB스타즈와 염윤아 모두 부침을 겪었다. 우승 후보로 평가받은 KB스타즈는 2019~2020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2% 모자란 경기력을 보여줬다. 염윤아 또한 부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V2는 KB스타즈와 염윤아 모두에 요원한 목표인 듯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KB스타즈와 염윤아 모두 2021~2022시즌에 V2를 달성했다. 2021~2022시즌 개막 전에 열린 박신자컵도 우승했기에, KB스타즈의 성과는 더 강렬해보였다. 염윤아 역시 V2를 남다르게 생각했다.

이적 첫 시즌부터 통합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염윤아 선수의 공헌도도 높았던 시즌으로 기억합니다.
(염윤아는 2018~2019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인 35경기에 나섰고, 커리어 하이인 평균 35분 9초를 뛰었다. 평균 기록 또한 8.9점 5.2리바운드 3.5어시스트 1.9스틸로 최고점을 찍었다)

저는 바뀐 게 없었어요. 수비나 궂은일 등 하던 대로 했어요. 그런데 그게 KB스타즈에서 원했던 플레이였고, KB스타즈에서 목말라했던 플레이인 것 같아요. 또, 선수들 모두가 자기 역할을 잘 알았고, 카일라 쏜튼도 (박)지수랑 좋은 합을 보여줬어요. 그래서 조화로운 공수 움직임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게 V1으로 이어졌고요.
하지만 2019~2020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안주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좀 더 발전했어야 했는데, 2018~2019시즌에 했던 그대로 2019~2020시즌을 치렀어요. 그래서 다들 잘했던 걸 못해냈고, 뻑뻑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특히, 2020~2021시즌에는 부담을 안고 있었어요. 당연히 이겨야 하고, 당연히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거든요.(WKBL은 2020~2021시즌부터 외국 선수 제도를 없앴고, 박지수를 보유한 KB스타즈는 압도적인 우승 후보가 됐다)
그래서 더 지수에게 의존했던 것 같아요. 지수에게 미안할 정도였죠. 그리고 지수만 보다 보니, 다들 서서 플레이했던 것 같아요. 우리 경기가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뛰는 선수들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2021~2022시즌에는 V2를 달성했습니다. 염윤아 선수의 공헌도는 이전 같지 않았지만, KB스타즈는 완벽한 시즌을 보냈는데요.
(염윤아는 2021~2022시즌 정규리그 16경기에 나섰고, 평균 26분 41초를 소화했다. 하지만 KB스타즈는 박신자컵-정규리그-플레이오프 모두 정상에 올랐다)

저는 크게 달랐던 것 같지 않아요. 제가 뛰는 시간만큼은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이전보다 부족했던 것 같아요. 2018~2019시즌 직후부터 부상 때문에 계속 처졌거든요.
하지만 다 같이 해낸 우승이라 좋았어요. 지수뿐만 아니라, 벤치 선수들도 많이 뛴 시즌이었어요. 제가 잘하지 못했어도,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지수가 성장했고, 팀의 긍정적인 변화도 느껴졌거든요.

박지수 없는 시즌? 기대되는 시즌!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WKBL에서 통합 6연패를 거둔 팀이다. 두 팀 모두 왕조를 세워본 경험이 있다. 그들의 전성기는 너무나 강렬했다.
KB스타즈가 두 팀의 아성에 도전한다. 근거도 충분하다. 박지수와 강이슬이라는 리그 최고 원투펀치에, 염윤아-최희진-심성영-김소담-김민정-허예은 등 포지션별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통합 6연패’ 이상의 성과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악재가 발생했다. 팀의 기둥이자 리그 최고의 선수인 박지수가 8월 초 공황장애로 이탈했기 때문. 복귀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KB스타즈가 느낄 불안함은 더 크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박지수를 없는 전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주장인 염윤아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선수들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팀에 닥쳐온 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흔들림은 없었다. 오히려 다가올 시즌을 기대하고 있었다.

KB스타즈는 왕조로 거듭날 수 있는 팀입니다. 그렇지만 박지수 선수가 급작스럽게 이탈했는데요.
지수가 언제 돌아올지 몰라요. 지수 없이 해결하는 연습을 해야 해요. 우리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요. 시험대에 올랐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만 어떤 경기를 할지 기대돼요. 시즌으로 돌입해야, 저희가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선수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주장으로서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잘해야 해요. 그렇게 하려면,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걸 선수들에게 빨리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이 참 잘 따르는 주장인 것 같아요.
물론, 선후배 관계가 운동에서 중요해요. 하지만 언니와 동생 사이라는 마음이 들 때, 서로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느 정도의 거리감은 느끼겠지만, 큰 거리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운동 분위기를 방해하는 행동이 나온다면, 제가 강하게 이야기해야 해요.
박지수의 부재는 KB스타즈에 큰 타격입니다. 하지만 강팀은 그런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맞는 말씀이에요. 저희가 지수 없이도 강팀이 되려면, 기본기에 가장 충실해야 합니다. 특히, 지수가 해주던 리바운드가 가장 중요해요. 이전에는 지수를 믿고 리바운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면, 지금은 다들 적극적으로 루즈 볼에 달려들어요. 수비 또한 중요한 요소고요.
이번 시즌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떨어지진 말아야죠.(웃음)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처럼 왕조를 세우고 싶은 마음은 없으신가요?
그런 결과가 나왔으면 하지만, 지금부터 생각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말씀도 지금은 못 드리겠어요. 다만, 기본적인 것부터 착실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남은 농구 인생 동안 어떤 걸 이루고 싶으신가요?
KB스타즈 입단 전에는 수술을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KB스타즈에 오고 나서, 3번의 수술(손가락-손등-발목)을 했어요. 물론, 2번의 우승을 해서 행복하기는 하지만(웃음), 앞으로는 수술 없이 운동하고 싶어요. 부상 없이 은퇴했으면 좋겠어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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