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ye] "권리일까, 갑질일까"…츄, '이달소' 사태의 전말
[Dispatch=김수지·오명주기자] 2017년 12월, 츄(김지우)가 손편지를 썼다. 받는 사람은, '블록베리' B실장.
"안녕하세요! B실장님. 이달의 소녀 10번째 멤버 Chuu로 오늘 12월 28일 제가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데뷔를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고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츄는 편지 끝에 추신(PS)을 달았다.
"2016년 그날 기억나세요? 제가 참 미숙하고 부족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중략)... 이런 걸 보니 정말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헤헤 앞으로는 더 발전해서 좋은 모습들 마구마구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츄의 말대로, 사람 일은 '정말' 한 치 앞을 모른다. 2022년 6월, 츄가 B실장에게 보낸 카톡.
2022년 6월, 츄가 B실장에게 보낸 카톡. 1분 동안 12차례, 쉴 새 없이 문자를 보냈다.
"애정 갖지 말까요?", "앨범에서 빠집니다", 꿈도 꾸지 마세요"라며 으름장을 놓다가, "실장님", "대답", "대답", "내가 죽어야 정신차릴래"라며 수위를 높였다.
츄는 왜 이렇게 화가 난걸까? "이딴 1초"가 원인이다. 한 라이브 방송(6월 9일)에서 신곡 안무를 '살짝' 공개한 것.
A대표는 츄의 모친에게 라이브 방송 주소를 보냈다. "포인트 안무가 아직 알려지면 안되는데"라며 주의를 부탁했다. "(이달소) 멤버들이랑 투어 미팅이 있어 염려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츄 어머니는 해당 대화를 캡쳐, 츄에게 다시 전달했다. 츄는 모친이 보낸 문자가 화가 났다. "문자를 보낸 사람을 찾아내라"며 B실장을 몰아부쳤다. 그 때 나온 첫 마디가 바로, "이딴 1초"다.
"이딴 걸로 ㅋㅋㅋㅋㅋ 1초 가지고 뭐라 하시는 거예요?"
츄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작작하라", "조심하라", "찌질하다", "웃기지도 않는다"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A대표에 대한 적개심도 드러냈다. "이 카톡을 (A대표에게) 그대로 전달하라"고 지시했고, "A대표랑 일하시느라 고생이 많다"고 비꼬았다.
2017년 12월, 츄는 분명 따뜻한 소녀였다. 하지만 5년 뒤,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그 사이, 어떤 일이 있었을까. 츄와 블록베리의 갈등을 추적했다.
◆ 시작부터, 잘못됐다
츄는 B실장에게 보낸 앨범 손편지(2017)에 "이렇게 좋은 기회로 데뷔를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썼다.
실제로, 데뷔하기 좋은 기회는 맞다. '이달의 소녀'는 매달 새로운 소녀(멤버)를 소개하는 프로젝트. 완전체 12명을 모으는데, 대략 2년이 걸렸다.
츄는 '이달소' 시스템의 수혜자다. 그의 연습생 기간은 불과 3개월 남짓. 2017년 9월 소속사에 들어갔고, 12월에 10번째 멤버로 그룹에 합류했다.
완전체 데뷔 그 542일 동안, 블록베리는 개인 앨범 12장에 유닛 앨범 3장, 총 15장의 앨범을 냈다. 뮤직비디오도 각각 찍었다. 그렇게 쏟아부은 돈이 약 60억 원.
츄는 (그 덕분에) 데뷔 기회를 빨리 잡을 수 있었다. 반대로, 회사는 (그 때문에) 통장 잔고를 단시간에 바닥냈다. 이것이 바로, 비극의 시작이었다.
◆ 블록베리, 꼼수의 부메랑
2017년 12월 4일. 츄가 블록베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제7조 (수익의 분배 등)
1.갑(블록베리)과 을(츄)은 모든 연예 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입금을 갑(70), 을(30) 비율로 우선 배분.
