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부잡]경쟁률 4대 1인데 '청약 미달'?
계약 포기에 무순위청약(줍줍) 이어질까
지방은 '청약 제로'까지…거세지는 한파
'4.13대 1'
최근 진행한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1순위 청약에서 '미달'된 84㎡H 타입의 경쟁률입니다. 이를 포함해 청약에서 미달된 총 8개의 타입 모두 경쟁률이 각각 '1'을 넘었는데요.
청약 경쟁이 성립되는데도 미달로 보는 이유는 바로 '예비당첨자 비율'(투기과열지구는 500%)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사실상 청약 미달이 아닌데도 흥행에 실패했다고 보는 이유는 뭘까요?
미달이 미달이 아냐?(feat.예비당첨자 비율)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선 '청약 미달' 단지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주목받던 강동구 둔촌주공 마저도 1순위 청약에서 16개 주택형 중 10개 타입이 미달돼 부동산 한파를 체감케 했는데요.▷관련기사:둔촌주공 1순위 결국 서울서 마감 못했다…1.3만명 그쳐(12월7일)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합니다. 청약 '미달'이라기엔 모든 타입이 각각 모집 가구수를 채웠거든요.
미달로 본 이유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선 예비당첨자 비율 500%를 넘어야만 청약을 마감했다고 보고 있거든요. 가령 100가구 모집이라면 500명 이상이 청약 신청을 해야만 '완판'이라는 거죠.
이 비율은 한때 40~80% 수준에 불과했는데요. 부동산 상승세에 '청약 과열' 현상이 벌어졌던 2019년 대폭 확대돼 유지되고 있습니다.
통상 새 아파트를 분양할 땐 1·2순위 청약자 중 가점 순으로 당첨자와 예비당첨자를 선정하는데요. 이후 계약을 포기했거나 위장전입 등 자격 미달로 부적격 취소된 잔여물량은 '줍줍'(무순위 청약)으로 공급합니다.
2019년 5월20일 이전엔 예비당첨자를 공급 물량의 40% 이상 선정하도록 했고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분당·광명·하남, 대구 수성, 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에선 예비 당첨자를 80%까지 선정하게 했습니다.
가령 규제지역 100가구 모집 단지의 예비당첨자 수는 80명인거죠. 1·2순위 당첨자와 예비당첨자 80명이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으로 취소되면 남은 물량은 무순위청약으로 돌아가고요.
그러나 서울 등 수도권 인기지역에서 현금부자와 다주택자들이 몰려 무순위 추첨 경쟁률이 1순위 청약보다 높을 정도로 과열되자 예비당첨자 비율을 대폭 높였습니다.
줍줍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고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데요. 이에 현금부자와 다주택자들이 몰리며 줍줍이 과열됐거든요.
당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묻지마 청약'이 성행했는데요. 그러자 무주택 기간 등 청약 가점 산출을 잘못해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면서 줍줍 물량도 늘었습니다.
이에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우선 제공한다는 청약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결국 2019년 투기과열지구의 예비당첨자 비율을 80%에서 500%로, 2020년엔 수도권 및 광역시 예비당첨자 비율을 40%에서 300%로 확대했습니다.
청약 한파에 '줍줍' 이어질까
이같은 예비당첨자 제도 탓에 '청약 미달'이 사실상 미달이 아니라고 보기도 합니다. 미달됐다고 무조건 '흥행 실패'가 아니라는 거죠.
예비당첨자 비율이 워낙 높은 데다 무주택자에게 우선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기 때문에 실수요자 위주의 당첨자들이 계약까지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건데요.
일각에선 최근 미달이 난 주요 단지들도 정작 계약률을 높을 거라고 보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올해 금리 인상, 분양가 인상 등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청약 시장 한파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데요.
이같은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줍줍'을 넘어 '미분양' 공포가 커지는 실정입니다.
둔촌주공과 함께 관심 단지로 주목받았던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16개 주택형 중 1순위에서 마감된 건 4개 타입에 불과했는데요. ▷관련기사:'장위자이'도 부진…'강남·강북·중도금대출 상관없이 안되네'(12월8일)
시장에선 실제로 이들 단지의 청약 당첨자가 얼마나 계약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는데요. 일부 타입은 계약률이 저조해 줍줍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렇다고 청약 시장의 '줍줍' 열기도 전과 같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도권 관심 단지는 그렇다쳐도 지방 등은 청약 한파를 넘어 혹한기 수준이기 때문이죠.
청약홈에 따르면 제주도 서귀포시 '빌라드아르떼제주'는 지난 12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았지만 단 1건도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청약 제로(0)' 단지가 나온 건데요.
이 단지는 전용 168~242㎡ 36가구를 공급하는데 2순위 신청까지 받았으나 총 2건 접수에 그쳤습니다.
전남 함평군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도 이달 232가구 공급에 1순위 청약은 0건, 2순위는 3건 접수됐고요. 대구 '월배역 우인그레이스'는 지난달 10월 1·2순위 청약에 총 6명이 신청했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관심 단지인 둔촌주공도 인기가 낮은 초소형 일부 타입은 줍줍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지방의 경우 줍줍조차 마감되기 어려워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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