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told] '완벽한 마무리' 메시의 우승엔 낭만이 있다
[포포투=한유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 리오넬 메시의 우승엔 낭만이 있다.
아르헨티나는 19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에 위치한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와 3-3 무승부를 기록,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4-2로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1986년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급 명경기였다.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전력과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라스트 댄스' 메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자 했고 프랑스는 60년 만의 대기록에 도전했다.
그만큼 경기는 치열하게 펼쳐졌다. 전반전엔 아르헨티나가 메시와 앙헬 디 마리아의 골에 힘입어 리드를 잡았고 후반전 '에이스' 킬리안 음바페가 멀티골을 터뜨리며 프랑스가 균형을 맞췄다. 경기 양상은 연장전에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메시가 골을 넣어서 달아나면 음바페가 뒤쫓는 모습이 펼쳐졌다.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세계 최고의 대회인 월드컵의 우승자가 실력보다 운이 중요하게 작용되는 승부차기로 결정된다는 것이 얄궂었다.
결과는 아르헨티나의 승리였다. 첫 번째 키커인 메시가 여유롭게 성공을 한 덕에 뒤이은 3명의 키커 역시 무난하게 골을 넣었다. 하지만 프랑스는 두 번째 키커인 킹슬리 코망과 세 번째 키커인 오렐리앙 추아메니가 연속으로 실축하며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렇게 아르헨티나의 세 번째이자 메시의 첫 번째 월드컵 우승이 탄생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메시의 우승엔 낭만이 있다. 이유는 많다. 우선 오랫동안 메시의 발목을 잡은 커리어였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그지만 단 하나, 월드컵 트로피의 부재가 항상 오점으로 남아 있었다. 개인 기록이나 클럽 트로피 등 다른 누구보다 뛰어난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세계 최고의 대회인 월드컵에서 최정상에 오르지 못한 탓에 100% 인정을 받지 못했었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라이벌리를 끝낸 순간이기도 했다. 메시 하면 항상 따라붙는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21세기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두 선수는 데뷔 후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구축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인 발롱도르 수상 횟수도 비슷했고 리그 우승이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도 모두 갖고 있었다.
대표팀 커리어도 유사했다. 두 선수 모두 월드컵에선 최정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각 대륙을 대표하는 코파 아메리카와 UEFA 유로에선 우승을 달성했다. 결국 월드컵 트로피 유무가 두 선수를 판가름할 중요한 척도였는데, 메시가 최정상에 오름으로써 호날두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됐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는 것도 의미를 더했다.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메시지만, 세월은 피해 갈 수 없었다. 어느덧 만 35세에 접어들었고 은퇴를 고려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 구체적인 은퇴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4년 후면 39세기 때문에 이번 대회가 개인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일까.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메시를 위해 똘똘 뭉쳤고 매 순간 필사적인 모습을 보였다. 메시가 더욱 편하게 능력을 발휘하도록 제 몸을 희생했고 표정에선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팬들 역시 아르헨티나의 끈끈한 조직력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우승까지 오는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개막 전까지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은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꼴찌 후보' 사우디 아라비아에 충격패를 당했다. 팬들의 확신은 의심으로 바뀌었고 '설마?'하는 두려움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이후엔 달랐다. 마치 처음엔 약체에 불과했던 주인공이 회를 거듭할수록 성장이라도 하듯, 메시와 아르헨티나는 매 경기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크 호스'인 멕시코와 폴란드를 2-0으로 제압하고 만만치 않은 네덜란드를 꺾었다. 브라질을 이기고 올라온 크로아티아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3-0 완승을 거뒀고 '최종 보스' 프랑스를 승부차기 끝에 이기며 우승에 도달했다. 마지막 기회, 주변을 둘러싼 의구심,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성장 스토리까지. 메시는 마치 '월드컵'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 스스로의 힘으로 감격적인 서사를 완성했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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