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가장 반발, 솔직한 목소리 낸다”…美 매체들 ‘대미 IRA 대응’ 주목
美 수입자동차협회 “한국 행보가 회원사들에 큰 도움”
현지 매체 “한국, 가장 반발·솔직한 목소리 내고 있어”
정부 민관 합동 TF 구축…현대차 현지에 전기차 투입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한국 정부와 현대차 등 민간기업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 이에 대한 긍정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수입자동차협회와 현지 유력 매체들은 IRA 대응에 대한 한국 정부와 우리 기업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제니퍼 사파비앙(Jennifer Safavian) 미국 수입자동차협회 대표는 “한국 정부는 즉시 문제를 부각하고, 법 개정 필요성 등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며 “한국의 이같은 미국 행정부 및 의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미국수입자동차협회와 우리 회원사들에 매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수입자동차협회는 현대차·기아는 물론 폭스바겐, 도요타, BMW, 혼다, 벤츠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IRA 발효 이후에는 협회 및 회원사와 독일, 일본, 한국 등 대사관 관계자들이 수시로 만나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IRA가 발효하자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보다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해 현대차·기아 등 한국산 전기차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에 정부는 법 발효 후 한 달도 되기 전인 9월 7일 미국 정부와 협상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이어 16일부터 실무협의에 돌입했다. 또 국회와 함께 IRA 법 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미 FTA 정신을 강조하며,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했다.
현대차의 IRA 대응을 총괄하는 호세 무뇨스(Jose Munoz) 사장(COO)은 “한국 정부와 국회의 미국 내 IRA 활동이 현대차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한국의 노력으로 IRA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미국 정부에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한국 정부의 대응을 집중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월 초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며 “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도 “유럽과 일본 등의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보조금 차별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유독 한국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지난달 4일에서야 미국과 IRA 관련 본격 협의에 착수한 바 있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IRA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리스크를 함께 해결하는 동시에, IRA 내 기회요인을 찾아 전달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IRA 세부 조항을 분석해 기업에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또 정부는 IRA가 미국 상원을 통과한 직후인 8월 11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자동차·배터리 등 유관기업들과 긴급회의를 열었으며, 8월 25에는 이창양 산업자원부 장관이 국내 자동차·배터리·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만나 정부 차원의 대응 방법을 모색했다.
더 긴밀한 협의를 위해 자동차·배터리·에너지 업계 및 관계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 민관 합동 TF’도 구축했다. 10월에는 ‘미 IRA 주요 인센티브 활용 설명회’를 열어 산업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들이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주요 인센티브 조항과 유관 산업에 대한 영향을 설명했다.
정부의 노력에 더해 국내 기업들도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법 개정을 위한 활동과 동시에 내연기관차를 생산하고 있는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에 2024년 중으로 전기차를 투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전기차 제조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등 IRA 내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기업들은 현대차·기아는 물론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자동차 기업들과 손잡고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은 IRA 배터리 광물 및 부품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IRA의 투자 및 생산 세액공제를 최대한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한화큐셀 등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생산량 및 판매가에 따라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국 현지 설비를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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