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에 더 빛 발하는 네이버 빠른정산 “2년간 17조3000억원”

현화영 2022. 12. 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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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제공.
 
네이버파이낸셜의 ‘스마트스토어 빠른정산’이 서비스 출시 후 2년간 총 17조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해 고물가·고금리 시기에 소상공인과 상생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를 시작으로 정부 및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통업계 내 정산주기 단축 흐름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스토어 빠른정산’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결제일로부터 3일 만에 정산대금의 100%를 무료로 지급하는 서비스로, 보통 매출이 발생한지 10~60일 걸리던 업계 정산 주기를 대폭 단축시키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초부터 배민 입점 업주를 대상으로 정산 주기를 현 4일에서 3일로 하루 앞당겼다. 11번가도 ‘11번가 빠른정산’ 서비스를 올해부터 배송완료 기준 다음 날 대금 90% 정산에서 집화완료 기준 ‘다음 영업일 100%’정산으로 변경한 바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에 따르면, 빠른정산 서비스가 출시된 2020년 12월부터 지난 달 11월까지 2년간 소상공인에게 약 17조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지난 11월의 경우 한달 간 지급된 판매대금으로만 1조원을 돌파해 고물가 시기에 판매자에게 더욱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빠른 정산을 통해 판매자의 자금 회전이 원활해지면 판매자는 재고를 확보하거나 상품 품목 수를 늘리며 사업 규모를 보다 확장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매출 규모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 발간된 ‘네이버 디지털 생태계 리포트’에 따르면, 네이버의 빠른정산 서비스를 통해 8만여 소상공인들이 약 616억원의 금융 비용을 절감한 효과를 누렸다. 빠른정산이 도움되는 이유에 대한 설문에서 93.6%가 현금유동성 개선을 꼽았다.

업계뿐 아니라 정부도 적극 나섰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제조업 중심으로 운영되던 상생결제 혜택을 최초로 유통업계에도 적용하는 ‘유통망 상생결제’를 도입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조기 현금 확보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유통망 상생결제는 유통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이 판매대금을 받기 전에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중기부가 상생결제의 지급방식을 개선한 대금 지급 수단이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에서도 확인되는 추세다. 특히 쿠팡이 표방하는 아마존도 최근 네이버의 빠른 정산과 유사한 대금 선지금 서비스인 ‘익스프레스 페이아웃(Express payout)’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시애틀에서 지난 9월 개최된 판매자 컨퍼런스 ‘아마존 액셀러레이트(Amazon Acclerate)’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아마존은 “중소상공인들의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쿠팡은 대금 정산 주기를 오히려 10일 연장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1월 말 로켓배송 셀러를 대상으로 대금 정산주기를 50일에서 60일로 늘리는 ‘2023년 상품공급계약 개정 (대금 지급 조건) 안내’ 공지를 진행했다.

개정된 상품공급계약 3.2조에 따르면 납품업자의 상품 인도를 전제로 구매자는 구매자가 상품을 수락한 후 60일 이내에 다툼이 없는 모든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개정 조항은 2023년 1월부터 최소 3개월의 기간 유예 후 적용되며, 비 동의시 기존 계약은 자동연장 되지 않는다. 내년부터 쿠팡에 상품 공급을 원하는 판매자라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쿠팡의 결정에 일부 판매자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플랫폼의 정산 대금 기일이 늦어질수록 셀러들은 현금확보가 어려워지고, 요즘과 같은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신상품을 제작하거나 소싱을 위해 또 다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등 애로사항이 커지기 때문이다. 

판매자들은 커뮤니티 등에서 “쿠팡은 최근 흑자까지 난 마당에 정산기일을 왜 늘리는 것이냐”며 “이자 장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쿠팡의 이와 같은 결정이 현금 유동성 확보를 통한 현금 흐름 개선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쿠팡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흐름은 2020년도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러한 쿠팡 현금흐름 개선에는 판매자 정산금을 포함한 매입채무 확대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도부터 10일 더 늘어난 대금 정산 주기로 인해 쿠팡의 현금 흐름에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지만 판매자들의 현금 유동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온라인 유통업에 종사하는 많은 셀러들에게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빠른 대금 정산은 플랫폼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 될 수 있다”며 “플랫폼의 나홀로 성장보다는 셀러와의 상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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