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화성에서 온 '인문', 금성에서 온 '기술'

구인혁 우송대 글로벌융합비즈니스학과 교수 2022. 12.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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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기술'은 다른 생각, 논리를 가진 행성에서 왔지만 '지식'의 진보와 '혁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이론적으로 인문과 기술이 혁신을 끌어내는 방법은 서로 다르다.

전자는 혁신의 원천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인문지식을 기술로 가시화하고 실용성을 확대하고자 한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완벽하게 해소하는 과정에서 신기술, 신제품을 출시하였고 이것은 인문주도형 기술혁신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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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혁 우송대 글로벌융합비즈니스학과 교수

'인문'과 '기술'은 다른 생각, 논리를 가진 행성에서 왔지만 '지식'의 진보와 '혁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이론적으로 인문과 기술이 혁신을 끌어내는 방법은 서로 다르다.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기술혁신은 시장수요→인문→기술적용의 방식을 선호한다. 반면, 기술주도 방식은 기술적용→인문→시장반영의 경로를 갖고 있다. 전자는 혁신의 원천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인문지식을 기술로 가시화하고 실용성을 확대하고자 한다. 후자는 기술개발에 요구되는 인문학적 요소를 차용한 후, 기존기술의 확대 또는 제품혁신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환언하면, 인문주도형은 인문지식 자체가 혁신을 이끄는 동인이다. 인문학을 기반으로 시장수요에 대응할 솔루션을 기획하고 이에 필요한 기술혁신을 유도한다. 과거 IBM은 소비자들이 무엇을 요구하는가에 따라 경영전략을 수정하고 新서비스를 신속하게 기획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완벽하게 해소하는 과정에서 신기술, 신제품을 출시하였고 이것은 인문주도형 기술혁신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기술주도형은 인문학을 필요에 따라 활용하고 시장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집중한다. 인문지식은 기존기술에 접목된 후, 현재의 기술과 방법론을 개선·보완한다. 이처럼 확대된 기술력은 새로운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단순히 키보드 표준화를 넘어 한글의 창제개념을 인터페이스에 접목하고 타이핑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천지인' 자판개발은 기술주도형의 좋은 예이다.

필자는 인문사회과학 전공자이면서 인문주도형 교원창업자이다. 비대면수업에서 학생의 동공, 자세, 환경 등 변화요인을 맞춤형 가중치로 계측하고 수업집중도와 학생들의 관심영역을 예측하는 기술을 상용화 중이다. 필자의 경우, 전통심리학의 지속적(sustained), 선택적(selective) 주의 이론을 기반으로 동공인식, 객체인식 기술을 교육영역에 적용하였다. 심리학, 교육학 이론을 바탕으로 AI-알고리즘을 접목했고 제품 개발단계에서는 다니엘 사이먼스 교수(일리노이대학)의 선택적 지각(selecvive perception)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런데 필자의 기술과 상용화 제품이 완전한 인문주도형 융합방식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답하기 어렵다. 비대면수업이라는 시장수요에 부합하는 학생집중도(심리, 행동 등)의 발현, 유지, 소멸에 관한 기술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전형적 인문주도형에 가깝다. 그러나 상용화된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기존 인공지능 기술을 교육영역에서 접목한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비대면교육 환경에서 최적의 객체검증 기술을 개발하고 도출된 결과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또는 인문학과 기술융합을 어떤 방법으로 시도할 것인가의 관점에서는 기술주도형 전략을 고려해야만 한다.

인문주도형에서 시작했지만, 다시 기술주도형의 요구를 피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기술과 인문학의 새로운 조화를 이끌어 낼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융합이다. 인문과 기술의 융합은 단순하지도 일회적이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술혁신을 유도하는 경로에서 인문적 요소의 가치와 성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100만부 이상 베스트셀러였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한구절을 통해 쉽지않은 화두를 마무리해본다.

"남자와 여자는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처럼 다르다는 걸 떠올리는 거예요. 서로 다르다는 걸 알고 인정할 때 상대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인문과 기술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라서 서로 다름을 알고 용인할 때, 인간중심(human-centric)이라는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하고 비로소 시장과 기술을 연결하는 역동적 융합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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