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리 겨누던 적대국, 최고 외교 파트너 되다 [심층기획 - 한·베트남 수교 30년]
130조원 달하는 교역국 성장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
베트남에게 한국이 4번째 국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구축에 합의했던 양국이 13년 만에 다시 한 번 외교 관계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베트남에겐 한국이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네 번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가장 높은 단계의 외교 상대가 됐다. 한국이 베트남전에 1964년 베트남 공화국 편으로 참전할 당시만 해도 적대국이었던 양국 관계가 6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격상된 셈이다.
◆한국 인태 전략 핵심 파트너로 부상한 베트남
수교 30년 만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구축에 합의한 양국 정부는 내년 상반기 첫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개최 등 보다 확대·강화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통화에서 “내년 상반기에 양국 관계의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양자 간 어떤 묘미를 발휘해서 (외교·국방장관 회의가) 열릴지는 내년 일정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3년 6월 아시아 지역 국방장관들이 모이는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대화)나 7월 말∼8월 초 한·미·중·일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들이 참석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베트남 양자 회담을 개최하고, 외교 혹은 국방 장관이 추가로 참석해 2+2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양국 관계의 비약적 발전은 무엇보다도 그간의 끈끈한 경제·통상 협력에 기인한다.
특히 안보 협력은 양국 관계에서 새롭게 주목되는 분야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푹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연대해 역내 평화와 번영을 키워나가는 것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푹 주석도 “양국의 공동 번영과 역내·세계의 평화와 안정, 협력과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협력 관계를 (증진하자)”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이 밝힌 ‘역내 평화와 번영’은 안보 협력을 지칭한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존 외교·안보 차관급 전략대화를 장관급으로 격상·활성화하고 해양 안보 및 국방·방위산업 분야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최근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를 공유하는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갈등 상황에 놓여 있어 한국 등 주변국과의 우호 증진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이 한국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경제 협력 파트너라는 데 있다.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개혁·개방 이후 30년간 연평균 6% 이상의 고성장을 이뤄왔으며, 한국과 같은 수출 지향적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 역시 경제나 안보 측면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가는 데 베트남은 빼놓을 수 없는 동남아시아 경제 협력 파트너이다.
베트남은 정보기술(IT) 등 기술 선진국인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서도 기술 이전 등의 요구를 이전보다 더 높일 수 있다. 이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기업에) 핵심 기술은 아니더라도 기술을 이전해 줄 수 있는 요인을 그쪽에서 만들어줘야 하고 우리 기업들도 기술 이전 요구에 조금 더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트남, 북한 핵 협상 후 개혁·개방 모델 될 수 있나
체제를 유지한 채 시장을 개방한 베트남식 개혁·개방(도이머이) 모델은 북한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평가된다. 베트남을 주축으로 한 신남방정책을 펼친 문재인정부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북한이 개혁·개방하는 데 이들 국가의 협조를 적극 활용하고자 했다. 이 중 공산권 국가로서 북한과 전통적 우호 관계를 맺어온 베트남은 한국의 대아세안 경제·안보 정책의 중심이었다. 베트남은 여전히 북한과 관계가 우호적이지만 북한이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대외 관계 문을 닫아 건 현재로선 베트남을 매개로 한 대북 교류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홍주형·이현미·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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