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이토록 '한 선수'의 우승을 원한 적이 있었던가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리오넬 메시의 월드컵이 끝났다.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아르헨티나는 19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 프랑스와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이었다.
아르헨티나는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전 세계 많은 축구팬들이 의미를 부여한 것은 36년 만의 우승이 아니었다. 메시의 첫 번째 월드컵 우승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기뻐했다. 그래서 행복해했다.
메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우승할 수 있는 모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각종 득점왕도 갈아치웠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천재, 세상과 다른 경이적인 선수의 등장을 지켜봤다. 많은 축구팬들이 현재 최고의 선수, 그리고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건 아니었다. 축구 선수로서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 우승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지는 메시였다. 월드컵 우승컵이 있는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와 견줘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바르셀로나에 특화된 선수 등 평가절하도 나왔다.
그래서 메시의 팬들에게도 오기가 생겼나보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만들기 위해 무한 애정, 무한 지지를 보냈다. 이런 팬들의 마음을 느낀 메시도 결국 해냈다. 월드컵 우승컵을 품었다. 이제 메시가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칭호에 이견을 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역사를 돌아봤을 때, 이토록 전 세계 축구팬들이 한 선수의 월드컵 우승을 간절히 원한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저마다 조국을 응원했고, 조국이 떨어졌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있는 팀 혹은 자신이 꾸준히 지지했던 국가를 응원했다. 특히 월드컵 결승은 대부분 반반으로 갈리는 응원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카타르 월드컵은 어땠는가. 거의 대다수의 팬들이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바랐다. 경기장은 아르헨티나 홈구장과 같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메시를 응원한 것이고, 메시의 우승을 바란 것이다.
잉글랜드 출신 제이미 캐러거는 조국마저 버렸다. 그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메시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에 성공해 'GOAT(Greatest of all time)' 지위를 확고히 하도록 잉글랜드가 아닌 아르헨티나를 응원한다. 메시는 내가 본 선수 중 최고의 선수다. 펠레, 크루이프도 최고의 선수고, 마라도나도 봤다. 하지만 난 메시가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지어 프랑스를 버리고 메시를 선택한 이도 있다. 프랑스 대표팀 공격수 출신 앙드레 피에르 지냑은 "나는 프랑스 국민이지만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하길 바란다. 메시의 커리어 완성을 위해서다"고 밝혀 프랑스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얼마나 메시의 팬들이 열정적이었나면, 결승을 앞두고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이 "아르헨티나 국민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메시의 우승을 기원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심지어 프랑스 국민 일부도 메시의 커리어를 위해 아르헨티나 우승을 바라고 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왜 이런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을까.
동시대를 함께 한 메시. 그를 향한 자긍심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선보였던 그 환상적인 퍼포먼스와 각종 신기록. 발롱도르 역대 최다인 7회 수상 등 메시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한 팬들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경이적인 선수에 자신의 영혼을 담았다. 그래서 메시의 미래, 역사의 평가에도 마음을 담은 것이다.
동시대에 자신과 함께했던 이 위대한 선수가 팬들에게도 영광이자 자부심이다. 때문에 메시가 아름답게 커리어를 마무리한다면 팬들의 자부심이 올라가는 것이고, 메시가 'GOAT'가 되면 팬들의 자긍심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
과거 펠레 세대와 마라도나 세대 팬들이 그랬듯,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시대에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등장하기를 바라는 욕구다. 우리 시대를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아이콘을 원한 것이다.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그 선수 말이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축구팬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아르헨티나 우승을 지지했다. 그리고 현실이 되자 마치 자신이 우승한 것처럼 기뻐했다.
메시의 동료 앙헬 디 마리아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늙어서 손자들에게 축구 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손자들에게 할아버지가 축구를 하고, 우승을 한 이야기보다 할아버지가 메시와 함께 뛰어 놀았다는 이야기를 먼저, 더 많이 들려주고 싶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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