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복합 시스템’ 주가, 어떻게 예측하나[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2023년, 토끼의 해인 계묘년을 앞두고 각종 예측이 또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경기·금리·주가·환율 등 네 분야에 걸쳐 어떻게 예측해야 할지, 그 방법을 제시하는 시나리오의 셋째 주제인 주가 예측 방법을 다루고 내년에는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는 증시가 붕괴될 것인지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주가 예측은 어떻게 할까
재테크 변수 가운데 가장 예측하기 어렵지만 가장 쉽게 수정해 예측치를 내놓은 것이 바로 주가다. 주가는 하루 간격은 물론 장중에도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전문가가 내놓은 주가 예측이 자주 틀리고 신뢰가 땅에 추락함에 따라 주가를 예측하는 방법도 많이 변해 왔다.
한국 증권사가 1990년대까지 주로 사용한 방법 중 하나는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이다. 그때까지 일본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엔‧달러 환율 움직임이 주가에 여전히 3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약화돼 지금은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비록 장기이긴 하지만 국제 유가가 주가의 9~10개월 정도 선행하고 그 정도가 여전히 높게 나오는 것은 의외다. 우리 경제 구조가 여전히 원유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과 ‘태양광’ 에너지 정책을 출범 초부터 표방해 왔지만 원유 의존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주가에 빨리 반영하는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발표한 각종 경기선행지수다. 이 지수가 발표된 직후 3개월 이내에 주가에 반영된다. 같은 맥락에서 반도체지수의 주가 선행 정도도 높게 나온다. 반도체 D값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이용해 선행성을 구해 보면 반도체지수는 주가에 3~5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지표라도 한국 지표보다 미국 지표가 한국 주가를 선행하는 정도가 높은 것이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스프레드, 재고를 출하로 나눈 재고 출하 비율 등이다.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의 금리 스프레드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반영한다.
이론적으로 특정 지표가 경기와 주가를 얼마나 선행하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교차 상관 계수를 구해 보거나 마코브-스위치 모델, 카오스 이론, 인공 신경망 등이 활용된다. 특히 마코브-스위치 모델은 주식을 사고 파는 데 중요한 국면 전환을 파악하기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 추정은 하지 않지만 부자들이 주식을 사고팔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지표다.
증시는 고도의 복합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주가 예측론자들은 이미 지나간 자료를 토대로 예측 모델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작 예측이 필요할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더욱이 주가의 방향이 바뀌고 있거나 게임의 규칙이 변한 뒤에야 비로소 터닝 포인트를 알린다고 요란을 떠는 경우가 많다.
증시의 복잡성은 대부분 한국 증권사들이 의존하는 것처럼 불과 몇 개의 선행 지표로 포착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의 경기사이클조사연구소(ECRI)가 개발한 예측 모델이 이 분야에서 세계를 평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경제 사이클 큐브’라는 다차원적인 모델 덕분이다.
경제의 얼굴인 증시는 더욱 그렇다. 그런 만큼 한국의 증권사들은 앞으로 주가를 예측할 때 ‘증시 사이클 큐브(security cycle cube)’라는 다차원적인 모델을 개발해 사용할 것을 권한다. 증시 사이클 큐브는 증시라는 복잡한 시스템 속에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독특한 모델을 말한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런 복잡한 증시 계기판은 필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증권회사들은 다르다. 소형 자동차보다 대형 자동차가 훨씬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듯이 증권회사들은 증시 사이클 큐브와 같은 다차원적인 주가 예측 모델을 갖추고 있을 때 비로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부자들로부터 잃어 버렸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내년에 증시 붕괴할까
코로나19 사태 직후였던 2020년 3월 이후 블랙 데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를 더 어렵게 했던 것은 ‘중시 붕괴론’이다. 코스피지수는 1000선 밑으로 추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이상으로 급등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3200선 넘게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1080원대 초반까지 급락했다.
지난 9월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중국 부동산 디폴트설, 영국발 금융 위기 우려 등에 편승해 코스피지수는 1800선 밑으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2000원 선까지 급등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번에도 코스피지수는 2500선에 다가섰고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고 있다.
증시 붕괴론자들이 의존하는 트렌드 분석은 현재와 과거의 역사적 자료 또는 추세에 근거해 미래 변화를 투사하는 예측 기법이다. 일련의 데이터에 연장선을 긋는 방법으로 추세를 예측할 수 있고 수학적·통계적인 방법을 활용한다. 주가·환율 등 가격 변수 등을 예측하는 데 많이 활용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처럼 경제 행위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경제 시스템이 무너진 여건에서는 예측할 때 필요한 시계열 자료에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가변수(dummy)’를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많은 가변수를 쓰다 보면 그 모형에서 나오는 예측치는 실제 상황과 크게 달라져 나온다.
트렌드 분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예측자의 정성적 판단, 즉 추측에 의존하는 직관적 기법이 활용된다. 추측은 주관적 판단에 기초해 미래의 변화 모습을 예측하며 기초는 예측자의 직관력에서 나온다. 예측의 결과는 예측자의 목표·선입견·편견 그리고 그 무엇보다 예측치에 맞추려는 의도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이 활성화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군집성 기법은 비관론일수록 예측을 크게 틀리게 하는 요인이다. 군집성 기법은 전년도에 예측을 잘한 사람의 시각으로 다음 연도에 예측이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유튜브와 SNS의 클릭 수를 감안해 붕괴·위기 등과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한다.
한국 국민처럼 한국 경제에 대해 냉소적으로 보는 여건에서는 더 심하게 나타난다. 유엔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 146개 국가 중 59위였지만 공포와 불안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디스토피아지수는 101위로 훨씬 낮다. 당초 예기치 못한 사건만 터지면 곧바로 위기설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경제 행위와 마찬가지로 예측 기관과 개인들도 경기가 과열일 때는 경계하고 불황일 때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동 안정 조절 기능(stabilizer)’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안내판 역할을 해야 할 기관과 사람들이 경기가 과열일 때 더 좋게 보고 경기가 나쁠 때 더 나쁘게 봐 경기의 진폭이 커진다면 그만큼 경제 행위는 어렵게 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처럼 증시 판단이 어려워질수록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주가 판단과 예측 방안을 고안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한국 증권사들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증시 붕괴론자들도 마찬가지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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