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일상툰은 어디 갔을까…'드라마화 어렵다' 업계 외면

김경윤 2022. 12. 1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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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야기로 독자 지갑 열기 힘들어…"주요 플랫폼서 스토리물에 밀려나"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웹툰 초창기에는 '스노우캣', '마린블루스'처럼 개인 홈페이지에 일상을 공유하는 그림일기 형식의 작품이 많았다.

작가가 주인공이며 자신이 겪은 일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담은 이른바 '일상툰' 또는 '일상물'이 웹툰의 대표 장르였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20년 동안 웹툰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사이 일상툰은 급격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1세대 웹툰으로 꼽히는 '스노우캣' [연합뉴스 자료사진]

19일 주요 웹툰 플랫폼을 살펴보면 네이버웹툰의 경우 일상 장르로 분류된 작품이 총 80편이다.

536편으로 집계된 순정 장르보다 턱없이 적다. 드라마(440편), 판타지(360편), 스릴러(256편), 액션(175편), 개그(138편)에도 밀리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완결작이고 네이버웹툰에서 현재 연재되고 있는 일상 장르 웹툰은 10편에 그친다.

카카오페이지에서는 카테고리에 일상이라는 장르가 아예 없다.

판타지, 드라마, 로맨스, 로맨스판타지, 액션, 무협에 심지어 BL(보이즈 러브)까지 여러 장르를 뒀지만, 일상툰이라는 분류는 아예 없는 것이다.

일상툰의 존재감이 줄어든 배경으로는 웹툰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꼽힌다.

예전에는 웹툰이 그 자체로만 소비됐지만, 이제는 원천 지적재산(IP)으로서의 가치가 중요해졌다.

통상 파격적인 설정이나 극적인 서사 구조가 있어야 웹툰 IP를 드라마나 영화로도 재탄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실생활에 기반을 둔 일상툰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결국 일상툰은 IP 판매나 작품 열람·소장을 위한 결제 등으로 큰 수익을 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업계가 차츰 외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료 결제 유인이 적다는 것도 한계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22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응답자가 다음 줄거리가 궁금할 때 유료 결제를 한다고 답했다.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일상툰 독자가 200∼500원을 들여 다음 편을 결제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민 웹툰 평론가는 "일상 웹툰 IP를 드라마·영화로 확장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며 "또 웹툰 시장에 유료 모델이 안착한 가운데 일상 장르로 결제를 끌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왓챠의 웹툰 서비스 [왓챠 웹사이트 갈무리]

그렇다고 일상툰이 아예 설 자리를 잃은 것은 아니다.

친근감 있는 웹툰을 원하는 독자가 여전히 있다.

왓챠, 만화경 등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플랫폼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상툰이 지금도 연재되고 있다.

왓챠에 현재 연재 중인 오리지널 웹툰 16편 가운데 일상·에피소드 장르가 10편이다.

'낢이 사는 이야기'의 서나래 작가, '생활의 참견'의 김양수 작가 등 일상툰으로 유명한 작가들과도 계약해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왓챠 관계자는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양산형 스토리물 위주의 작품만 창작되는 경향성이 뚜렷해졌다"며 "초기 웹툰 시장에서 일상에 기반한 따뜻한 스토리와 감성으로 인기를 얻었던 작품들이 자취를 감춘 이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왓챠는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며 다름이 인정되도록 한다'는 기업 비전을 기반으로 최대한 많은 장르의 작품을 다양하게 수급,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웹툰 플랫폼 만화경도 초창기 '인스타툰'(인스타그램+웹툰) 작가들을 영입해 일상·에피소드 장르 웹툰이 많은 편이다.

육아툰 '율이는 오늘도', 일상툰 '대흉작 감자밭', 반려동물툰 '고양이 예찬' 등이 대표적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애초에 만화경이 추구하는 것은 만화 놀이터"며 "일부 웹툰 플랫폼은 자극적인 작품으로 인기를 끌지만, 만화경은 담담하고 부드러운 소재의 작품으로도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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