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기술 빛난 K-조선… 만성 인력난은 과제

최유빈 기자 2022. 12. 1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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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아듀! 임인년… 위기에도 빛난 K-산업] ③ 2년 연속 수주 목표 초과 달성 '순항'

[편집자주]임인년(壬寅年) 한 해 글로벌 경제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여파 속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글로벌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 자원부국들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며 자원 무기화에 나섰고 특히 미국은 중국 견제를 목표로 동맹이자 우방국인 한국의 산업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정책을 강화했다.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 등 각종 악재가 몰아치면서 한국의 경제는 위태로워졌다. 하지만 한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각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과를 발휘했다. 여러 차례 위기를 딛고 일어선 한국만의 '위기극복 DNA'가 또 한 번 저력을 발휘했다. 위기 속에서 빛난 'K-산업'의 활약을 되짚어봤다.

고부가가치선을 중심으로 한국 조선업이 세계 무대에서 순항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기사 게재 순서
① 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 그래도 희망은 K-반도체
② 소비 둔화에 침체된 가전업계… 삼성·LG, '프리미엄'으로 선방
③ 고부가가치 기술 빛난 K-조선… 만성 인력난은 과제
④ 위기와 기회 동시에… 변곡점 선 한국 배터리
⑤ 대규모 적자로 코로나 버텼더니 '횡재세' 웬 말?… 롤러코스터 탄 정유업계
⑥ 'IT 강국'의 저력… 'K-프롭테크' 동남아 노크
⑦ 13년 만에 중동에 'K-건설' 깃발 꽂을까
⑧ "오히려 좋아" 불황에 강한 백화점, 명품 입고 날았다
⑨ 기술수출 줄었지만… K-바이오 신약 개발 저력 나왔다
⑩ K-금융, 사상 최대 실적 업고 디지털금융 '슈퍼앱' 키운다
⑪ 'K-핀테크' 15조 혁신성장펀드 도입… '미래금융' 날개단다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2년 연속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순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난이 가속화되면서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 조선사들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LNG 운반선 수주를 휩쓸며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였다.

쌓여가는 수주 잔고에도 조선사들은 정부 지원을 호소한다. 긴 불황을 지나며 시작된 인력 유출로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정부는 외국인 인력 유입을 확대하는 동시에 인력난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에 나서며 'K-조선'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저가 수주 악몽 벗어난 K-조선…'귀하신 몸' LNG 운반선에 웃다


올 초 조선업계는 '카타르 프로젝트'로 인한 저가 수주 우려가 불거졌다. 카타르 프로젝트는 5년간 100척 이상의 LNG선을 발주하는 23조6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다. 국내 조선 3사는 2020년 카타르와 1억86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285억원)에 17만4000세제곱미터(㎥)급 LNG 운반선 슬롯계약을 체결했다. 슬롯계약은 정식 발주 전 선박 건조 공간을 예약하는 것으로 계약 체결 이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저가 수주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이 카타르 프로젝트로 LNG선 4척을 1척당 2억1440만달러(약 2770억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하면서 저가 수주에 대한 우려는 사그라들었다. 카타르 프로젝트의 1차 물량으로 대형 조선 3사의 수주 규모는 54척에 달한다. 내년까지 2차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 수주도 기대해 볼 만하다. 현재 LNG 운반선의 1척당 선가는 2억4800만달러(약 2805억원)까지 올라 조선사의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대형 조선사 한 관계자는 "카타르가 발주한 LNG 운반선은 초기 계약 당시 적정 가격에 수주했으나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저가 수주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LNG 운반선 수요 증가로 한국 조선사의 협상력이 이전보다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수주 호황에 '흑자 전환' 보인다…2년 연속 목표 달성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한국 조선업계는 2년 연속 수주 목표를 달성하며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11월 말 기준 조선사들의 목표 달성률은 ▲한국조선해양 128% ▲대우조선해양 117% ▲삼성중공업 107% 등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한국의 누적 수주량은 157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 세계 수주(3991만CGT)의 40.3%를 차지하며 2위에 올랐다. 중국(47.3%)에 소폭 뒤졌지만 한국이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을 대거 수주하며 수익성 면에서 앞섰다.

조선업계의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흑자 전환에 순풍을 불어넣고 있다. 조선 3사 중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가장 먼저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선박 포트폴리오 개선, 꾸준한 원가절감, 공정 효율화를 바탕으로 올 3분기 영업이익 1888억원을 달성하며 흑자전환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2월6일 이탈리아 사이펨과의 계약을 끝으로 악성 재고였던 '드릴십' 5척을 모두 매각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청신호를 띄웠다. 삼성중공업은 유가가 급등했던 2010년대 선박 형태의 해양플랜트인 드릴십을 수주했으나 유가 하락으로 선주들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재고가 쌓여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2월8일 노조가 임금·단체협약 합의안을 가결하며 파업 리스크를 해소했다. 노조가 한화그룹 현장 실사단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만큼 매각작업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만성 인력난은 여전히 문제…정부,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조선업계는 2015년부터 이어진 업황 부진으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외국 인력 수요가 가장 많은 용접공과 도장공에 대한 전문인력 비자(E-7) 쿼터제를 폐지했다. 도장공전기공의 경우 경력증명이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 기량 검증통과 시 경력요건을 완화했다.

정부는 인력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조선업 이중구조로 인한 저임금·근무여건 문제 개선에도 나섰다. 이로 인해 불거졌던 파업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대우조선 하청지회)는 지난 6월 임금 30% 인상과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도크(선박 건조 공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지회 파업 등의 여파로 올 3분기 62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키웠다.

정부는 인력난 해소와 파업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지난 11월엔 대형 조선 3사와 협력업체,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한 '조선업 상생협의체'를 발족했다. 협의체는 노사 의견 청취 및 현장 방문을 토대로 오는 2023년 2월까지 ▲적정 기성금 지급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 여건과 복리후생 개선 ▲직무·훈련 중심의 인력 운영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방안 등을 담은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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