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있는 기업은 다 얽혔다" 종부세 환급대란 오나
납세자 손 들어 준 2심 이후 대법 판단만 남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종합부동산세가 이번에는 환급대란 앞에 놓이게 됐다.
종부세를 계산할 때 이미 납부한 재산세액을 덜 공제해줬으니 돌려달라는 조세불복이 대거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행정소송 직전단계인 감사원 심사청구와 조세심판원 심판청구건만 수백건이 접수 및 처리됐으며, 1심과 2심까지 진행된 조세소송도 적지 않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억단위는 기본이고 수십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중"이라며 "가장 앞서 진행중인 사건이 고등법원에서 승소했기 때문에, 모두들 대법원 판단만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공정시장가액비율
종부세는 재산세 납부대상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이미 낸 재산세는 공제해주는 절차를 거친다. 같은 과세표준에 재산세와 종부세가 중복과세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현재 종부세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계산식대로 계산을 하면, 재산세 납부액이 완벽하게 공제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재산세액을 공제할 때 종부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만큼 다시 곱한 후에 공제하기 때문이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100%라면 재산세 공제액에 변화가 없겠지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제도가 도입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80%였다. 2019년 이후 5%p씩 인상돼 2022년에 100%가 될 예정이었지만, 2022년에 다시 60%로 떨어졌다.
2018년까지는 종부세에서 공제해야할 재산세액이 80%만 공제됐고, 2020년에는 90%, 2022년에는 다시 60%만 공제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2010년이었다. 법에서 재산세 낸 것은 공제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하위규정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만큼만 공제하도록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었다. 더구나 당시에는 계산식이 시행령도 아닌 시행규칙에 정해져 있었다.
시중은행과 유통회사 등 25개 기업이 더 낸 종부세 환급소송을 했고, 2015년 6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재산세 공제산식을 시행규칙에 담아 자의적으로 판단한 정부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후 정부는 재산세 공제산식을 시행규칙에서 시행령으로 끌어올렸다.
또다시 대법원 판단만 남은 에쓰오일 사건
하지만 계산식을 시행규칙에서 시행령으로 끌어 올렸을 뿐, 100% 공제하지 않는 문제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에 따라 2016년 이후에도 재산세액이 덜 공제됐다는 조세불복이 쏟아졌다.
2016년 이후 공정시장가액비율 적용문제로 종부세를 돌려달라는 조세심판청구를 한 사건은 결정이 내려진 것만 171건에 달한다.
조세심판원은 정부의 재산세 공제방법에 문제가 없다며 모두 '기각'처리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015년 대법원 판결 이후 가장 먼저 종부세를 돌려달라고 했던 에쓰오일은 1심에서 패소한 뒤, 2019년 4월, 2심에서는 이를 뒤집고 승소했다.
당시 고등법원은 "종부세법은 종부세 산출세액에서 재산세로 부과된 세액을 공제하도록 했지만, 시행령의 산식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에 상응하는 재산세액 부분만을 공제하도록 하고 있어, 이중과세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며 에쓰오일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당히 오랜기간 고심하고 있다.
피고인 국세청이 상고하면서 에스오일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시기는 2019년 5월 3일이다.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2019년 9월, 심리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후 2년 째 법리쟁점에 관한 종합적 검토중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2015년 대법 판례가 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는 오래 걸릴만한 사안은 아니지만, 사건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진행이 더딘 것 같다"며 "에쓰오일 사건이 가장 선행사건이기 때문에 1, 2심이 진행중인 다른 사건들도 모두 대법원 결정만 기다리며 대기중"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종부세 경정청구 자문을 도왔던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도 "부동산이 있는 기업은 다 엵혀 있다고 봐야 한다. 대상이 워낙 많고, 금액적으로도 파장이 큰 사건이다보니 대법원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올해는 다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낮췄기 때문에 역으로 재산세 공제는 과거보다 더 덜되는 상황이다. 대법원의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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