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섹슈얼리티’ 삭제는 무책임한 결정…국제기준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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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교육부에서 넘겨받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지난 14일 심의·의결하면서 중·고교 보건 교육과정에 있던 '섹슈얼리티' 용어를 삭제한 것을 두고, 이번 새 교육과정 보건과 시안을 만든 연구 책임자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우옥영 경기대 교육대학원 교수(보건교육전공)는 18일 <한겨레> 와 한 인터뷰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라는 기조 속에 국민 의견을 듣고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진이 교육부와 수없이 소통하며 만든 안인데, 국교위가 보건 교육과정 심의본에서도 유지됐던 '섹슈얼리티'를 갑자기 삭제하고도 왜 삭제했는지 그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정말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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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교육부에서 넘겨받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지난 14일 심의·의결하면서 중·고교 보건 교육과정에 있던 ‘섹슈얼리티’ 용어를 삭제한 것을 두고, 이번 새 교육과정 보건과 시안을 만든 연구 책임자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교육과정 개발 책임 연구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실명으로 국교위 심의 결과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옥영 경기대 교육대학원 교수(보건교육전공)는 18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라는 기조 속에 국민 의견을 듣고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진이 교육부와 수없이 소통하며 만든 안인데, 국교위가 보건 교육과정 심의본에서도 유지됐던 ‘섹슈얼리티’를 갑자기 삭제하고도 왜 삭제했는지 그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정말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보건과 시안 개발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연구를 시작해 지난 8월30일 ‘국민참여소통채널’ 누리집을 통해 시안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섹슈얼리티’ 등의 용어가 담겼다.
시안 공개 이후 보수진영 등으로부터 이들 용어를 빼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연구진 판단은 달랐다. 이들 용어가 새 보건 교육과정 성취기준으로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난 9월 말 교육부에 밝혔다. 학생들에게 생리와 임신, 출산을 위한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을 권리와 이를 보장하는 제도(생리공결제, 출산휴가 등), 그리고 성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문화적 내용을 가르치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지지하는 국민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삭제를 요구하는 이들이 공청회에서 폭력을 행사할 만큼 논란이 커지자, 연구진은 “무엇이 쟁점 사안인지 국민들이 모두 알 수 있도록 티브이(TV) 토론을 하자”고 교육부에 제안했다. 이 제안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자칫 새 교육과정 전체가 고시되지 못할 수 있다는 교육부와 주변의 우려에 연구진은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바꿨다. 이 표현은 교육부 심의본에서 다시 ‘성 건강 및 권리’로 수정됐다. 다만 ‘섹슈얼리티’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런데 국교위가 이를 심의·의결하며 ‘섹슈얼리티’마저 지운 것이다.
우 교수는 “섹슈얼리티는 ‘2011 개정 교육과정’(이명박 정부)과 ‘2015 개정 교육과정’(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다룬 용어이고,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아동권리협약(CRC) 등 권위 있는 국제기구와 인권조약 등을 통해 널리 통용되고 있는 말”이라며 “교육부도 이를 존중해 해당 용어를 심의본에 담았는데, 국교위가 이를 삭제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건 교육에서 정의하는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최적의 안녕 상태’를 건강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건강 유지를 위해서는 개인이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을 건강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을 교육한다. 이런 관점에서 성적 행동과 욕구만이 아니라 성을 둘러싼 사회적 관습과 제도, 가치관 등을 포괄하는 ‘섹슈얼리티’ 교육은 필요하다는 것이 우 교수의 설명이다.
우 교수는 “엔(n)번방 사건과 같은 문제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성적으로 소비하는 사회문화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데, 국교위가 충분한 논의 없이 이를 교육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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