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클래식 주역' 20대 임지영·최하영의 고민은 "체력이요!"

정빛나 2022. 12. 1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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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정신·육체 없으면 치명적…솔리스트 넘어 좋은 음악인 되고 싶어"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홀에서 첫 협연…800여 명 관객 기립박수
'퀸엘리자베스 우승 선후배' 임지영·최하영, 벨기에서 첫 협연 (앤트워프[브뤼셀]=연합뉴스) 세계 3대 클래식 음악 경연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각각 우승하며 한국 클래식계를 빛낸 임지영(바이올린·2015년 우승), 최하영(첼로·2022년 우승)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앤트워프 퀸엘리자베스 홀에서 특별한 협연을 선보였다. 2022.12.19 photo@yna.co.kr [주벨기에 한국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앤트워프[벨기에]=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제가 사실 오늘 너무 피곤해 아침에 일어나 공진단을 먹었는데, 하영이도 공진단을 먹고 왔대요. 하하하"

지난 17일(현지시간) 벨기에 앤트워프 퀸엘리자베스홀 협연 직후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7)은 신년 목표를 묻는 말에 주저 없이 '건강'을 꼽으며 공연 당일 있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러자 함께 있던 '첼로계 샛별' 최하영(24)도 "맞다. 요즘 저도 체력 관리가 최대 고민이다"라고 맞장구쳤다.

아직 창창한 젊은 연주자, 또 20대 여성치고는 너무 '앞서가는' 걱정 아닐까 싶어 이유를 물었다.

"아무리 좋은 영감이나 음악적인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육체가 뒤따라주지 않으면 절대로 음악으로 발산될 수 없어요. 건강한 정신과 육체, 영감이 늘 같이 조화를 이뤄야 기대하는 음악이 나오죠.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연주자로서는 굉장히 치명적이거든요."

'콩쿠르 우승' 타이틀을 넘어 오랜 기간 좋은 연주를 통해 진정한 음악인으로 발돋움하고 싶다는 두 사람의 의지가 엿보였다.

임지영은 해외 유학 경험 없이 스무 살의 나이에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하며 세계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정확히 7년만인 올해 최하영(24)이 같은 대회 첼로 부문에서 마찬가지로 한국인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첼로계 샛별'의 탄생을 알렸다.

그만큼 두 사람에게 의미가 남다를 벨기에에서, 그것도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올라 협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은 주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이 진행한 '사운드 코리아'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임지영·최하영 (앤트워프[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세계 3대 클래식 음악 경연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각각 우승하며 한국 클래식계를 빛낸 임지영(바이올린·2015년 우승), 최하영(첼로·2022년 우승)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앤트워프 퀸엘리자베스 홀에서 특별한 협연을 선보였다. 사진 왼쪽부터 이날 공연 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임지영, 최하영. 2022.12.19 shine@yna.co.kr

최하영은 "제가 초등학교를 한국에서 나왔는데, 그때 영재원(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지영 언니랑 같이 다녔다"며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임지영도 "리허설 시간은 짧았지만, 오래 알고 지낸 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두 사람이 피아니스트 레미 제니에와 함께한 하이든의 '피아노 3중주' 연주는 '내공'이 느껴지는 특유의 밝고 화사한 바이올린 선율과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이 담긴 첼로 중저음이 조화를 이뤄 공연장에 흘렀다. 객석을 메운 800여 명의 현지인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콩쿠르 우승 이후 가장 달라진 건 뭘까.

최하영은 "우승 이후 벨기에가 '제2의 집'이 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며 "콩쿠르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면서 좋은 음악, 좋은 동료를 많이 만나서 영감을 얻고 배우며 성장하고 싶다"며 "길게, 길게 연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7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임지영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그때부터 전문 연주자 커리어가 시작됐고, 셀 수 없이 많은 무대와 경험을 통해 저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많이 발전하고, 한편으론 좌충우돌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K 클래식'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임지영은 "개인적으로는 (한국 클래식계 열풍에 대한) 흐름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젊은 연주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단기간에 갑자기 한국 클래식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었다기보다는, 위에서부터 오랜 시간 그런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게끔 한 노력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두 사람은 연말연시 계획도 소개했다.

최하영은 "늘 유럽에서 혼자 연말연시를 맞이했는데, 올해 한 10년 만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한국에서 가족들과 보내게 됐다"며 "1월 중순께까지는 한국에 있으면서 좋은 연주 기회로 관객분들을 찾아뵐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유럽에 돌아와서 투어가 예정돼 있고, 음반 발매도 계속 상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임지영은 "꼭 연주회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싶다"며 "관객분들이 될 수도 있고, 후배들 내지는 학생 등 이제는 제가 솔리스트라는 직함보다는 한 명의 음악가로서 자리 잡기 위해 활동 범위를 점차 넓혀갈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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