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산다' 항암제 개발사들이 '병용임상' 선호하는 이유
기존 면역항암제 단점 있어…낮은 반응률 보완 가능
"시장 장악한 키트루다와 시너지 내는 것이 개발 전략"
네오이뮨텍·NK맥스·지놈앤컴퍼니 등 키트루다와 병용임상중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유한양행(000100)은 이달 초 항암 신약 ‘렉라자’의 1차 치료제 적용을 위한 임상 3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와 간접 비교에서 우수한 결과를 내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시장 참여자들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얀센의 ‘EGFR·MET’ 표적 이중항체인 ‘리브리반트’와의 병용투여 임상 데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타그리소를 투여했음에도 치료에 실패한 경우인 ‘미충족수요’를 채울 수 있다면 상업적인 성공 확률이 더욱 높아져서다. 유한양행과 얀센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투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전술을 쓰는 것”…힘 합치면 성공 확률 높아진다
병용투여는 치료 효능을 높여 상업적인 성공에 다가가기 위해 진행된다. 병용으로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항암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암을 치료하기 위해 적절한 전술을 여러 가지 쓰는 것”이라며 “화학 치료제의 경우에도 한 가지만 쓰는 경우가 없다. 특히 면역항암제 시장에서는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병용투여는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임상은 고위험 흑색종 등 피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 그룹엔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만을 투여했다. 나머지 한 그룹엔 모더나의 암 백신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결과 병용투여군에서 키트루다 단독 투여보다 환자의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4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임상 설계가 머크의 키트루다와 병용투여를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병용요법으로 면역항암제 단점 보완한다
병용투여는 기존 면역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도 병용의 대상이 되는 치료제를 갖고 있는 빅파마도 파트너를 찾는데 적극적이다.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널리 사용되는 강점이 있지만 고형암에서는 반응률이 20%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에 신체 기관 염증을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 사례도 있다.
국내 바이오테크 네오이뮨텍(950220)의 경우 T세포 증폭제 후보물질 ‘NT-I7’을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투여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T세포 증폭제인 NT-I7이 키트루다의 효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MSS대장암은 키트루다 단독 투여 시에는 객관적반응률(iORR)이 0%에 그친 바 있고, 췌장암 역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바 있다. 병용투여 결과 iORR가 MSS대장암은 11.1%, 췌장암은 7.7%까지 나타났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키트루다가 널리 쓰여…“최근 항암제 개발 전략”
병용투여 대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머크의 키트루다다. 국내 바이오테크 한 대표는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로 이뤄진 시장이다. 키트루다와의 병용임상을 해 높은 반응률을 얻는 것이 최근의 항암제 개발 전략”이라며 “반응률을 높이거나, 여러 암종에서 적용될 수 있게 한다면 그 자체가 상업적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사례로든 모더나와 네오이뮨텍 외에도 메드팩토(235980)와 엔케이맥스(182400) 지놈앤컴퍼니(314130) 등도 키트루다와 병용임상 중이다.
엔케이맥스는 자연살해(NK) 세포치료제 ‘SNK’를 키트루다와 병용투여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4기 비소세포폐암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 키트루다 단독투여군과 비교해 장기추적한 결과 2년 시점의 전체 생존율(OS)이 단독군 대비 41.6% 높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담도암 환자에게 GEN-001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같이 투여하는 임상 2상을 진행한다. 내년 초 환자를 등록해 이르면 내년 말에 중간분석을 도출한다는게 회사측 계획이다.
이광수 (gs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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