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커밍아웃 하자 식칼 들었던 父…가족과 10년 연 끊었다"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트랜스젠더 방송인 풍자가 커밍아웃으로 가족과 갈등을 빚었던 사연을 밝혔다.
풍자는 18일 밤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에서 '첫 경험'이라는 주제로 커밍아웃했던 과거를 소개했다.
풍자는 "나는 부모님께 세 번의 커밍아웃을 했다"라며 "첫 번째는 중학교 때 '여자로 살고 싶다'라고 아버지에게 말했는데 장난인 줄 알고 웃으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 두번째는 고등학교 때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때는 장난이 아닌 걸 아시고 '네가 문제가 있지 않고서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너 꼭 고쳐줄게, 사람처럼 살게 해줄게, 조금만 버텨보자'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풍자는 "그리고 스무살 때, '나 정말 진심이고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난 여자로 열심히 살 자신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주방에서 식칼을 들고 와서 '네가 여자로 사는 걸 용납하지 못하겠다, 그러려면 나를 죽여라'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풍자는 "수시간을 대립했지만 고집을 꺾지 못했다.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러 가셨을 때 가출했다"라며 "그 뒤로 가족과 10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얼굴도 보지 않고 지냈다"라고 털어놨다.
풍자는 다시 가족과 재회하게 된 사연도 전했다. 그는 "어느날 연락이 왔는데, 남동생이 이유 불분명으로 쓰러졌다고 하더라. 새벽에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는데, 남동생이 의식을 찾고 제일 먼저 한 말이 '큰형이 너무 보고싶다'였다더라"며 "고집 한 번 꺾으면 될 거 가지고 어떻게 험난한 세상을 그 꼴로 살겠다고 부모말까지 어기고 그렇게 사냐 더라. 그때 정말 억장이 무너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내가 이기적인가 싶었다. 근데 저희 아버지가 '집에 와라. 우선 인정 해줄 테니까 만나자'더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집에 갔더니 가족들이 서로를 못 알아봤다고 밝혔다. 풍자는 "아버지는 110 사이즈를 입는 건장하신 분이었는데 95 사이즈를 입으시는 쇠약한 할아버지가 되셨고, 190mm 신발을 선물했던 남동생은 285mm 신발을 신는 청년이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풍자는 "10년 떨어지고 모습이 바뀌니 너무 서먹했다. 그래서 친해지고 인정받고 싶었다"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10년 동안 뭘 했지 싶더라. 가족을 너무 원망만 했나 이기적이었던 제 모습이 생각나 눈물이 났다"며 울컥해 했다.
풍자는 "가족들 앞에서 울기 싫어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나왔는데 아버지가 앞에 서 계셨다. 그때 하신 말씀이 있는데, 평생 가슴에 꽂힌 한 마디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어깨에 손을 올리시더니 '우리 딸, 지 엄마랑 똑같이 생겼네'라더라. 전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라며 "아버지가 '널 여자로 받아주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넌 내 자식이다. 내가 널 지켜주고, 너에게 날아오는 모든 비난을 받아주겠다. 아빠가 있으니 당당히 여자로 살아봐라'라고 하셨다"며 눈물을 보였다.
남동생과 여동생도 풍자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풍자는 "남동생이 지나가다 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우리 누나 돼지네'라더라. 저는 '맞아 나 돼지야. 네 누나 돼지다'라고 울었다"고 말했다.
여동생은 풍자에게 손편지를 써줬다. 그는 "여동생은 '엄마 돌아가시고 남자 셋 있는 집에서 혼자 자라며 엄마의 그리움이 컸는데 엄마가 생긴 것 같다. 앞으로 언니로서 엄마로서 잘 지내보자'라고 편지에 썼다"라고 했다.
풍자는 "지금은 저희 가족 너무 잘 지낸다. 여행도 간다"며 달라진 가족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풍자의 가족은 풍자가 받을 비난의 시선이 두려워 풍자의 방송을 아직까지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풍자는 "여러분처럼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 많다는 걸 아버지께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MBC 방송 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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