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커밍아웃하자 아버지가 날 죽이라고 했다” 오열(세치혀)

이선명 기자 2022. 12. 1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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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방송인 풍자가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했을 당시에 여러 마찰과 슬픔을 토로하며 결국 오열했다. MBC 방송화면



트랜스젠더 방송인 풍자가 ‘커밍아웃’ 당시 아픔을 전했다.

풍자는 18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세치혀)에 출연해 ‘아버지에게 커밍아웃을 해보았습니다’를 주제로 입담 대결에 나섰다.

준결승전에 진출한 풍자는 “트랜스젠더로서, 여성으로서, 첫 경험을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커밍아웃 당시를 회상했다.

“나는 커밍아웃을 세 번했다”고 말문을 연 풍자는 “중학교 때 ‘여자로 살고 싶다’고 아버지께 말했는데 내가 반항하는 줄 알고 웃으시더라”며 “고등학교 때 다시 한 번 커밍아웃을 했는데 ‘네가 문제가 있지 않고서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너 꼭 고쳐줄게. 사람처럼 살게 해줄게. 버텨보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풍자가 마지막 커밍아웃을 선언한 때는 스무 살이었다. 그는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남들과 다르지만 난 여성으로 열심히 살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며 “그랬더니 아버지가 주방에서 식칼을 들고 나와 ‘네가 여성으로 사는 걸 용납하지 못하겠다. 그러려면 나를 죽여라’고 하시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시간을 대립했지만 아버지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러 가셨을 때 가출했다”고 말했다. 그 길로 풍자는 약 10년 동안 가족들과 단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풍자는 “몰래 집 근처를 배회한 적도 있다. 몰래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며 “아버지가 보고 싶었고, 동생도 보고 싶었다. 집도 그새 이사를 했다”고 말했다.

풍자의 정체성을 인정해 준 이 또한 아버지였다. 풍자는 ‘우선 (여성으로서) 인정해 줄 테니 만나자’는 말을 아버지로부터 들었고 만남이 이어졌다. 건장하고 엄했던 아버지는 쇠약한 할아버지로 변해 있었다. 풍자는 “내가 힘든 만큼 가족도 힘들었겠다고 생각했지만 서먹서먹했다”고 했다.

아버지는 풍자에게 마음을 열었다. 아버지는 “우리 딸 지 엄마랑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너를 여성으로 받아주기까진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릴 거다. 그래도 내 자식이니까 널 지켜주겠다”며 “너에게 날아오는 모든 비난도 아버지가 받아줄 거다. 당당하게 여성으로 살아봐라”라고 격려했다.

당시를 회상한 풍자는 결국 오열하며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대신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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