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위험수위’ 5만가구 육박…경남선 2분기 초기 분양률 38% 그쳐
일각선 "내년 말 미분양 11만가구까지 증가" 우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 5만가구에 바짝 다가섰다. 내년에는 2배 이상 늘어 10만가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건설업계 경영난에 이어 고용시장 악화 등 도미노식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어 향후 미분양 증가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19일 뉴시스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이 4만7217가구로 1년 전 1만4075가구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국 분양물량의 10%가 넘는 5만가구를 ‘위험수위’로 판단하는데 이를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최근 늘어나는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 9월에는 한 달 사이 8882가구 늘었고, 10월에는 5613가구 늘었다. 이 같은 추세면 내년 하반기에는 미분양이 10만가구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집값 하락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말 5만가구, 내년 말에는 9만가구까지 늘어날 수 있고, 시장 위축 정도에 따라 11만가구까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분양 시장 분위기 악화를 가리키는 지표들도 잇따른다. 대표적인 게 민간 아파트 초기 분양률이다. 초기분양률은 신규 분양아파트의 초기 분양기간(3개월 초과~6개월 이하)에 실제 계약이 체결된 가구 수의 비율을 말한다.
전국 아파트 초기분양율은 분양시장이 호황이던 지난해 2분기 98.3%를 정점으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작년 3분기 97.9%에서 매 분기 하락하더니 올해 3분기에는 82.3%까지 떨어졌다.
지방 초기 분양률은 72.5%로 2분기(85.0%) 대비 12.5%포인트나 하락했다. 가장 저조한 것은 경북으로 38%에 그쳤다. 분양주택의 절반 이상이 초기 분양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제주(66.3%), 전남(67.3%) 등도 크게 낮아졌다.
미분양 물량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집값이 계속 떨어지는데 분양가는 계속 오르면서 과거 '청약=로또'라는 인식이 깨진 것이다. 또 부동산 침체 속에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지방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대거 공급됐기 때문이다. 분양 단지 마다 미달 사태가 빚어진 대구가 대표적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지방 주요 도시들이 대부분 공급 지수가 ‘100’을 넘어선 상황인데 그럼에도 계속 공급이 어이졌다"며 "그동안 잘 버티다가 최근 미분양이 많이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이라 앞으로 1년 정도는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2월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135.8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뒀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수다.
주택사업을 하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등 500곳 가량을 상대로 매달 조사한다. 100을 초과하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것이란 의미인데, 지난 10월 122.7에서 11월 131.4, 이달 135.8로 석 달째 상승했다.
미분양 주택의 급증은 건설사들의 수익성 하락으로 직결되고, 중소형 건설사들의 경우 줄도산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경기 악화에 이은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파급력이 상당하다.
이에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 건설업체들이 주축이 된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최근 국토부에 '주택경기 침체 해소 방안'을 건의했다.
민간 미분양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공기관이 매입하고, 주택 수요를 늘리기 위해 아파트 매입임대주택 부활, 분양권 전매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도 미분양 증가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미분양 해소를 위해 내년 1월부터 무순위 청약에 거주지역 요건을 없애 무주택자 누구나 지역과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시행한다.
또 이달 중으로 등록임대사업제도 개편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다시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될 지 주목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 "다주택자에게 그동안 무분별하게 투기이익을 노리는 다주택자라는 점만 초점을 맞춰 왔는데,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자로서의 역할도 있기 때문에 시장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어 "등록임대라는 이유로 세제혜택을 줬을 때 투기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주택을 사재기하는 폐단도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이고, 어떤 장치가 있어야 하는지를 깊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고금리로 주택가격이 하락 추세를 보이기 때문에 수요 규제를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려고 한다"고 규제완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지금 당장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부동산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본부장은 "미분양 주택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금 당장 대출, 세제 등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민간 분양 등의 공급량을 줄이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서민들이 접근하기에는 아직 집값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 서울 주변으로 임대아파트 공급을 계속 해 나가는 식으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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