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적자로 코로나 버텼더니 '횡재세' 웬 말?… 롤러코스터 탄 정유업계

김동욱 기자 2022. 12. 1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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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아듀! 임인년… 위기에도 빛난 K-산업] ⑤ 상반기 실적 개선에 정치권 반응… 정유사, 친환경 사업 추진

[편집자주]임인년(壬寅年) 한 해 글로벌 경제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여파 속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글로벌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 자원부국들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며 자원 무기화에 나섰고 특히 미국은 중국 견제를 목표로 동맹이자 우방국인 한국의 산업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정책을 강화했다.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 등 각종 악재가 몰아치면서 한국의 경제는 위태로워졌다. 하지만 한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각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과를 발휘했다. 여러 차례 위기를 딛고 일어선 한국만의 '위기극복 DNA'가 또 한 번 저력을 발휘했다. 위기 속에서 빛난 'K-산업'의 활약을 되짚어봤다.

정유업계가 올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횡재세 도입 주장에 곤혹을 겪었다. 사진은 지난 8월1일 고유가 국민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를 연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사진=공동취재
▶기사 게재 순서
① 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 그래도 희망은 K-반도체
② 소비 둔화에 침체된 가전업계… 삼성·LG, '프리미엄'으로 선방
③ 고부가가치 기술 빛난 K-조선… 만성 인력난은 과제
④ 위기와 기회 동시에… 변곡점 선 한국 배터리
⑤ 대규모 적자로 코로나 버텼더니 '횡재세' 웬 말?… 롤러코스터 탄 정유업계
⑥ 'IT 강국'의 저력… 'K-프롭테크' 동남아 노크
⑦ 13년 만에 중동에 'K-건설' 깃발 꽂을까
⑧ "오히려 좋아" 불황에 강한 백화점, 명품 입고 날았다
⑨ 기술수출 줄었지만… K-바이오 신약 개발 저력 나왔다
⑩ K-금융, 사상 최대 실적 업고 디지털금융 '슈퍼앱' 키운다
⑪ 'K-핀테크' 15조 혁신성장펀드 도입… '미래금융' 날개단다
정유업계가 올 상반기 국제유가 상승 등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성공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유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위기를 겪었을 때는 지원해주지 않고 실적 개선으로 숨통이 트이니 세금을 거두려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상반기 호황'… 3Q 실적 꺾이자 '횡재세' 수면 아래로


국내 정유 4사는 2022년 상반기 총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업체별로는 ▲SK에너지 2조9341억원 ▲GS칼텍스 3조2133억원 ▲에쓰오일 3조539억원 ▲현대오일뱅크 2조748억원 등이다. 전년동기대비 각 사의 영업이익 상승률은 ▲SK에너지 569.9% ▲GS칼텍스 217.6% ▲에쓰오일 154.4% ▲현대오일뱅크 205.8% 등으로 집계됐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재고평가이익이 늘고 석유제품 공급 부족으로 정제 마진이 급등한 영향이다. 올 상반기 국제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120달러 안팎까지 상승했다. 정제 마진도 꾸준히 손익분기점(배럴당 4~5달러)을 넘었다. 지난 6월에는 한때 배럴당 29.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정유업계가 호황을 맞자 횡재세를 부과해 정유사들의 이익을 국민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류비 상승으로 서민 경제가 악화한 상황에서 정유업계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1일 '고유가 국민 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를 열고 횡재세 도입을 시사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간담회에서 "정유사 이익이 과도한 만큼 횡재세를 걷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회적 압박이 있다"고 밝혔다.

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움직임이 나타나자 정유업계가 난색을 표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수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을 때는 정부 지원이 없다가 실적 개선에 성공하니 이익을 빼앗으려 한다는 불만이다. 실제 정유 4사는 2020년 총 4조5802억원의 적자를 봤다. 기업별 적자 규모는 ▲SK에너지 1조9361억원 ▲GS칼텍스 9192억원 ▲에쓰오일 1조991억원 ▲현대오일뱅크 5933억원 등에 달한다. 국제유가·정제마진 등 외생변수로 인해 특정 업종의 이윤이 늘었다는 이유로 세율을 조정하는 것은 조세제도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횡재세 논의는 올 3분기(7~9월)가 지나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정유 4사의 실적 상승 폭이 줄어든 탓이다. 정유 4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SK에너지 3213억원 ▲GS칼텍스 8177억원 ▲에쓰오일 5117억원 ▲현대오일뱅크 7022억원 등이다. 횡재세 논의가 시작된 2분기 실적과 비교했을 때 각 사의 영업이익은 ▲SK에너지 -81.6% ▲GS칼텍스 - 61.6% ▲에쓰오일 -70.3% ▲현대오일뱅크 - 48.8% 등의 감소세를 보였다.


잦아든 횡재세 논의… 정유업계, '탈석유'로 지속 성장 겨냥


사진은 서울 금천구 SK박미주유소에 조성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사진=SK에너지
횡재세 논의가 잦아들면서 정유업계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신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전망이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 강화로 인해 주요 정유사들의 '탈석유'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SK에너지는 주유소에 태양광·연료전지 등 분산 전원을 설치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고 생산된 전기를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금천구에 1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열었고 향후 안전성이 입증되고 관련 규제가 개선되면 전국 주유소로 확장할 계획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확산은 각 도시의 전력 자급률 상승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GS칼텍스는 한화솔루션·삼성물산 등 8개 기업과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에 나섰다. CCUS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를 분리·포집해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기술이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저장하는 등 CCUS 전체 사업 영역 개발과 블루수소 공급을 맡았다. GS칼텍스 등은 CCUS 사업기획에 착수해 최적의 사업모델을 도출하고 사업성 검토까지 진행할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수소 사업에 집중한다. 연료전지 기반으로 청정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프씨아이와 연구개발 협력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 양사는 암모니아 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공정 개발,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암모니아·수소 등 연료 맞춤형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제품 기술 개발 등을 위해 국내·외 실증프로젝트와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에쓰오일은 사우디 아람코와 블루수소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추진한다. 화이트 바이오는 식물자원을 원료로 각종 에너지원과 화학 소재를 생산하는 탄소 저감 산업이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정유 사업만으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23년까지 대산 공장 1만㎡ 부지에 연산 13만톤 규모의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2024년까지 대산 공장 내 일부 설비를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하기도 한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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