2.그 후 을의 모든 연예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갑(50), 을(50) 비율로 정산.
분명, 문제가 있는 계약이다. 수익 정산 비율과 비용 처리 비율이 다르다. 한 마디로, 수익은 7:3으로 나누고 비용은 5:5로 터는 식이다. 원칙대로라면 비용도 7:3으로 나눠야 한다.
게다가 블록베리는 후정산 시스템을 택했다. 수익을 먼저 나누고, 그 후에 비용을 빼는 방식. 이것은, '꼼수'에 가깝다. 블록베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 20%를 츄에게 넘긴 꼴이다.
블록베리는 '이달소' 런칭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그만큼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였다. 회사 입장에선 (일단) 버티는 게 중요했다. 이에 비용 처리 방식(7:3->5:5)을 변칙적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이런 꼼수 계약은, 결국 부메랑이 됐다. 해지 소송의 빌미로 돌아왔다.
◆ 갑과 을이 뒤집혔다
2022년 1월, 츄의 시간이 시작됐다.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 그리고 3월, 법원은 츄의 손을 들어줬다. 독자 행보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갑을이 바뀌었다. 다급해진 건, 블록베리. 이미, '이달소'에 150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팀 유지를 위해선 츄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부속 합의서를 제안했다.
블록베리(갑)와 츄(을)의 입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디스패치’가 지난 4월 작성된 <별건 계약서>를 입수했다. 이 부속 합의서는 전속 계약서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
우선, 정산 비율(3:7)이 바뀌었다. 블록베리가 수익의 30%, 츄가 70%를 갖기로 했다. 비용이 수익을 초과할 경우, 블록베리가 비용의 50%를 부담하기로 했다.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게 했다. 어느 한 쪽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를 입은 측이 5,000만 원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즉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도 넣었다.
◆ 츄, 활동하지 않을 권리
츄는 ‘이달소’ 활동 불참 권리도 챙겼다. “츄의 개인 스케줄 보장을 위해 ‘이달소’ 활동 중 아래 일정에 대해 미참석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아래 일정’은, 다음과 같다.
가. ‘이달소’ 완전체 활동 월 3회 이내 스케줄 미참석 권리
나. ‘이달소’ 앨범 활동 월 3회 이내 미참석 권리
츄는 이어 “협의되지 않은 일정에 대해서는 ‘을’의 일정을 우선한다”며 “‘갑’이 불가피하게 일정을 변경해야 할 때 1회에 한해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블록베리는 츄와 관련한 모든 업무를 이관하기로 했다. “방송, 광고 등 일체 외부 제안을 즉시 무상으로 양도하라”는 츄 측의 요구에 도장을 찍었다.
별건 계약서의 유효기간은 2022년 12월 31일.
◆ 별건 계약서를 발동했다
별건 계약서 5조(기타사항) 2항.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건별로 5,000만 원씩 손해배상하고,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2022년 5월 25일, '플립댓' 뮤비 촬영일. 츄의 모친이 별건 계약서 5조 2항을 발동시켰다. A대표에게 "5,000만 원을 손해 배상하라"고 통보한 것.
청구 사유는, 다음과 같다.
① 5월 24일 오전 9시, '플립댓' 뮤비 촬영을 시작했다. ② 촬영이 늦어졌고, 오후 11시 예정인 군무신(#16)도 밀렸다.
③ 블록베리는 1시간 정도 (딜레이) 양해를 부탁했다. ④ 츄의 모친은 촬영 지연을 문제 삼아 5,000만 원을 청구했다.
◆ 츄의 스케줄이 먼저다
5월 25일 새벽 12시 27분, '이달소' 멤버가 A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지우가 간다 그래서요. 군무였는데 갑자기 지우 간다고 그래서… 12명이 맞춘 건데 11명이 하게 됐잖아요. 저희는 갑작스럽게 들은 것도 있고. 저희는 이걸 따라야 하는 입장인데 말이 안 돼서 전화 드린 거거든요." (멤버 E)
A대표는 츄의 모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이 새벽 12시 35분.
