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 벗어나는 중국차, ‘전기차’ 앞세워 세계 데뷔 성공할까
내수 시장 검증받은 전기차로 해외공략…한국도 진출
한국·브라질·멕시코·일본. 이들 나라의 공통점이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가 현지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나라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비야디는 테슬라를 제치면서 내수시장을 벗어나 세계로 뻗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니오, 지리 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 회사들도 전기차를 앞세워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주는 부정적 인식을 깨뜨릴 수 있을까.
유럽 안전평가서 만점 받은 중국차
최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의 신차 안전평가 프로그램에서 만점인 별 5개를 받았다. 유럽은 신차 안전성 성능 평가 프로그램 ‘유로 엔캡’(Euro NCAP)을 운영하고 있다. 평가 항목이 까다로워 유럽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결정할 때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최근 장성자동차(Great Wall Motor)가 출시한 전기차가 별 5개 만점을 받았다. 비야디의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아토(ATTO)3’도 별 5개를 획득했다. 중국이 처음 유럽 시장에 진출했을 때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2005년 장링 자동차(Jiangling Motors)가 출시한 스포츠실용차는 별 0개를 받았고, 2007년 브릴리언스오토그룹의 세단은 별 1개를 받는 데 그쳤다.
유로 엔캡 소속 알레드 윌리엄스 프로그램 매니저는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충돌 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아 중국 자동차 회사의 이미지가 망가졌지만 최근 테스트에서는 문제를 해결했고, 유럽 시장 진출과 관련해 훨씬 나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품질이 더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증언이다. 중국 업체들의 세계 진출에는 이런 자신감이 깔려 있다.
비야디가 대표적이다. 비야디는 지난 9월에는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에서, 이달에는 독일에서 전기 스포츠실용차 2종과 전기 세단을 출시했다. 10월에는 독일 최대 렌터카 회사인 식스트(Sixt)가 2028년까지 아토3 10만대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
1990년대 중반 설립된 비야디는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해 2000년대 초 자동차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야디는 중국 시장 내에서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제네럴모터스의 전 임원이자 중국산업 전문가인 마이클 던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야디는 점점 중국 전기 자동차 산업의 토요타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 시장에서 비야디보다 저가 브랜드로 자리 잡은 니오도 유럽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의 주 무기는 ‘배터리 교체식 차량’이다. 배터리 교환소 앞에 차량을 주차한 뒤 충전 버튼을 누르면, 자율주행을 통해 차량이 교환소 안으로 들어간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차량 하부를 정비할 때 위로 들어 올리듯, 교환소 기계도 차량을 살짝 들어 올려 다 쓴 배터리를 빼내고 완충된 배터리를 채워 넣는다. 이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된다. 니오는 지난 5월 노르웨이에 교환소를 설치했고, 2025년까지 중국과 유럽에 교환소 4천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늦어버린 내연기관, 전기차로 역전 노려
중국이 전기차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 자신 있게 출사표를 내밀 수 있는 건 중국 정부의 자동차 산업정책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100여년간 내연기관 기술을 축적해온 기존 완성차 브랜드와는 정면 승부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언젠가 내연기관차가 퇴출당한다고 예상했고, 전기차 생산·보급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실제로 후발 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기존 업체들도 전기차 분야에서는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부품 수가 절반가량 줄고, 엔진 대신 모터가 장착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정책에 관여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신용카드 결제망을 건너뛰고 모바일 결제로 넘어간 것처럼, 내연기관에선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전기차로 방향을 잡았고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며 “혹여 전기차에서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수소차나 다른 방식의 친환경차 산업으로 넘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 자본력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 지분을 잇달아 사들이며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 회사도 존재한다. 바로 지리자동차다. 이 회사는 2010년 볼보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어 영국 스포츠카 업체 로터스 지분을 51%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고, 메르세데스-벤츠 지분도 10%가량 인수했다. 지난 5월에는 르노코리아 지분 34.02%도 인수해 2대 주주가 됐다. 당시 르노코리아 쪽은 “지리자동차그룹의 이번 지분 참여 결정은 한국시장의 높은 잠재력을 기반으로 르노코리아와의 합작 모델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지리자동차의 다른 속내가 있다고 본다. 저가·저품질 이미지 탈피와 선진국 시장 수출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의 품질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중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다”며 “이 때문에 합작사 형태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리자동차와 볼보의 합작 브랜드 폴스타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가 설립한 전기차 브랜드로, 국내에서만 사전예약 일주일 만에 올해 판매 목표치인 4천대 계약을 일찌감치 끝냈다.
비야디, 저품질 이미지 벗는 선봉장될까
향후 비야디의 해외 진출 성적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의 중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비야디는 내수시장에서 대표 고급 전기차 브랜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비야디가 실패하면 그간의 저품질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수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야디는 우선 타이 시장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얻었다. 10월 말 아토3 주문을 받기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수입하기로 했던 물량 1만대를 모두 팔아치웠다. 저렴한 가격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동급 전기차로 분류되는 일본 토요타 ‘bZ4X’에 비해 약 2770만원가량 저렴하다.
내년을 목표로 한국 진출에도 나설 전망이다. 비야디는 자사 전기차 세단 이름인 실(Seal), 돌핀(Dolphin), 아토 등 6개 상표를 국내에 출원했고, 한국어 누리집도 개설했다. 최근에는 용산에 서울사무소를 개소하고, 국내 전기차 판매를 위한 인증·홍보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이미 국내 판매사를 선정해 버스·트럭·지게차 등 상용차를 판매하고 있다.
비야디는 국내에서도 가성비 전략을 통해 국내 소비자를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비야디 대표 세단 ‘실’의 중국 현지 가격은 약 4300만원부터 시작한다. 국내 판매 가격도 이 수준을 유지한다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아 3천만원대 중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비야디가 중국 시장에서 검증된 모델을 들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야디가 전기차 3종을 출시할 예정인데, 품질도 좋고 디자인도 잘 나왔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비야디 차량을 경험하게 되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국내 업체들이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일부 시장을 뺏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붕어빵 값, 손님이 정해준 대로…“학생이 2천원에 5마리 좋대요”
- [단독] 감사원, 용산 대통령실 이전 ‘불법’ 의혹 감사 돌입
- 2살 동생이 “아빠~” 하고 따르던 17살, 장례엔 친구 수백명이…
- ‘축구 신’ 리오넬 메시, 마지막 춤은 불멸의 역사와 함께
- 윤 대통령 지지율, 6월 이후 첫 40%대 [리얼미터]
- 내년 상반기 ‘경제혹한’ 온다…재고 쌓이고 부자 지갑도 꽁꽁
- 우리집 도어락도 ‘수리비’만 주면 열릴텐데…믿을 건 양심뿐?
- 여기서 더 추워진다고…‘영하 15도’ 화요일 아침까지 강추위
- 최악 오프닝을 최고 피날레로…메시의 아르헨티나, 월드컵 우승
- 인사 담당자들 “주 52시간 안 지켜도 되면? 당연히 인력 감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