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대못' 풀어도 호재 누린 단지 없다…목동·상계 집값 잠잠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하나둘 풀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조정대상지역을 대거 해제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을 허용했다. 재건축을 가로막던 ‘3대 규제’도 완화됐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양천구 목동이 가장 큰 수혜 단지로 꼽힌다. 노원구 상계주공은 16개 단지 중 5단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는 14개 단지 중 6단지만 안전 진단을 통과했고 일부 단지는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축된 수요로 주택 가격은 계속 하락 중이다.
12월 15일 한국 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12일 기준 양천구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률은 0.47%로 최근 6주를 통틀어 하락률이 가장 컸다. 노원구는 0.98% 하락했는데, 월계·상계동 구축 단지 위주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12월 8일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 진단 기준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최대 수혜 지역의 하락 폭은 오히려 커졌다.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에 이어 안전 진단 문턱이 낮아지면서 재건축을 가로막는 ‘3대 대못’이 모두 수술대에 올랐지만 부동산 빙하기를 녹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앞선 6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들이 최대 4%까지 분양가를 올려 받을 수 있게 했고 9월에는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기준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망안을 마련했지만 두 제도의 폐지나 대폭 완화를 원했던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안전 진단 기준까지 완화됐지만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8%에 육박하면서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는 떨어지고 있다. 재건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시장이 관망세인 이유다. 안전 진단을 통과하더라도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인가 등 앞으로 남은 관문이 더 많다.
이번 안전 진단 규제 완화의 핵심은 구조 안전성 가중치 완화다. 정부는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50%에서 30%로 낮췄다. 또 적정성 검토(2차 안전 진단) 의무를 없앴다.
내년 1월부터 개선안이 시행되면 구조 안전에 큰 문제는 없더라도 주차 공간이 부족하거나 층간 소음이 심해 주민 불편과 갈등이 큰 아파트 등 생활이 불편한 경우에도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다. 배관 누수·고장, 배수·전기·소방 시설이 취약한 아파트도 재건축 연한이 되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안전 진단 기준 완화는 목동 13개 단지가 기다리던 뉴스다. 하지만 재건축 물꼬가 본격적으로 트인 상황에서도 시장은 관망세다. 목동신시가지13단지 인근 공인중개소는 “오세훈 서울 시장이 당선됐을 때부터 목동 재건축 규제 완화는 확실시 된 호재였다”며 “이번 규제 완화 소식이 들렸을 때도 예상된 뉴스였기 때문에 매수 문의가 이어지거나 매물을 거둬가는 집주인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1~14단지(6단지 제외) 매물은 규제 완화가 발표된 12월 8일 296건에서 12월 13일 284건으로 12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상계주공 역시 재건축 사업을 마친 8단지(포레나노원)와 공무원 임대 아파트인 15단지를 제외한 1~16단지 매물이 같은 기간 685건에서 682건으로 3건 감소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던 11월 26일 목동신시가지10단지 전용 54㎡의 실거래가는 10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10월 최고가보다 4억원 낮아졌다.
전셋값도 하락세다. 양천구 전셋값은 12월 12일 기준 전 주에 비해 1.30% 떨어졌다. 목동신시가지3단지 전용 95㎡의 전세 보증금은 8억~9억3000만원 수준에 시장에 나와 있다. 이는 작년 12월 보증금 12억5000만원에 계약된 것보다 최대 4억5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작은 정책 변화에도 호가가 널뛰기하던 올해 상반기와 달리 현재는 웬만한 정책이 나와도 호가와 거래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번 안전 진단 규제 일부 요건은 사실상 폐지에 가까울 정도로 완화됐지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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