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IRA 대응, 미국 현지에서 더 주목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2022. 12. 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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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전개하는 IRA 커뮤니케이션이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IRA 대응하는 미국 수입자동차협회와 각국 대사관은 물론 언론까지 한국의 적극적인 대응에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미 수입자동차협회 제니퍼 사파비앙 대표는 “한국 정부가 IRA 이슈에 매우 빠르게 대응했다”며 “한국 정부는 즉시 문제를 부각하고, 법 개정 필요성 등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이런 미국 행정부 및 의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미국 수입자동차협회와 우리 회원사에게 매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수입자동차협회는 현대자동차·기아는 물론 폴크스바겐, 도요타, BMW,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IRA 발효 이후에는 협회 및 회원사와 독일, 일본, 한국 등 대사관 관계자들이 수시로 만나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 정부의 선제적 활동이 조명받은 것이란 평가다.

정부는 IRA 발효 전후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보다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법 발효 후 한 달도 되기 전인 9월 7일 미국 정부와 협상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달 16일부터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또한 국회와 함께 IRA 법 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미 FTA 정신을 강조하며,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했다.

현대차의 IRA 대응을 총괄하는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도 “한국 정부와 국회의 미국 내 IRA 활동이 현대차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무뇨스 COO는 “EU 등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더 적극적으로 IRA에 대응했으며, 이러한 한국의 노력으로 IRA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미국 정부에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 및 국회가 다양한 경로로 미국 내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접촉해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설득력 있게 전달했기 때문에 기업이 좀 더 효과적으로 이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미 언론도 IRA에 대한 동맹국의 우려를 전하며 한국 정부 대응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미국 유력 매체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월초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며 “(IRA에) 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유럽과 일본 등의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보조금 차별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유독 한국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와 국회의 대미국 ‘아웃리치’는 현대차 등 한국기업의 활동과 시너지를 내며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발의로도 이어졌다.

11월 4일 미국과 IRA 관련 본격 협의에 착수한 EU는 최근 들어 잇따라 IRA를 비판하는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월 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IRA의 전기차 보조금이 시장 왜곡 조치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강경히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EU 통상 장관들도 미국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유럽에서 수출하는 전기차를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1월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IRA가 프랑스 산업에 피해를 준다며 강도 높게 말하는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IRA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정부는 미국을 대상으로 한 아웃리치 활동과 동시에 유관 업계와 수시로 소통하며, 국내 기업들이 IRA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IRA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리스크 대응과 함께 잘 드러나지 않은 IRA 내의 기회요인을 찾아내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정부는 미국 정부와는 공식 협의체를 통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적 내용이 해소되도록 설득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기업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정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 왔다.

정부는 IRA가 미국 상원을 통과한 직후인 8월과 11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자동차, 배터리 등 유관 기업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내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기업 대표들을 만나 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대응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미국 IRA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자동차, 배터리업계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소재 기업과 수시 간담회를 통해 정부가 파악한 미국 내 동향들을 공유하고, 각 분야 기업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더 긴밀한 협의를 위해 자동차·배터리·에너지 업계 및 관계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 민관 합동 TF’도 구축했다.

특히 정부는 선제적으로 IRA 세부 조항들을 분석해 기업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미국 진출 기업들이 IRA의 인센티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IRA에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첨단·청정분야 산업군에 대한 세액공제 등 기후변화 대응과 청정 산업 인프라 확충에 3910억달러 규모의 인센티브가 명시돼 있다.

정부는 10월 ‘미 IRA 주요 인센티브 활용 설명회’를 열어 산업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들이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주요 인센티브 조항과 유관 산업에 대한 영향을 기업들에게 설명했다.

법무법인도 참석해 IRA에 포함된 주요 인센티브의 법적 대상, 적용 방식, 지원 규모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기업들의 활용 방안을 안내했다.

신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유용한 정보들을 얻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산업부의 설명회를 통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기업들이 획득할 수 있는 인센티브는 물론 준비해야 할 사항까지 상세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더해 기업들의 인센티브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이 해소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재무부 가이던스 관련 의견서에도 자동차·배터리·소재·에너지·철강 등 업계의 의견이 종합적으로 반영됐다.

국내 기업도 미국 재무부에 가이던스 관련 별도로 의견서를 제출하는 한편, 중장기적 IRA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등 정부와 보폭을 맞추며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법 개정을 위한 활동과 동시에 내연기관차를 생산하고 있는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에 2024년 중으로 전기차를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제조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등 IRA 내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갈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기업은 현대차·기아는 물론 지엠, 포드 등 자동차 기업과 손잡고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배터리 기업은 IRA 배터리 광물 및 부품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IRA의 투자 및 생산 세액공제를 최대한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은 생산량 및 판매가에 따라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국 현지 설비를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내 태양광 시장 점유율 1위인 한화큐셀은 조지아주에 태양광 모듈 설비 증설을 통해 대규모 세액공제와 함께 시장확보를 추진하고, 풍력 발전 타워 제조 기업인 CS윈드는 콜로라도주 육상풍력 타워 생산공장을 활용해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받을 계획이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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