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와 전주영화제란, ‘불협화음’[스경연예연구소]
배우 정준호가 내정설이 돌았던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결국 선정돼 영화계가 시끄럽다. 이번 집행위원장 선정에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며, 영화제 첫걸음부터 삐덕거리고 있다. 시작도 전에 ‘삑사리(음이탈)’난, 그야말로 ‘불협화음’이다.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우범기, 이하 조직위)측은 지난 14일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과 정준호 영화배우를 선출했다. 앞으로 전주국제영화제는 2인의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공동집행위원장들의 임기는 3년이다.
발표와 동시에 영화계는 탄식했다. 그간 전주국제영화제와 큰 접점이 없었던 정준호가 난데없이 집행위원장 후보로 오른 건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자 전주시장인 우범기 시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화제 정체성과 영화인들의 견해를 존중해 타협점을 찾았던 기존 시장들과 달리 우범기 전주시장은 정준호를 영화제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했고, 임명까지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영화제 본질까지 해칠 수 있다는 강한 우려가 쏟아졌다.
조직위는 같은 날 진행된 이사회를 통해 민성욱 현 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과 정준호 공동 집행위원장 선임안을 여지없이 의결했다. 조직위는 이에 대해 “전주국제영화제는 ‘독립’과 ‘대안’이라는 가치를 표방하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했으며, 국내외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지원 및 상영을 통해 고유의 기반을 다졌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시네필의 사랑을 받는 영화제로 성장했으나 다른 한편 일반 대중에게 진입장벽이 높은 영화제일 수 있다는 견해가 공존했다”며 “이번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로의 전환이, 전주국제영화제가 정체성 확립과 대중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동집행위원장 선출을 설득시키기 위해 ‘실력있는 독립영화인 발굴의 장’으로 불리는 영화제 본질을 조직위 스스로 폄훼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임명을 반대했던 영화인 이사 방은진 감독, 권해효 배우, 한승룡 감독 등 3명은 결과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사회는 우범기 시장, 서배원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 배우 권해효, 감독 겸 배우 방은진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이사회 표결에서 우 시장과 천선미 전북도청 문화체육관광국장의 위임장을 받은 서배원 전주시 문화체육국장, 전 시의원 등 4명이 찬성했고, 반면 영화인 이사들의 동의는 전혀 얻지 못했다. 세 사람은 그동안 정준호가 30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지만 국제영화제 참여 경험이 부족한 데다 선거 때 보수 정치인의 지지 유세를 다녔던 점에서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한 바 있다.
첫 단추부터 요란스럽게 단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번 개편으로 조직위가 자부한 것처럼 영화제 정체성을 확립하고 대중성까지 거머쥘 수 있을까. 그 과업이 단순히 정준호·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 임명만으로도 달성될 수 있는지는, 모두가 지켜볼 일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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