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올해 CJ 공급가 평균 15% 올려줬다…6대 상품군 대표품 인상률 봤더니
쿠팡 측 “발주중단 사태, 과도한 공급가 인상이 근본 원인”
CJ제일제당 측 “올해 가격 인상은 모든 유통 채널에 동일 적용”
CJ제일제당이 시장 점유율 1위 설탕과 밀가루 등을 지난 1년간 쿠팡에 납품하면서 일부 상품은 100% 넘게 공급가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말부터 쿠팡과 ‘발주 중단’ 갈등을 벌이고 있는 CJ제일제당 측은 “공급가 인상은 원재료값 상승에 따라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번 갈등의 본질은 마진율 협상”이라며 “쿠팡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 플랫폼에도 인상가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내년도 마진율 협상을 진행 중인 양사가 줄다리기하는 가운데 ‘공급가 인상’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쿠팡에 납품하는 상품 가운데 지난해 11월 대비 1년간 공급가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군은 비비고 만두·스팸·해찬들 고추장·백설 설탕·포도씨유·백설 밀가루 등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스팸의 주류 품목 중 하나인 ‘BOX 스팸 싱글 25% 라이트(80g, 30입)’는 68.8% 올랐다. 같은 기간 비비고의 ‘김치 왕교자(420g*2)’는 37.1%, ‘백설 갈색 자일로스 설탕(2㎏)’는 42.0%, CJ 포도씨유(900㎖)는 108.0%, ‘해찬들 100% 우리쌀 태양초 고추장(2㎏)’ 30.2%, ‘백설 박력밀가루(2.5㎏)’는 58.2% 각각 올랐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같은 품목군의 같은 기간 가격 상승률과 비교하면 CJ제일제당의 설탕과 포도씨유, 고추장, 밀가루 해당 상품의 공급가는 1.6∼3.2배 공급가가 올랐다.
이들 6대 상품군은 밥상 물가를 움직이는 핵심 품목으로 CJ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중 스팸 등 일부 상품의 점유율은 식품 제조사 간 경쟁이 치열한 쿠팡에서도 70%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통계청 물가지수 명단과 일치하는 CJ제일제당의 쿠팡 납품 상품군은 김·냉장햄·김치·물엿 등 20개로, 같은 기간 이들 상품군의 평균 공급가는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그간 협상을 진행하면서 CJ제일제당의 과도한 공급가 인상으로 충분한 마진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판매 수익성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CJ제일제당은 공급가 인상이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것인 만큼 내년 마진율 협상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실제 CJ제일제당이 올해 인상을 수용한 CJ제일제당 제품 수는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측은 “올해 CJ의 평균 공급가 인상률은 15%이고, 백설 콩기름 등 일부 제품은 140% 올려줬다”고 전했다.
1000여개 제품을 쿠팡에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진 CJ의 공급가 평균 인상률은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률(5.1%)보다 3배가량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쿠팡 측은 이처럼 공급가 인상률을 감내하면서도 소비자가는 그만큼 올리지 못해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지난 1년간 ‘적정 소비자가’를 앞세워 물가 상승분에 준하는 공급가를 CJ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통업계에선 시장 1위 식품 제조사의 공급가 인사 ‘러시’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밥상 물가를 또 한번 흔드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해 CJ제일제당이 햇반과 밀가루 등의 가격을 올리면 경쟁업체들이 뒤따라 가격을 올린 사례가 적지 않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부터 고추장·된장·쌈장(9.5%), 비비고 만두(5~6%), 두부(6%), 3월엔 햇반(7~8%), 4월 닭가슴살(10%), 냉동 피자(10% 이상), 8월 부침·튀김가루(21.7%), 9월 김치(11%) 가격을 올렸고 최근 참기름·식초 가격을 20%가량 인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초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업체와의 간담회에서 “고물가에 기대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과도한 공급가 인상과 납품 물량계약 미이행 등이 최근 햇반의 발주 중단 사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쿠팡 측 시각이다.
이에 맞서 CJ제일제당은 내년 마진율 협상을 둘러싸고 턱없이 높은 요구를 받고 적자가 예상돼 거절하자 쿠팡이 갑자기 가격 인상 이슈를 들고나온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결국 내년도 마진율 협상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며 “올해 가격 인상은 모든 유통 채널에 동일하게 적용된 것으로, 쿠팡 요구에 따라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다른 채널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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