"어머니. 너무 죄송한데 1시간 정도 딜레이될 것 같은데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실까요? 12명이 군무를 맞췄는데 지우가 갑자기 간다고 하니까... 먼길 오시느라 고생하셨겠지만 조금 더 기다려주실 수 있으세요?" (A대표)
츄의 어머니는 전화를 끊자마자, 문자를 보냈다. 촬영 지연으로 개인 일정에 피해를 봤다는 것. 그도 그럴 게 츄는 다음 날 25일, 개인 광고 촬영이 예정돼 있었다.
블록베리는 5,000만 원을 배상했다. 다행히, 군무 신(#16)은 찍을 수 있었다. 츄는 새벽 3시쯤 귀가했다. 마지막 하나 남은 군무 신(#19번)은 날렸다. 세트비도 함께... 날렸다.
◆ 츄의 갑질일까?
츄가 '이달소'를 떠났다. 아니, 퇴출당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츄의 갑질이다. 블록베리는 츄와 스태프가 나눈 카톡 대화 (2021.08~2022.07)를 그 근거로 삼았다.
예를 들어... 2021년 12월 28일.
"거짓말 좀 하지 마세요. 당신들이 잡을 능력도 없고, 뺄 명분도 없으신데 남을 욕되게 하지 마세요. 정말 당신네들 할 줄 아는 게 거짓말밖에 없더군요. 쯧. 푹 쉬세요" (츄)
츄의 말은 매섭다. B실장은 2017년 츄 선발 과정 전반에 참여한 사람. 그러나 츄는 B실장에 대한 존중이 없다. B실장 뿐 아니라 A대표 등 회사 관계자를 싸잡아 "당신네들"이라 부른다.
츄의 불신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돈도 안 주시고~ 도장도 안 주시고~ 정산근거 내역서류도 안 주시고~ 불록베리 최고! (중략) 준다고 하셨는데 안주시려나 보네요. 오호" (츄)
결국, 갈등의 시발점은 '정산'이다. 돈도 안주고, 내역서도 안주고… 츄 입장에선, 다~ 안주는 블록베리다.
◆ 츄는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달소'는 개인 정산 체제다. 츄의 돈은 츄가, 멤버의 돈은 멤버가 갖는다. '츄버지', 즉 츄가 돈을 벌어 그룹을 먹여 살린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2021년 10월 5일, 츄와 A대표가 나눈 문자다.
츄 : 대표님 혹시 제가 지금 단체 빚까지 갚고 있나요? 아니죠?
A대표 : 당연히 아니죠.
블록베리의 정산자료에 따르면, '이달소'는 2016~2022년 10월까지 182억 원을 벌었고, 169억 원(직접비용 포함)을 썼다. 매출 182억 원에, 비용 169억 원이다.
그들의 (이상한) 정산법으로 계산하면, '이달소' 몫(30%)은 54억 원. 여기서 비용(50%) 84억 원을 제하면 -30억. 이를 12명으로 나누면, 1인당 2억 원 정도의 빚이 남아 있다.
하지만 츄의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12월 '+' 정산으로 돌아섰다. 실제로, 올해 1월 첫 정산금 7,000만 원을 손에 넣었다. 지금까지 받은 정산금은 대략 2억 2,000만 원 정도다.
게다가 츄는 지난 4월, 주식회사 '츄'를 세웠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독자 행보에 나선 것. 즉, 개인 활동으로 번 수익은 100% 츄의 몫. 블록베리는 '이달소' 스케줄만 지원한다.
◆누가 갈등을 일으켰나?
'디스패치'는 츄와 A대표, 츄와 B실장, 츄 모친과 A대표이 나눈 대화 및 녹취록을 확보했다. 문자와 통화 내용을 통해 지난 1년간 벌어졌던 일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먼저, 블록베리가 빌미를 제공했다. 갈등의 1차 원인은, 비용 처리의 꼼수다. 블록베리가 비용을 표준 계약서대로 처리했다면, 전속계약 해지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
츄는 반격했다. 별건 계약서로 주도권(7:3)을 잡았다. 츄가 일정 참여를 선택했고, 시간을 결정했다. 블록베리는 눈치를 보는 '갑'이 됐고, 츄는 결정을 내리는 '을'로 올라섰다.
