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父 커밍아웃 하자 식칼 가져와, 의절 10년만 ‘우리 딸’ 인정”(세치혀)[어제TV]

서유나 2022. 12. 19. 06: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서유나 기자]

트랜스젠더 방송인 풍자가 10년 만에 아버지로부터 커밍아웃을 인정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12월 18일 방송된 MBC 예능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이하 '세치혀') 2회에서는 트랜스젠더 풍자가 아버지에게 커밍아웃을 했던 경험담을 공개했다.

이날 "저는 저희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3번 했다"고 입을 연 풍자는 "중학교 때 아버지에게 '나는 여자로 살고 싶다'고 얘기를 드렸을 때 아버지는 웃으셨다. '너 이제 이렇게 반항하니? 어디서 이런 소재를 가져온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넘어가고 고등학교 때 또 커밍아웃을 했을 땐 장난이 아니라 제 손을 꼭 잡고 '너 약간 아프구나. 정신적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너 꼭 고쳐줄게. 사람처럼 살게 해줄게. 미안해. 조금만 버텨보자'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세 번째 커밍아웃은 풍자 나이 스무살 때였다. 당시 '나 사실 정말 진심이었고 어디가 아픈 사람도 아니고 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열심히 살 자신이 있다. 나는 여자가 되겠다'고 고백했다는 풍자는 "정말 저희 아빠가 어느 수준이었냐면 호랑이가 사람으로 태어나면 아버지의 모습일 거다. (그런 아버지가) 아무 말씀 안 하시고 주방에서 식칼을 가져오셨다"고 떠올렸다. 당시 아버지가 '나는 너가 절대 여자로 사늘 걸 용납 못하니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면 나를 죽여라'라며 식칼을 가져오셨다는 것.

풍자는 "10시간, 11시간 대립했지만 누구 하나 꺾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며 "저희 아버지가 잠시 담배를 피우러 간 사이 여자가 되기 위해 가출을 하는데 저는 제 가족들과 10년 동안 연락을 단 한번도 하지 않고 얼굴을 단 한번도 보지 못하고 지냈다"고 10년간의 의절의 세월을 전했다.

풍자는 "정말 힘든 순간이 많았다. 몰래 집 근처를 배회한 적도 있다. 몰래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저희 아빠도 보고 싶고, 동생들도 너무 보고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족들이 ) 집도 이사를 가 아예 행방 모르는 상황이 왔다"고 밝혔다.

그러던 어느날 풍자는 남동생이 길에서 갑자기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10년간 의절한 세월이 있기에 직접 찾아가보진 못한 풍자. 그는 "새벽에 울면서 저희 아버지의 전화가 왔다. 저희 막내 남동생이 쓰러지고 일어나자마자 한 말이 '나 큰형이 너무 보고 싶어. 얼굴 잊어 버릴 것 같아. 큰형 한 번만 보게해줘'라는 말이었단다. 그래서 아버지가 전화해 '네가 고집 한 번 꺾으면 될 것 가지고, 네가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을 그꼴로 산다고. 부모님 말을 어기면서까지 사느냐'고 말씀 하시더라"며 "그때 진짜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을까. 내가 이기적인 걸까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우선은 인정해줄 테니 집에 와라, 만나자'는 아버지의 한마디에 선사된 만남. 풍자는 "택시에서 딱 내렸는데 정말 서로를 못 알아 보더라. 저희 아빠는 상의 110 이상을 입으시던 건장한 분이셨는데 90, 95 입으시는 정말 많이 쇠약한 할아버지가 돼있으시더라. 남동생은 초등학교 때 헤어졌는데 180㎝이 넘는 청년이 되어 있더라. 그러면서 복잡미묘하더라.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구나. 내가 힘든 만큼 이들도 힘들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가족과 10년 만에 재회 후 한 당시의 심경을 고백했다.

풍자는 10년 간의 세월 탓에 가족과 몹시 서먹했지만 친해지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보다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식으로 노력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풍자가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왔을 때 화장실 앞에 서계시던 아버지의 한마디가 풍자의 마음에 꽂혔다.

풍자는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꽤 오래됐다. 15년이 흘렀는데 아버지가 저에게 다가와 '우리 딸 지 엄마랑 똑같이 생겼네'라고 그 한마디를 하시더라. 그 한마디를 듣는데 감동과 슬픔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그냥 굳어버렸다. (이때 또) '네가 여자든 남자든 내 자식이고 내 새끼니까 지켜줄게. 너에게 날아오는 모든 비난을 아빠가 받아줄게. 아빠가 있으니까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여자로 살아 봐. 서포트 해줄게'라고도 말씀하시더라. 어떤 얘기보다 충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풍자는 아버지뿐만 아니라 남동생 역시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고, 여동생은 "엄마 없이 남자 셋 있는 집에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컸는데 엄마가 생긴 것 같다. 언니로서 엄마로서 한 번 잘 지내보자'는 손편지를 써줬다"면서 "지금은 너무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다. 여행도 가고 잘 지낸다"고 가족 관계를 자랑했다.

다만 풍자는 "가족들이 제 방송을 겁나서 욕먹을까 봐 단 한 번도 못 보셨다'면서 "썰피플처럼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다는 걸 꼭 말씀 드리고 싶다"고 털어놓아 많은 방청객들을 울렸다. (사진=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