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 그래도 희망은 K-반도체
[편집자주]임인년(壬寅年) 한 해 글로벌 경제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여파 속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글로벌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 자원부국들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며 자원 무기화에 나섰고 특히 미국은 중국 견제를 목표로 동맹이자 우방국인 한국의 산업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정책을 강화했다.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 등 각종 악재가 몰아치면서 한국의 경제는 위태로워졌다. 하지만 한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각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과를 발휘했다. 여러 차례 위기를 딛고 일어선 한국만의 '위기극복 DNA'가 또 한 번 저력을 발휘했다. 위기 속에서 빛난 'K-산업'의 활약을 되짚어봤다.
① 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 그래도 희망은 K-반도체
② 소비 둔화에 침체된 가전업계… 삼성·LG, '프리미엄'으로 선방
③ 고부가가치 기술 빛난 K-조선… 만성 인력난은 과제
④ 위기와 기회 동시에… 변곡점 선 한국 배터리
⑤ 대규모 적자로 코로나 버텼더니 '횡재세' 웬 말?… 롤러코스터 탄 정유업계
⑥ 'IT 강국'의 저력… 'K-프롭테크' 동남아 노크
⑦ 13년 만에 중동에 'K-건설' 깃발 꽂을까
⑧ "오히려 좋아" 불황에 강한 백화점, 명품 입고 날았다
⑨ 기술수출 줄었지만… K-바이오 신약 개발 저력 나왔다
⑩ K-금융, 사상 최대 실적 업고 디지털금융 '슈퍼앱' 키운다
⑪ 'K-핀테크' 15조 혁신성장펀드 도입… '미래금융' 날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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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된 이유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여파로 하반기 들어 PC와 스마트폰 등 세트 수요가 급감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주문량이 줄어든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세트 부문 기업들은 기존에 사둔 반도체 재고 조정을 위해 구매를 주저한 반면 공급업체들은 주문량을 늘리기 위해 가격을 내리는 불균형이 지속됐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월 말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8)의 고정거래가격은 2.21달러로 지난 6월 말(3.35달러)에 비해 5개월 새 34.1%가량 떨어졌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 등 메모리반도체 제조사가 애플, 아마존, 구글, 레노버 등 글로벌 수요처와 체결하는 대규모 공급계약 가격이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7월 4.10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하락하다가 올 하반기부터 하락 폭이 커지는 추세다.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28Gb 16G*8 MLC)의 고정거래 가격은 이달 평균 4.14달러로 6월 말보다 11.2% 빠졌다. 낸드 제품은 지난 6월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고객사들의 높은 재고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장 둔화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도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올 3분기 매출 23조200억원, 영업이익 5조12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2.8%, 49.1% 감소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각각 7.0%, 60.3% 줄어든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SK와 함께 메모리 시장 3강이자 업계 실적의 바로미터인 미국 마이크론도 2022년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지난해보다 19.7%, 45.9% 급감한 66억4300만달러(8조9600억원), 16억6200만달러(2조2400억원)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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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반도체 수출은 더욱 중요한 위치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1279억달러(167조원)로 전체 품목 수출 총액 6444억달러(842조5500억원)의 20%를 차지했다. 올 들어서도 11월까지 한국의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1186억9400만달러(155조2500억원)으로 전체 누적 수출액(6226억2500만달러)의 19.1%에 달했다.
반도체 수출을 바탕으로 올해 한국의 전체 수출은 2년 연속 600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세계 수출 순위도 지난해 7위에서 6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둔화 속에서도 반도체가 여전히 대한민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셈이다.
한국 기업들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타이완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D램 점유율은 40.7%로 2분기보다 2.8%포인트 줄었지만 세계 1위를 지켰다. 2위인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은 27.4%에서 28.8%로 1.4%포인트 높아졌다.
양사를 더한 K-반도체의 D램 시장 점유율은 69.5%로 세계 시장의 3분의2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각각 31.4%, 20.6%의 점유율을 확보해 세계 시장의 과반을 수성했다. 정부는 한국의 초격차 경쟁력을 위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세우고 앞으로 5년 동안 34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대기업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기존 6~10%에서 8~12%로 상향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민우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반도체는 13대 수출 주력품목 중에서도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라며 "글로벌 외부충격에 강한 수출구조 확립을 위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분야 핵심 기술력 강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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