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공연예술콘텐츠의 변주

김지연 대전대학교 공연예술콘텐츠학과 교수 2022. 12.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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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대전대학교 공연예술콘텐츠학과 교수

요한 세바스찬 바흐( 1685-1750)는 바로크 음악의 최고 절정에 있었던 위대한 음악 거장이다. 바흐의 음악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과 가족이었다. 자식들의 음악교육을 위해 스스로 인벤션을 작곡했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신앙심은 무한한 음악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던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종교음악을 작곡할 때면 시작 부분에는 '예수여 도움을 주소서(Jesu Juva ) J. J. 끝부분에는 '신께 영광을(Soli Deo Gloria)' S.D.G를 적어 넣었다. 그는 "음악의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대전대학교 블랙박스홀에서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했다. 이번 뮤지컬은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의료진들과 공연예술콘텐츠학과 학생들, 작곡가, 안무가와 미술가 파킨슨병 환자들이 함께 공연하여 의학과 예술이 한자리에 모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지역사회 기관인 용운 종합사회복지관과 협업하여 공연의 3대 요소 중 하나인 관객들도 지역시민과 학생들로 만석을 이루면서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첫 무대는 A.I 가 그린 클라라의 방은 환상 그 자체였다. 곱고 우아하게 단장한 미술가 파킨슨병 환자분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 중 아리아에 맞춰 무대로 걸어 나온다. 어렸을 때의 크리스마스이브를 회상하며 서곡이 연주되고 뮤지컬이 시작된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주제와 30개의 변주로 구성되어 연주시간이 약 1시간 소요되는 대작이다. 우리가 주로 듣는 부분은 주제 부분이다. 바흐는 제자인 요한 테오필 골드베르크를 위해 작곡하였다. 골드베르크는 뛰어난 클라비어 연주자로 바흐의 총애와 신임을 받았다. 골드베르크는 카이저링크 백작에게 고용되어 있었는데. 백작에게는 심한 불면증이 있었다. 백작이 불면증이 더욱 심해져 불면의 밤을 달랠 수 있는 음악을 위해 작곡을 의뢰하였고, 카이저링크 백작은 이 음악을 듣고 불면증이 완전히 치유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로 불면증을 치유하는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크 음악은 느낌의 통일성이라는 경향이 있는데, 바흐가 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바흐는 한 곡 안에서 단일한 선율 악상을 장식하는 것을 좋아했다. 바흐의 선율은 복잡하고 예측불허, 고도로 장식적이지만 리듬의 지속성으로 인해 분위기의 통일성을 이루며, 영원히 멈출 것 같지 않은 운동성을 갖는다. 아기의 요람을 흔들어주는 운동성 과 같이 그 운동성이 백작을 잠들게 한 이유일 것이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변주의 배치에 대한 바흐의 설계는 놀랍도록 치밀하다. 30개의 변주 중 주조 G장조는 세 번 G단조로 바뀐다. 또한 16번째 변주는 전체의 곡을 두 부분으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또한 3 배수의 변주에 카논을 배치하여 같은 음의 카논에서 시작하여 1도씩 음정이 늘어나서 마지막 제27번 변주는 9도의 카논으로 되어 있다. 아리아라고 불리는 주제는 30개의 변주를 위한 기초공사에 해당된다. 장식음도 많이 쓰이고 있는 이 G장조 주제는 앞으로 전개될 변주의 견고한 바탕을 구축하기 위해 하행 베이스로 골조를 만든다. 바흐의 복잡한 음악적인 사고를 따라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녔을 것이다.

바흐는 30번 마지막 변주에서 놀라운 음악적 유머를 보여준다. 카논이 아닌 쿼드 리벳요(대중가요 메들리)을 사용해 변주의 마지막에 흥겨운 축제를 만든다.

뮤지컬을 마친 후 2부의 시작은 어린이 피아노 독주로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 중 아리아가 연주되었다. 미술가 파킨슨병 환자들의 그림과 어우러지는 변주곡 주제는 모든 이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백작을 잠들게 한 운동성이 공연장에 있는 연주자와 관객, 모두를 하나로 묶고 있었다. 첫 무대에서 들었던 변주곡 주제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바흐 자신도 당대 누리지 못하고 죽은 후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후배 작곡가들에 의해 새롭게 부각된다. 마치 자신의 음악처럼 계속해서 변주하고 있다

공연예술도 빠르게 변주하고 있다. 30개의 변주처럼 끝없는 변주가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예측이 불가능한 세상의 변화를 위한 전문가들의 공유. 협업은 바흐의 설계처럼 각자의 전문성이 극대화되어 놀랍도록 치밀해야 한다. 이미 변주는 시작되었다 A.I 가 공연의 스텝이 되고, 파킨슨 환자분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중 앞에 연주자로 섰다.

글렌 굴드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 끝도 시작도 없는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처음과 마지막 아리아는 동일하다. 30개의 변주를 지나고 듣는 아리아는 처음과 전혀 다르게 들린다. 한 학기 동안 나날이 변주했던 공유. 협업은 마지막 변주처럼 지역사회의 축제가 되었고. 자신이 섬기는 백작의 불면증을 위해 작곡을 의뢰한 골드베르크, 환자들을 위해 그림, 뮤지컬을 의뢰한 한방병원 의료진들은

끝과 시작이 같은 음악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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