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땐 차기 대통령감’이라던 메시, 조국에 전한 대선 후보급 소감

이가영 기자 2022. 12. 1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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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리오넬 메시의 이미지가 걸린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월드컵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조국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낸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개인의 목표를 이룬 것과 동시에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강력한 진통제를 선사했다. 메시는 우승 소감으로 “우리가 해냈다”고 말했다.

메시는 19일(한국시각)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을 마치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세계 챔피언! 몇 번이고 꿈꿨고, 너무나 갖고 싶었다. 믿기지 않는다”며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그는 “가족들, 저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저희를 믿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아르헨티나인들이 함께 싸우고 단합할 때 우리가 하고싶어 하는 일을 성취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아르헨티나의 장점은 같은 꿈을 위해 함께 싸울 때 개인을 뛰어넘는 힘이 발휘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해냈다. 우리 곧 만나요”라고 했다.

19일(한국시간)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승부차기에서 4-2로 격파하면서 월드컵 3관왕에 등극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리오넬 메시의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들이 앉아있다. /연합뉴스

마치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우승 축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우승 소감이다. 실제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함께’, ‘연합’을 강조한 우승 축하 글을 올렸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항상 함께, 항상 연합을. 우리는 세계 챔피언입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19일(한국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시민들이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메시는 경제 불황과 정치 혼돈 속에 있는 조국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었다. 미국 CNN은 18일 ‘메시가 마라도나의 그늘에서 벗어나 어떻게 아르헨티나 전체의 마음을 사로잡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르헨티나보다 축구를 더 많이 즐기는 나라는 없다”며 “메시의 활약은 그를 신과 같은 지위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아르헨티나 시민 소피아 마르티네스는 “진짜든 가짜든 메시의 유니폼을 입지 않은 아이는 없다”며 “메시는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많은 사람에게 큰 기쁨을 준 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0월 물가상승률 88%를 기록했고, 올해 12월까지 100%에 도달하리라 예상된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릴 넘치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플레이와 영웅 메시가 아르헨티나 사람들을 경제 문제에 항의하는 것 대신 축구를 즐기러 거리로 나오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 역시 이렇게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8강전 승리 이후 카타르로 향하는 항공편이 매진되자 “축구의 성공이 고단한 아르헨티나 국민 삶의 고통을 잠시나마 덜어줬다”고 평가했다.

19일(한국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시민들이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정적이자 전임자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은 최근 “만약 이번에 아르헨티나가 우승한다면 메시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강력하게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마크리 전 대통령은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재단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메시가 2016년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을 때 공개적으로 만류하기도 했었다. 그때 메시의 은퇴 번복이 없었다면 결과적으로 오늘의 메시도 볼 수 없었던 셈이 된다.

물론, 메시가 곧바로 정계로 뛰어들 확률은 낮아 보인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하지 않겠다. 챔피언 자격으로 A매치에서 계속 뛰고 싶다”며 당분간 대표팀 은퇴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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