결국, 블록베리가 먼저 손절했다. 더 이상 무리라고 판단한 것. 따지고 보면, 츄가 손절을 유도한 셈이다. 블록베리에 대한 불만을 엿볼 수 있다. 카톡 대화가 이를 증명한다.
'디스패치'는 츄를 만나야 했다. 그가 돌아선, 아니 돌아갈 수 없는 이유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지난주, 츄 관계자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정산 문제를 먼저 지적했다.
◆츄의 이야기를 들었다
‘디스패치’는 일주일 전 질문지를 미리 보냈다. 츄는 자신의 입장을 관계자를 통해 전했다.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디스패치 : 계약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몰랐나?
츄 : 작년(2021)에 한 멤버가 "너 정산 받을 때 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계약 당시 설명은 들었다. 그러나 후정산이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꼼꼼히 따질 겨를도 없었고...
디스패치 : 그래서 계약해지 소송을 진행했나?
츄 : 계산을 해봤다. 비용이 매출의 70% 이상이면, 최종 정산은 '마이너스'였다. 일을 할수록 빚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분명 7:3 계약인데, 9:1도 되고, 10:0도 되는 식이다. 늦었지만 바로 잡고 싶었다.
디스패치 : 츄의 정산은 2022년 1월, '플러스'로 돌아섰다. 올해만 2억 원 이상을 받았는데?
츄 : 맞다. 개인 정산 시스템이다. 개인 활동이 많아 정산을 먼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용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모르겠다. 정산 근거 자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디스패치 : 블록베리는 외부 세무법인에 의뢰, 감사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비용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인데?
츄 : 외부 감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 회사에서 갑자기 진행했다. 그 역시 100% 믿지 못하겠다. 중요한 건, 정산 자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디스패치 : 2022년 4월, 부속합의서를 다시 썼다. 츄의 요율이 70%로 늘어났다. 의사 결정도 주도했는데?
츄 : 회사에 대한 신뢰는, 사실상 (지난해) 끝났다. '퀸덤'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달소'를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룹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부속합의서를 썼다.
디스패치 : 하지만 그룹보다 개인 활동을 우선시하지 않았나? 뮤비 촬영장에서 약간의 소동도 있었는데.
츄 : 뮤비 촬영이 딜레이됐고, 손해 배상액 5,000만 원을 받았다. 비단, 이번 사례로 돈을 청구한 건 아니다. 여러 차례 일정 조율에서 트러블이 있었다. 그래서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청구한 것이다.
디스패치 : 양측이 주고받은 카톡과 이메일 등을 확인했다. 거의 블록베리가 허락을 구하는 입장인데.
츄 : 스케줄 참석이 가능한지 물어본 건 맞다. 하지만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디스패치 : 게다가 츄와 어머니의 말이 매섭다. 회사는 이 부분을 '갑질'로 해석하는 것 같다.
츄 : B실장은 유일하게 소통이 되는 (회사) 분이었다. B실장에게 화를 낸 게 아니다. 회사 운영 방식에 화가 나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D이사는...
디스패치 : D이사?
(츄 측은 D이사와 가진 미팅 녹취록을 전달했다. 2021년 11월, 요율 조정 대화였다.)
디스패치 : 이날 대화가 츄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나?
츄 : D 이사가 어린애 취급을 했다. 사람을 무시하는 느낌? 불신이 쌓인 상태에서 상처받았다. 강하게 말해야 들어주겠구나... 그래서 말을 세게 한 적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실수했다.
블록베리와 츄의 갈등은, 대중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미묘했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몰고 갈 수 없다. 정산과 불신, 무능과 무례의 콜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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