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 U · N 경험 제공”… 핵심 키워드로 가전의 미래 그리는 전략가
■ 베스트 리더십 - 조주완 LG전자 사장
디자인위크 현장경영 행보 · 오늘의집과 VR 브랜드관
다른 회사와 협업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 선봬
방탈출 카페 · 금성오락실 등 젊은층 공략 체험공간도
가전1위 안주 않고 미래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대
조주완(60·사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12월 CEO로 선임된 직후, 2022년 신년사를 통해 ‘제품이 아닌 경험을 파는 회사’로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구체적으로는 최고의(First)·차별화된(Unique)·세상에 없던(New) 경험, 즉 ‘F·U·N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경험 혁신은 LG전자를 넘어 LG그룹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가 됐다. 전략가인 조 사장은 임직원들의 뇌리에 확실히 박힐 수 있는 메시지를 통해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업계에서 받고 있다.
◇협업과 혁신으로 고객경험 창출 = 조 사장 취임 이후 LG전자는 다른 회사와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고객경험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
LG전자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과는 가상현실(VR) 브랜드관을 열었다. 인플루언서 부부 2팀이 실제 거주하는 집을 360도 상하좌우로 둘러보며 오브제컬렉션 제품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오뚜기와는 LG전자 프리미엄 주방가전으로 음식을 만드는 요리수업을 함께 개설했다.
조 사장은 지난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 Design Week) 2022’를 찾아 고객경험 혁신을 위한 현장 경영 행보를 했다. 조 사장은 LG전자의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 전시 부스뿐 아니라 보쉬지멘스(BSH), 스메그(SMEG), 몰테니앤씨(Molteni&C), 모오이(Moooi), 렉서스(Lexus), 이케아(IKEA) 등 글로벌 기업의 디자인 트렌드를 둘러봤다. 조 사장은 이 자리에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구, 자동차, 인테리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해 산업 간 경계를 넘어선 디자인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내세우는 ‘업가전’도 ‘F·U·N 경험’의 핵심이다. 기능이 향상된 제품이 끊임없이 나오는 가전제품 특성상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형이 될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주면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조 사장이 취임한 직후인 올해 1월 25일부터 업가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가전은 ‘씽큐(ThinkQ)’ 앱을 통해 이미 구입한 가전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0여 개의 제품에 20개 이상의 신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에어로타워의 다이렉트 청정 기능,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얼음정수기 냉장고의 야간 눈부심 방지 기능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업가전 아이디어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서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업가전을 통해 새 제품 수요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LG전자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충성 고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더 주목했다.
방탈출 카페, 금성오락실 등 체험공간도 젊은 세대에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방탈출 카페는 4월 성수동 시즌1에 이어 9월 강남역 시즌2를 열었다. 젊은 세대에 인기 있는 방탈출 게임을 제공하면서 LG전자 씽큐 앱의 편리한 기능과 가전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이 커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LG 올레드 TV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금성오락실은 지난해 성수동에 처음 문을 연 뒤 올해 부산 광안리 시즌2, 강남역 시즌3를 잇따라 진행했다. LG전자는 최근에는 스타벅스와 협업해 서울 경동시장에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와 ‘커뮤니티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금성오락실 시즌3에서는 이마트24와 협력해 새로운 카페 공간인 ‘이마트24 금성점’도 열었다. 체험공간도 협업을 통해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이기는 성장’과 ‘성공하는 변화’ = 조 사장은 CEO를 맡기 전 최고전략책임자(CSO)를 2년 맡았었다. CEO에 오른 뒤에도 CSO를 여전히 겸직하고 있다. 조 사장이 CSO 시절 강조한 것은 ‘이기는 성장과 성공하는 변화’였다. 고객경험 혁신과 더불어 이기는 성장도 LG전자를 넘어 LG그룹을 대표하는 전략이 됐다. 이 전략은 LG전자를 세계 가전 1등으로 올리는 원동력이 됐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LG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의 월풀을 제치고 생활가전 매출액 1위로 올라섰고, 올해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는 11월 단행된 인사에서는 미래를 준비하면서 변화를 추구했다. 임원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통해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기존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와 ‘키친어플라이언스사업부’를 각각 ‘리빙솔루션사업부’와 ‘키친솔루션사업부’로 변경했다. 개별 제품의 관점이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자는 의미로 기존 사업부에 ‘솔루션’ 개념을 적용했다.
LG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대하고 있다. 가전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을 위한 미래 먹거리를 꾸준히 찾았고, 성과가 나오고 있다. 전장(자동차용 전자장치)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올해 3분기 역대 최대인 2조345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961억 원에 달했다. 2013년 VS사업본부를 설립한 지 9년 만에 연간 흑자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적자가 계속되면서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LG전자는 관련 투자를 더 확대했다. 2018년 8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했고, 지난해 7월에는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조 사장은 취임한 뒤 첫 출장지로 오스트리아 ZKW를 택했고, 지난 4월 LG마그나 멕시코 공장 착공식에도 직접 참석하는 등 전장 사업에 더 힘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마그나 합작 회사 설립 시에 조 사장이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 철수 등 전략적인 결정을 통한 변화를 계속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각 위에 직급 올리지 말자”… 임직원과 함께 조직문화 혁신 추구
■ 조 사장의 소통법
설문 통해 8개 핵심가치 선정
대학생들 만나 귀 기울이기도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취임한 이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조직문화 혁신이다. 조 사장은 임직원들과 소통의 자리를 계속 마련하면서 조직문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조 사장은 임직원 소통 행사인 ‘CEO F·U·N Talk’를 취임 후 모두 네 차례 진행했다. 지난 10월 열린 네 번째 행사에는 약 7000명의 임직원이 실시간으로 참여했다. 조 사장은 행사에서 “LG전자가 세대와 시대를 넘어 꾸준히 사랑받기 위해서는 고유의 가치와 매력을 갖춘 브랜드가 정립되어야 한다”며 “기업의 미래를 위해 꼭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 두 가지는 ‘사람’과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또 “고객의 요구사항이 날로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고객이 열광하고, 고객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강력한 브랜드 빌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전자 직원들은 3000여 개의 댓글을 달며 실시간으로 의견을 냈고, LG전자에 열광하는 고객(팬덤)을 만드는 방안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조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 후 ‘리인벤트(REINVENT) LG전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다양한 소통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LG전자는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8개의 핵심가치(소통·민첩·도전·즐거움·신뢰·고객·미래준비·치열)를 뽑아내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11가지 ‘리인벤트 LG전자 가이드’를 마련했다. 가이드에는 ‘보고의 군살은 빼고, 행동의 근육을 키우자’ ‘생각 위에 직급을 올려놓지 말자’ ‘회의실은 정답을 말하는 곳이 아니라 생각을 말하는 곳이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조 사장은 5월에는 새로운 조직문화 방향성을 두고 의견을 나누는 ‘리인벤트 데이’ 행사를 열기도 했다.
조 사장은 회사 외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8월 대학생들로 구성된 ‘디자인 크루’와 만나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생각을 직접 듣기도 했다. 디자인 크루들은 최근 기업들의 친환경 마케팅이 실제로는 친환경과 거리가 먼 ‘그린워싱’ 사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는 등 솔직한 의견을 개진했다. 조 사장은 고객의 소리(VOC)도 꼼꼼히 읽어보고,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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